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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연, 보컬로 증명된 주연으로서의 존재감
나연 <Im Nayeon>
화려한 장치와 숨 가쁜 계획 뒤에 가려졌던 준비된 아티스트가 발굴되는 결말이 자연스레 속편을 기대하게 만든다. (2022.07.06)
그룹 활동에 집중했던 트와이스가 솔로 활동을 개시했다. 첫 주자는 나연. 지효와 더불어 곡 전반을 이끄는 보컬리스트이자 팬덤과 대중을 통틀어 가장 인기 있는 멤버 중 하나이기에 다분히 예측 가능한 결과다. 미니 앨범 분량을 최대로 채운 일곱 곡의 트랙 리스트와 별다른 수식어 없이 본인의 이름을 딴 앨범 제목이 이에 따른 자신감을 적극 반영한다.
당당한 포부와 달리 초반부는 다소 조급하다. 타이틀곡 'Pop!'은 현아의 'Bubble pop!'처럼 이목을 끌 포인트를 적극적으로 배치했으나, 그 밀도가 너무 높아 산만함이 동반된다. 레드벨벳의 'Rookie'처럼 중독성 일궈내기에 바쁜 탓에 비트가 자아내는 피로감을 희석하지 못하고 있다. 영어로 쓰인 'No problem'으로는 해외 시장을 겨냥하지만, 가사 전달에 치중하는 사이 정작 피처링으로 참여한 스트레이키즈의 래퍼 필릭스에게 주목도를 빼앗기고 만다.
스포트라이트의 쟁취는 부담을 덜어낸 이후에 이뤄진다. 유연한 보컬을 펼치는 'Love countdown'은 원슈타인과 능숙하게 섞이면서도 주연으로서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유지하고, 'Candyfloss'는 전형적인 트와이스 이미지의 연장선상에 있으나, 단단한 장악력 덕분에 다른 여덟 멤버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다. 랩의 빈자리를 여유롭게 채우는 목소리가 그룹의 향후 방향성까지 어렴풋이 가리킨다.
유사한 맥락으로 음색 뽐내기에 초점을 맞춘 알앤비 트랙보다 차분한 발라드가 돋보인다. 기교를 살짝 덜어내고 목소리 자체에 집중한 '노을만 예쁘다'는 나연의 기초적인 하드웨어가 결코 허술하지 않다는 사실을 재차 증명한다. 화려한 장치와 숨 가쁜 계획 뒤에 가려졌던 준비된 아티스트가 발굴되는 결말이 자연스레 속편을 기대하게 만든다.
음반이 가능성을 제시하는 역할에 그쳐서는 안 되지만, 그 어떤 준비 운동도 없이 바로 본 게임에 뛰어들었음을 감안하면 <Im Nayeon>은 나쁘지 않은 첫 라운드다. '솔로여도 되는 이유'에 대한 확인을 마쳤으니, 다음 과제인 '솔로여야 하는 이유'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 하나, 가수에 대한 신뢰가 조금 더 커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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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