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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도 결국 심리 문제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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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집을 한 채라도 갖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생각의 프레임이 진보와 보수보다 더 큰 차이가 있다. (2017.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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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 imagetoday

 

진보와 보수보다 더 큰 차이가 있다


가끔 카페에 앉아서 노트북을 켜놓고 일을 할 때가 있다. 본의 아니게 주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의 대화를 듣게 된다. 회사나 가족 이야기를 할 때도 있고, 연예인에 대한 몰랐던 가십이 나오기도 한다. 이럴 땐 귀가 쫑긋한다. 최근 “집을 사야 할까?”라는 주제가 귀에 많이 들어온다. 전세를 끼고 사야 할 것인지, 과감히 빚을 지고 집을 구매할 타이밍인지, 또 누구누구는 집을 사고 팔아서 얼마를 벌었다는 신화적인 이야기도 들린다. 꼭 이렇게 귀동냥을 하는 게 아니라 해도, 사람들과 어울려서 이야기하다 보면 부동산 관련한 내용이 꼭 한 번은 나온다. 바야흐로 부동산이 대세다.

 

세상이 시끄럽다. 전세를 끼고 적은 돈으로 집을 사는 세칭 ‘갭투자’에 대한 책이 수십 권이 쏟아져 나오고, 정부는 투기 세력을 근절하겠다고 연신 경고하면서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한편으로는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원칙적 신념이 지켜지기를 바라면서도, ‘결국 믿을 것은 부동산 뿐’이라는 부동산 불패 신화, 또 나만 늦춰지면 안될 것 같은 불안감까지 겹쳐지면서 마음이 갈팡질팡하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 것일까.

 

내가 집을 한 채라도 갖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생각의 프레임이 진보와 보수 보다 더 큰 차이가 있다.

 

이건 개인의 마음이나 의지력, 판단력의 문제보다 감정이란 직관적 방향성이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매우 경제적인 판단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개인과 집단의 심리학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다. 최소한 내 생각은 그렇다. 나 또한 집이란 것을 소유하고, 사는 장소와 사는 환경에 대해서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생활인의 한 명으로 이런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기에 잘 알고 있다.

 

나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는 한, 최소한 한 번 이상 집이란 가장 비싼 쇼핑에 대한 결단을 해야 한다. 집을 빌리든, 사든 간에. 지갑에 1천만 원이 넘는 금액이 적힌 수표를 들고 부동산 사무실을 들락거릴 때의 심장 떨림의 쫄깃함은 누구나 매일 할 일이 아니니 말이다. 한 번은 해야 하지만 자주 할 수 없는 일, 그리고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사회전체의 집단 속의 개인들이 결정한 것들의 영향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일이 바로 부동산 문제다.


그러므로 이 문제에서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또 내가 한 결정 때문에 후회하고 우울해하며 좌절감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부동산과 관련한 인간 심리, 특히 한국인의 심리’에 대해서 잘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요구에 잘 부응하는 한 권의 책이 있다.

 

박원갑의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다. 저자는 부동산학으로 석,박사를 취득했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을 역임한 자타공인 부동산 전문가다. 그는 경제학적 통계와 자금흐름을 통한 분석이 아니라, 인간의 행동경제학적 판단과 심리학적 이론을 이용해 한국의 부동산 풍경을 분석한다. 부동산 전문가가 보기에도 심리의 영역이 매우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절감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14년에 출간되었다. 지금의 부동산 열풍이 불기 몇 년 전의 시기에 출간된 책이기 때문에 지금의 시류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서 현재의 문제를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측면도 장점이다.

 

부동산이란 거대한 물건과 주변 안에 포함되어있는 심리 기제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면 이렇다. 자크 라캉에 의하면 “나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라고 했다. 집을 살 때에는 이 집이 남에게 어떻게 보일 지가 중요하다. 나중에 잘 팔릴 집을 사야 한다고 여긴다. 내가 아닌 앞으로의 구매자의 의향까지도 생각하고 욕망을 실현하게 된다. 즉, 내 욕망 안에는 타인의 욕망이 불가피하게 포함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 자신의 욕망이 아닌 어떨 때에는 타인의 욕망을 위해서 시장에 참여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마치, 우리나라에는 유난히 회색, 검은색, 흰색의 자동차가 많은데, 그 이유가 나중에 중고차로 팔 때 잘 팔리고 시세를 잘 받을 수 있는 차를 신차로 구매하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삶에서 가장 고가의 거래를 하게 되는 자동차, 부동산에 대해서만은 이런 타자의 욕망이 개입한다. 그러므로 온전히 자기 자신만의 욕망에 의해서만 움직이기 어려운 것이 한국 부동산의 현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인은 주택보다는 환금성과 거래 순환이 많은 아파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두 번째로 부동산 시장도 결국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 단기적 출렁임은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심리게임인데, 전반적인 방향이 활황이라 매수가 강하면 매도자가 주도권을, 그 반대의 방향에서는 매수자가 주도권을 쥐는 심리게임을 하게 된다. 그래서 매수자와 매도자 둘 만의 게임이 아닌, 전체적인 분위기라는 집단의 공기와 같은 흐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덕분에 뉴타운 광풍, 청약 열풍, 갭투자 성행과 같은 집단적 변화가 일어나면 거기에 개인은 따라가게 된다.

