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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연애의 이정표 세우기

자신의 특성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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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정말 내게 좋은 사람일지 자기만의 확고한 이상형을 세울 필요가 있다. 그 이상형은 지나치게 이상적인 조건들로 이루어져있는 게 아니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조건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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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tterstock

 

연애 상담을 하다보면 몇 번이나 같은 패턴의 연애를 반복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자기도 모르게 끌리고 마는 사람이 항상 비슷한 것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나아지질 않는다. 취향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 상대에게 시간과 돈, 에너지와 몸 모든 걸 다 바쳐 헌신했지만 헌신짝처럼 버려졌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자책을 멈추지 않는 동시에 남자에 대한 배신감으로도 치를 떤다. 세상의 모든 남자는 결국 믿을 수 없다며 사랑을 불신하는 태도를 취한다. 다시는 그런 사람을 만나지 않을 거라고, 다시는 사랑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도 자신의 반복패턴에 괴로움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내 취향의 누군가가 호기심으로 베푸는 사소한 친절 하나면 다시금 금방 불타오른다. 마치 갓 태어난 오리가 처음 본 생명체를 엄마로 인식하듯 새 남자가 나타나면 고통 받았던 과거가 이 사랑으로 모두 다 치유될 수 있다는 듯 청순해진 뇌 상태로 다시금 그 관계에 뛰어든다. 
 
그들은 언제나 자신은 자존심이 세고 아무에게나 그러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맞는 말이다. 그들은 아무에게나 그러는 게 아니라 틀린 상대에게 그러고 있다. 만나고 있는 상대에 대해 제대로 된 객관화를 하지 못한다. 좋아하는 이유를 말하라고 하면 말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냥 좋다. 다 좋아.’라고 막연하게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타인이 보았을 때 그럴싸하다고 느낄만한 외적 조건들을 나열한다. 그러면서 사랑은 어떤 조건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것은 아니고 좋아할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좋아져버린 것이라며 자신의 사랑을 엄청나게 포장해서 말한다.
 
그들이 사랑하는 남자는 결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상담을 한다. 그를 어떻게 하면 조정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둘의 관계가 강화될 수 있을지 묻는다. 자신이 세운 계략으로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궁금해 한다. 그게 불가능하리라는 건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 상담을 하면서 듣고 싶은 말이란 “그도 너를 사랑하고 있어.”라든지 “조금 만 더 참고 잘 해주면 그가 너의 진심을 알아주게 될 거야.”같은 응원일 뿐이고 혹여나 그러다 잘못되었을 때도 “너의 탓이 아니야.”라는 위로나 듣고 싶은 것이다.
 
안 그래도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자기 자신을 버리고 관계에 뛰어들었다가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온다. 사랑할만한 대상이 아닌 내게 조금의 호기심이나 호감이 있어도 그 썩은 동아줄에 매달려 사랑이 나를 구원해줄 것이라며 매번 그렇게 착각에 빠지고 싶어 한다. 사랑중독에 걸린 ‘너무 사랑하는 여자들’은 자신이 바뀌어야만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쉽게 인정하지 못한다. 자신은 변할 생각은 하지 않은 채, 내가 짊어져야 할 어려움 같은 것 없이 내게 딱 맞는 상대가 나타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한다.
 
나쁜 관계에 빠진 자신을 자책을 하면서도 안정감과 친밀감을 지루함이라고 생각하는 그들은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남자를 위해 자아를 내팽개친 사람은 필연적으로 비참해진다’라는 말처럼 그들은 사랑이라고 착각한 고통 속에 있는 자신을 내던진다.
 
이런 문제적 상황을 더 이상 반복하고 싶지 않다고 느낄 정도로 스스로가 지쳐버리지 않고서는 주변에서 아무리 조언을 해도 소용이 없는 노릇이다. 먹어봐야 똥인 줄 아는 사람이라면 실컷 먹게 놔둘 수밖에 없다. 말려봐야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야속하다는 말만 되돌아 올 뿐이다.
 
이런 반복 강박을 끊어내고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목적이라면 자신에게 엄격해져야 한다. 몸과 마음은 익숙하고 쉬운 걸 찾아가려고 할 것이다. 늘 비슷한 상대에게 끌리는 나의 약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내 연애의 이정표를 세워놓아야 한다. 앞서 말했던 잘못된 상대를 걸러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늘 빠지게 되는 문제적 대상의 특징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비슷한 사람은 피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어떤 사람이 정말 내게 좋은 사람일지 자기만의 확고한 이상형을 세울 필요가 있다. 그 이상형은 지나치게 이상적인 조건들로 이루어져있는 게 아니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조건이어야 한다. 함께 있을 때 나에게 드러나는 그의 태도에서 찾아낼 수 있는 것들이 좋다.
 
나의 경우에는 자신에 대한 몰입도가 좋은 사람, 그래서 타인에게는 적당히 무심하지만 인간에 대한 냉소보다는 따뜻한 태도를 가진 사람, 건강한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해 나쁜 선택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 감정 기복이 큰 내가 종종 자책의 말이나 헛소리를 하더라도 크게 휘둘리지 않고 지나칠 수 있는 사람, 자기가 느끼는 감정을 내게 잘 설명해주고 이해되지 않는 나의 행동에 대해 물어볼 수 있는 사람, 삶의 피로감을 느끼더라도 쉽게 지치지 않는 사람, 상대가 관심 받기 원할 때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책임감과 성실함이 있는 사람이다.
 
자신의 특성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확실히 튼튼한 연애를 할 수 있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이전의 연애와의 차이를 알게 되면 과거와 같은 실수가 얼마나 어리석은 것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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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현정(칼럼니스트)

사랑하거나 글을 쓰며 살고 있습니다. 『사랑만큼 서툴고 어려운』, 『나를 만져요』 등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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