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놀이터

에피톤 프로젝트, 시련의 끝에서 과거를 바라보다

에피톤 프로젝트(Epitone Project) <기착寄着>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기착>은 새로운 출발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왔음을 깨달은 이의 마음 정리다. (2022.06.21)


데뷔 이래 여행을 주제로 한 메시지를 음악에 녹여내 온 에피톤 프로젝트가 이번엔 여행 중의 잠깐의 멈춤을 다뤘다. 앨범의 제목 '기착'은 목적지로 가는 도중 어떤 곳에 잠시 들르는 것을 뜻하는 단어로 코로나가 야기한 고립과 사색을 의미한다. 때문에 음반의 분위기가 진중하며 한편으론 시련의 끝 무렵에서 과거를 바라보는 형식을 취했기에 긍정적인 미래의 가능성을 도모한다.

회상은 그의 음악의 오랜 재료로 향한다. 영화 <토이 스토리 3>의 캐릭터가 떠오르는 제목의 '랏소'와 지난 사랑에 대한 미련을 그린 '그대와의 꿈'은 모두 과거의 추억과 현재 상황의 대비가 일으키는 감정적인 긴장을 드러낸다. 꾸밈없이 깨끗하게 툭툭 내뱉는 보컬이 가창 기술보단 가사에 귀를 기울이게 하고, 농익은 어쿠스틱 편곡은 쓸쓸함을 연출한다. 이러한 견고한 감성은 무엇을 더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뺄지 고민한 결과다.

자유에 무게를 둘지, 낙하에 무게를 둘지에 따라 해방감을 표현한 단어로 읽을 수도 있고, 추락을 암시하는 의미로 다가올 수도 있기에 '자유낙하'의 제목은 묘하다. 가사를 들여다보면 두려움을 극복하는 신뢰로 몸을 던지는 믿음에 관한 이야기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산뜻한 편곡으로 떠나간 인연에 대한 아쉬움을 노래한 '달콤씁쓸한'은 명확한 양가감정을 표현한다. 에피톤 프로젝트의 곡은 한 가지 감정을 고집하지 않아서 우리의 삶과 더욱 가깝다.

피아노 연주곡 '작별'과 '눈 오는 날의 풍경'은 각각 EP의 간주와 아웃트로로 기능한다. 멜로디 그대로 노래를 불러도 무리가 없을 선명한 선율감으로 가창곡들 사이에 이질감 없이 섞여 앨범의 서사를 구축한다. <기착>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들이 스치는 두 연주곡 덕에 트랙들의 감흥을 하나의 이미지로 연결하는 것에 성공하며 진부하지만 다루기 어려운 주제인 사랑을 꿰어낸다.

예상치 못한 잠깐의 멈춤은 우리의 마음 안에 각기 다른 모양으로 나름의 서사를 만들어냈다. 코로나가 허락한 수동적 성찰에 터를 잡은 에피톤 프로젝트의 이번 앨범도 우리의 이야기만큼이나 개인적이다. 전작들과 비슷한 문법의 전개를 사용한 탓에 얼마간의 지루함이 느껴지나 솔직한 감성에서 기인한 특유의 편안함이 앨범 전반적으로 깔려 잔잔한 매력이 있다. <기착>은 새로운 출발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왔음을 깨달은 이의 마음 정리다.



에피톤 프로젝트 (Epitone Project) - 미니앨범 : 기착寄着
에피톤 프로젝트 (Epitone Project) - 미니앨범 : 기착寄着
에피톤 프로젝트
Kakao Entertainment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에피톤 프로젝트>19,300원(19% + 1%)

에피톤 프로젝트 미니 [기착寄着] "언젠가 우리는 어딘가로 다시 떠나야 하기에, 잠시 이 계절을 들렀다 가는 것뿐" 에피톤 프로젝트 EP [기착寄着 : 목적지로 가는 도중에 어떤 곳에 잠깐 들름.] 5월 24일 앨범 발매! [기착寄着 : 목적지로 가는 도중에 어떤 곳에 잠깐 들름.] [긴 여..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AI, 전혀 다른 세상의 시작일까

유발 하라리의 신작. 호모 사피엔스를 있게 한 원동력으로 '허구'를 꼽은 저자의 관점이 이번 책에서도 이어진다. 정보란 진실의 문제라기보다 연결과 관련 있다고 보는 그는 생성형 AI로 상징되는 새로운 정보 기술이 초래할 영향을 분석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한국 문학의 지평을 더욱 넓혀 줄 이야기

등단 후 10년 이상 활동한 작가들이 1년간 발표한 단편소설 중 가장 독보적인 작품을 뽑아 선보이는 김승옥문학상. 2024년에는 조경란 작가의 「그들」을 포함한 총 일곱 편의 작품을 실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들과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한 권에 모두 담겨 있다.

주목받는 수익형 콘텐츠의 비밀

소셜 마케팅 전문가 게리 바이너척의 최신작. SNS 마케팅이 필수인 시대, 소셜 플랫폼의 진화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을 위한 6단계 마케팅 전략을 소개한다. 광고를 하지 않아도, 팔로워 수가 적어도 당신의 콘텐츠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

삶의 끝자락에서 발견한 생의 의미

서른둘 젊은 호스피스 간호사의 에세이. 환자들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며 겪고 느낀 경험을 전한다. 죽음을 앞둔 이들과 나눈 이야기는 지금 이순간 우리가 간직하고 살아야 할 마음은 무엇일지 되묻게 한다. 기꺼이 놓아주는 것의 의미, 사랑을 통해 생의 마지막을 돕는 진정한 치유의 기록을 담은 책.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