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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궂은 인터뷰] 편지는 질척이는 장르 - 오지은 『당신께』

<월간 채널예스> 2023년 4월호 - 오지은 작가의 『당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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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난 질척한 인간인 것 같다. 속내도 잘 꺼내고. 호불호와 상관없이 그냥 그런 인간이다. 개인적으로 편지는 질척이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2023.04.04)


뮤지션 오지은은 신작 『당신께』를 펴내며 '아무래도 난 질척한 인간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기야 편지라는 장르에 '구구절절'이 없다면 그 또한 매력이 없지 않을까?



마침내 책이 나온 소감은? 

솔직한 마음을 말하자면, 빚을 갚은 느낌이다. 출판사를 오래 기다리게 했다는 죄책감이 커서 최근 3년간은 뭘 해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 중압감이 사라진 것이 개인적으로 몹시 기쁘다. 작업에 대해 얘기하자면, 마음에 들 때까지 해서 냈다는 점이 제일 기쁘다.

SNS를 보니 이번 책 홍보에는 특히 '열혈 모드'다.

어쩌면 이 책이 음악으로 치자면 정규 앨범과 비슷한 느낌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정규 앨범은 열심히 하고 프로젝트 앨범은 설렁설렁한다는 뜻은 아니다. 담게 되는 맥락에 대한 얘기다. 음악으로는 솔로 1, 2, 3집에서 했던 것. 책으로는 『익숙한 새벽 세시』에서 했던 걸 『당신께』에서 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삶을 컨트롤하는 사람에 대한 환상이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또 "에너지 보존을 위해 나머지 시간을 그냥 허허허 하고 헐렁하게 지내기로 했다"고. 요즘은 어떤가?

'봄이 왔다'는 생각을 매년 봄마다 조금씩 더 하고 있다. 사실 봄의 매력을 잘 몰랐다. 날씨는 어렵고, 변덕스럽고, 땅은 질척하고, 알레르기도 오고, 좋아하는 겨울이 가버린 것도 섭섭하고, 무엇보다 세상이 들뜨면 더 숨고 싶어지니까. 그런데 조금씩 알 것 같다. 요즘은 새로운 걸 시작해 보고 싶다. 수영도 배우고 싶고 운전면허 학원에도 등록했다. 시작일을 한 주씩 계속 미루고 있지만 말이다. 그래도 나름의 큰 변화다. 여기까지 적고 나니 봄의 기운이 아니고 그냥 마감을 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뼈대가 된 편지를 메일링 구독자들께 보내지 않았나? 각별히 힘이 됐던 답장이 있었나?

쉬운 듯 어려운 질문이다. 왜냐하면 무의식중에 피하는 것 같다. 좋은 답장과 그렇지 않게 느껴지는 답장을 가르는 것을. 답장은 전부 불빛이다. 이쪽 일을 계속하면서 나는 스스로가 검은 바다를 보며 작은 불빛을 계속 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막막하고, 종종 바보처럼 느껴진다. 누가 보고 있다는 확신도 없다. 그러다 가끔 멀리서 불빛이 보일 때가 있다. 메일링의 답장이기도 하고 공연장에서 받는 편지이기도 하다. 그냥 지나쳐도 되는데 굳이 내게 한번 '깜빡'을 해준 마음으로 이미 충분하다. 커다랗고 확고한 불빛도, 흔들리는 희미한 불빛도 똑같은 불빛이다. 적고 나니 무슨 god 같은 얘기를 한 것 같아 부끄럽다.

'괜찮지 않은 시간'을 읽고 되게 위로 받았다. 나는 누가 “잘 지내?”라고 물어서 “아니”라고 했는데, 그 뒤 또 다른 질문이 안 오면 서운한 사람이다. 지금 괜찮지 않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되게 위로받았다니 기쁘다. 잘 지내? 하고 물으면 응 하고 대답하는 사람이 있고 입안에 까슬한 말이 맴도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후자에게 쓰고 싶은 편지였다. 나 또한 그러니까. 괜찮지 않은 시간에서 한 걸음 더 간 편지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 실었다. 역시 불빛에 대한 얘기다. 터널을 겨우 빠져나갔는데 또 새로운 터널이 시작될 때, 그게 계속 반복된다는 것을 눈치채고 아득해지는 당신이 있다면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촌스러운 얘기지만 하고 싶다. 터널이 아무리 길고 어두워도 터널과 터널 사이에 분명히 바람이 있고 바다가 있고 햇살이 있다는 것. 그리고 잘 보이지 않지만 터널 안에도 분명히 빛이 있다는 것. 희미하고 종종 끊겨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빛이 있다는 것.

작가 오지은에게 '편지'라는 장르는 어떤 개념인가?

아무래도 난 질척한 인간인 것 같다. 속내도 잘 꺼내고. 호불호와 상관없이 그냥 그런 인간이다. 개인적으로 편지는 질척이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밤중에 몰래 써서 몰래 전하고, 받는 사람도 완전히 혼자가 되었을 때 읽는 글이다. 환한 대낮의, 누구나 읽어도 되는 글이 아니다. 그런 점을 좋아한다. 실제로는 몰래 주는 편지도 아니고 공개적으로 내는 책인데 어떻게 해야 그 정서를 잘 담을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리고 수신자인 당신을 핑계로 자기 얘기를 떠벌리는 음흉한 글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하지만 썼을 수도 있다)

‘올림’이라는 표현을 요즘 많이 안 쓰다 보니, 낯설면서도 좋더라. ‘드림’이라고 안 쓴 까닭은? 

그렇구나! 나는 항상 올림이라고 하는데 요즘 많이 안 쓰는지 몰랐다. 또 뒤쳐졌다. 지금 다시 생각해봤는데 편지를 드린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올리는 기분이었다.

작가, 뮤지션, 아티스트가 아닌 다른 직업군으로 태어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나?

지금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다. 일단은 일의 내용보다 출퇴근 시간이 더 중요할 것 같은데 프리랜서의 철없는 소리라면 죄송하다. 한번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는데 편집자나 기획자로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또 프리랜서의 철없는 소리라면 죄송하다) 멋진 사람한테 당신 진짜 멋져요! 짱이십니다! 하고 계속 얘기할 수 있는 직업이라니, 멋지다. 내가 잘하는 일이기도 하다.

최근 읽은 책 중에 <월간 채널예스> 독자들에게 강력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지금 계절에 잘 어울리는 책은 음. 필리프 들레름의 『크루아상 사러 가는 아침』.

『당신께』가 특히 어떤 독자들께 가닿으면 좋을까? 

낮에는 괜찮다가 새벽 1시 즈음, 마음의 무게가 훅 하고 무겁게 느껴지지만 결국 참고 자버리는 당신께.

이 책을 읽고 편지가 쓰고 싶어졌다.  『당신께』 2권이 나올 수 있을까?

와! 최고의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하다. 『당신께』는 4년에 한 번씩 죽을 때까지 내고 싶긴 하다. 하지만 독자와 출판사의 마음은 다를 수도 있으니까. (웃음) 



*오지은 

글을 쓰고 음악을 만드는 사람. 산문집 『익숙한 새벽 세시』, 『마음이 하는 일』, 앨범 <지은>, <3> 등을 냈다.




당신께
당신께
오지은 저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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