 

이런 변화의 흐름은 몇 년에 한 번씩 반복되기 때문에 몇 개의 부동산 정책이나 조절을 위한 규제만으로는 한 번 흐름을 타기 시작한 것을 쉽게 변화시키거나 억제하기 어렵다. 큰 흐름으로 볼 때 부동산은 수요가 아닌 공급에 의해 오름세와 내림세가 결정되는데, 사람들의 수요심리는 주변의 수요심리에만 맞춰지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다른 제품과 달리 수요가 늘 때 공급이 함께 늘어난다고 해도, 제품, 즉 아파트가 공급되는 것은 최소 3년후가 되므로 그 사이의 미스매치가 부동산 급등락의 제일 중요한 요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신과 주변의 수요와 누군가의 이득에만 관심이 가서 그에 맞춰서 시장에 뛰어든다. 그런데 만일 부동산 가격이 공급과잉에 의해 떨어지게 된다 해도 시장의 반응은 빠르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재빠르게 낮아지는 가격에 팔고 손해를 최소화하거나, 그동안 수익을 낸 것을 제한적으로 현금화 하는 것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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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 imagetoday


공동체의 심리적 흐름을 인지해야 한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탄 행동경제학의 아버지 대니얼 카너먼의 말대로 ‘손실혐오’가 이득이 주는 기쁨의 1.5-2.5배가 되기 때문에 쉽사리 손실을 눈에 현실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장에 내놓으면 바로 팔리는 주식과 달리, 부동산은 내놓는다고 바로 계약이 체결되는 것도 아니기 신속한 환금성에 제약이 있다. 덕분에 대부분의 경우는 하락세가 되면 어떻게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관망’을 하게 되고 거래량부터 줄어들게 된다. 거래량이 가격을 선행하는 추세를 보이는게 부동산의 특징이다. 그러다 보면 깡통전세, 하우스 푸어와 같은 말이 나오고 겉잡을 수 없는 큰 손해를 보게 된다.

 

그 외에도 솔깃한 친인척의 부동산 성공담에 혹하는 심리가 무엇인지, 또 블랙스완과 같은 매우 드문 성공이 사실은 ‘초심자의 운’이었는데, 그것을 일반화 시켜서 나도 잘 될 거라고 믿게 되는 자기 확신의 편향, 거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심리 등을 적절한 심리용어를 이용해서 소개하고 있다. 본인이 부동산 전문가이기도 한 저자는 사람들은 흔히 방송에 나오는 부동산 전문가나, 큰 부동산 중개업체의 운용자는 당연히 부동산 재테크에 성공했을 거라 기대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무엇보다 냉정하고 이성적인 거리를 유지하면서 부동산을 대하라고 조언한다. 결국 물가 상승률에 맞춰서 움직이는 것이 부동산이고 이는 수백 년의 통계가 증명한다는 헤렌흐라흐트 지수를 소개하고 있다.

 

1625년 네덜란드의 한 마을인 헤렌흐라흐트가 지어진 후 지금까지 주택가격 지수가 통계로 남아있다. 1629년부터 1972년까지 명목주택가격과 실질주택가격(물가 상승률을 반영한)을 비교하면 오름세가 거의 없다. 즉, 주택가격은 아주 길게 보면 물가상승률에 따라 간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 역사의 객관적 반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1986년 1월부터 2013년 12월까지의 전국 집값 변화를 보면 2.56배가 올랐는데 같은 기간 물가는 3.09배로 오히려 낮다. 이는 물론 전국이라 서울, 혹은 서울의 강남만 본 것이 아니라는 것, 또 주택에서 아파트로 전환되는 추세가 감안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실제 우리가 부동산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사실은 뉴스에서 주로 강남의 아파트만 반복적으로 보고 듣기 때문에 받은 영향일 수 도 있다는 것을 수치를 통해 저자는 알려주고 있다.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었고, 정부는 강력히 투기 세력에 대해 선전포고를 한 상태다. 지난 1-2년 사이에 부동산의 대세는 분명히 ‘사자’였다. 그리고 여기에 왠지 뛰어들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공동체의 심리적 흐름은 분명해 보인다. 여기에 ‘나도 참가해볼까’내지는, 부동산 대책 이후 향후 나의 대처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서 이 같은 책을 한 번 읽어두는 것이 필요하다.

 

한두 푼이 아닌 큰 돈이 오고 가는 중요한 결정을 하기에 앞서서 알아둬야 할 것이 많지 않은가. 그 중에서도 세법이나 정책의 변화 등에 대해 아는 것보다 이 시장에서 움직이고 있는 각각의 플레이어들인 인간의 심리에 대해서, 더 나아가 나 자신의 마음 안의 욕망과 기대, 그리고 능력에 대해서도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냉정한 판단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 박원갑 저 | 알에이치코리아(RHK)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으로 언론이 가장 많이 찾는 부동산 전문가 중 한 사람인 저자가 4년 만에 쓴 책이다. 이 책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를 통해 저자는 지난 세월의 상흔을 보듬고 더 이상 부동산으로 상처받지 않기 위한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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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하지현(정신과 전문의)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읽는 것을 좋아했다. 덕분에 지금은 독서가인지 애장가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져버린 정신과 의사. 건국대 의대에서 치료하고, 가르치고,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심야치유식당', '도시심리학', '소통과 공감'등이 있다.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

<박원갑> 저13,5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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