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궂은 인터뷰] 다시 태어나도 소설가 - 장강명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월간 채널예스> 2023년 3월호 - 장강명 작가의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논픽션 작업이 의미 있다고 여기고 에세이 작업은 즐겁다. 하지만 나는 소설 쓰는 사람이고, 소설에 시간을 제일 많이 들이고 싶다. (2023.02.28)
<월간 채널예스>에서 가장 사랑받았던 칼럼 '장강명의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이 동명의 에세이,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으로 출간됐다. 월급 사실주의 소설가, 단행본 저술업자, 문단 차력사 '장강명'은 "돈벌이와 밥벌이 얘기를 해야지, 하고 시작한 연재 2년 4개월 만에" 솔직히 털어 놓았다.
"돈하고 상관없이 이 직업 되게 뿌듯해요.(11쪽)"
우여곡절 끝에 책이 나왔다. 소감을 밝힌다면?
올해 초 마감이 몰리는 통에 무슨 일에 관해서 깊은 소감을 품을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이 책을 둘러싼 우여곡절에 대해서도, 내 일인데도 불구하고 약간 남의 일처럼 바라보게 되었다. 쓰는 동안에는 정말 즐거운 원고였는데 세상 일 잘 모르겠구나, 인생은 역시 물레방아인가, 싶어서 쓴웃음을 몇 번 지었다.
소설가라는 직업은 이상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어? 매력 있네? 나도 소설가가 되고 싶다'라고 생각한 독자가 있다면, 일단 무엇부터 해야 할까?
소설은 수영이 아니라서 준비 운동 없이 바로 작업에 들어가도 괜찮다. 준비 운동보다 본 작업이 훨씬 재미있기도 하고. 그냥 첫 줄을 써보라고 권하고 싶다. 첫 줄을 썼는데 두 번째 줄도 즐겁게 써지고 세 번째 줄, 네 번째 줄도 계속해서 잘 써지면 판타스틱한 거. 그게 잘 안 되지만 계속 쓰고 싶다면 그때부터 자신에게 맞는 훈련법을 찾아야 한다.
저자 프로필에 부업으로 논픽션과 에세이를 쓴다고 말했다. 부업으로 하는 일이 본업보다 더 수익이 높아진다면, 부업을 본업으로 될 가능성이 있나?
0.01퍼센트도 아닌, 0퍼센트라고 단언할 수 있다. 내 경우 무엇이 본업이고 무엇이 부업인지는 수익과는 관련 없는 문제다. '나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소설 쓰는 사람입니다'라는 답이 있다. 논픽션 작업이 의미 있다고 여기고 에세이 작업은 즐겁다. 하지만 나는 소설 쓰는 사람이고, 소설에 시간을 제일 많이 들이고 싶다.
만약 2013년에 신문사에 사표를 내지 않고. 여전히 기자로 살았다면 어땠을까? 가능성은 조금도 없을까?
그럴 가능성도 있었을 것 같다. 홧김에 사표를 냈던 것인데, 그날 머리가 좀 더 이성적으로 돌아갔다든가, 당시 큰 빚이 있었다든가 하면 그런 무모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그랬다면 아마 낮에 기자 일을 하고 밤에 소설 원고를 끼적이며 꾸역꾸역 살지 않았을까. 양쪽 작업 모두에 불만을 품은 채로, 투덜거리면서.
직업 선택의 자유가 주어진다면, (그에 관한 능력도) 어떤 직업을 선택할까?
다시 직업을 선택하라고 해도 소설가를 택할 거 같다. 만약 소설가는 제외하고 직업을 고르라면 육체를 써서 작업하면서도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낸다는 느낌을 얻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목수는 어떨까, 아니면 춤을 지지리 못 추는데 무용 실력을 얻어서 댄서가 되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현대 무용도 좋고 힙합이나 스트리트 댄스도 좋고.
소설가라서 가장 짜증날 때는 언제인가?
다른 일을 하느라 소설을 쓰지 못할 때. 그리고 마감에 쫓길 때. 특히 조금만 더 시간이 있으면 더 잘 쓸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데, 마감에 맞춰 허겁지겁 마무리해야 할 때 무지 짜증난다. 그런데 이런 경우 탓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 애초에 그런 마감을 받아들인 것도 나고, 미리 대비를 하지 않은 것도 나니까. 그 외에는 소설가라서 짜증나는 경우는 없다.
이 책의 출발이 됐던 <월간 채널예스> 대담은 2019년 7월이다. 이후 코로나가 시작됐고 <월간 채널예스>는 곧 8주년이 된다. 당시 서평 잡지의 필요성을 각별히 강조했는데, 2019년 이후 많은 잡지가 창간됐고 폐간됐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제2의 잡지 붐'을 조명하는 분석 기사도 여러 건 봤다. 일차적으로는 사람들의 취향이 다양해진 것이 그 원인인 것 같고. 다만 각각의 시장 크기가 작다. 영양이 부족한 생태계가 종이 다양하고, 영양이 많은 환경에서는 우점종이 나타나 오히려 다양성이 감소한다고 하더라. 지금 한국 잡지 시장도 전자와 비슷한 상황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대담에 함께 참여한 편집자 두 명은 각각 독립된 출판사를 차렸다. 나만이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잡지를 만들고 있다. 필자에게 격려의 한마디를 해준다면?
<월간 채널예스>의 성취가 굉장하지 않나? 창간호부터 본 독자로서 감개무량할 정도다. 초창기에는 신문 북 섹션을 그대로 가져와 꾸미기도 했는데, 이제 업계 관계자들이 다 눈여겨보는 매체다. SNS를 하지 않는 나 같은 사람은 출판계 트렌드나 떠오르는 작가를 <월간 채널예스>를 통해 안다. 시간이 지나도 매체의 감각이 나이 들지 않는 것도 신기하다.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은 누가 읽었으면 좋겠나?
일단은 예비 작가와 신인들을 일차 독자로 상정하고 썼다. 간절함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미신이 퍼지기 쉽고, 한국 출판계가 영세하다 보니 낙후된 관습도 있다. 그런 미신이나 부조리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보다 크게는 '직업의 의미'에 대한 에세이라고 생각한다. 일과 삶의 관계를 고민하는 분들께 다가갈 내용이 많을 것 같다.
중견 소설가가 된 입장에서 2~5년차 소설가, 또는 작가 지망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꼰대 같은 조언도 좋다.
"함께 잘 써 봅시다"라는 말. 그 외에는 창피하지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솔직히 별로 없다. 내가 뭘 깨친 것 같지도 않고, 또 요즘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지만 출판계와 문학계도 급격히 변하고 있어서 과거의 경험이 큰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애초에 짬밥이 아니라 작품으로 승부하는 바닥이라 5년차이건 50년차이건 다 똑같은 처지다.
지난해 9월 말에 공식 오픈한 독서 플랫폼 <그믐>의 성장세가 대단하다.
사실 나는 깊이 간여하지 않고, 아내와 운영진들이 열심히 만들어가는 중이다. 올해 2월 초, 회원이 4천 명이 넘었고, 독서 모임은 250개가 넘게 열렸다. 아직도 책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싶어 신기하기도 하고, 잘 성장하고 지속됐으면 하는 마음도 크다.
유유히 출판사의 첫 책이다. 이지은 대표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신인 소설가와 신입 편집자로 만나 십년 넘게 같이 작업했다. 출판계에 궁금한 게 생기면 제일 먼저 물어보는 상대였다.(유유히 대표가 쓴 책 『내 인생도 편집이 되나요?』에도 내가 그에게 뭘 묻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정말 감사합니다, 계속 잘 부탁드려요"라고 말하고 싶다. <월간 채널예스> 독자 분들께도 "유유히 출판사 응원해주세요" 하고 말씀 올린다.
*장강명 연세대 공대 졸업 뒤 건설 회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동아일보에 입사해 11년 동안 사회부, 정치부, 산업부 기자로 일했다. 기자로 일하면서 이달의기자상, 관훈언론상, 씨티대한민국언론인상 대상 등을 받았다. 장편 소설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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