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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겨울 여행, 당일치기의 진수

겨울 나라의 하루하루엔 한 해의 끝이나 시작을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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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의 겨울엔 변수가 많다. 모든 건 날씨 때문이다. 열차가 기약 없이 취소되기도 하고, 눈길 운전은 사고에 조심해야 한다. 그래도 여행은 멈출 수 없다. 겨울에도 생각보다 많은 걸 즐길 수 있다. 다만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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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엔 사람의 눈과 마음이 난로인가 보다

 

여전히 많은 눈이 내리고 있다. 홋카이도의 겨울은 날마다 새롭게 느껴진다. 이렇게 많은 눈을 곁에 두고 살아본 적이 없다. 눈이 쌓일수록 그 속에 갇힌 것들은 더욱 생동하는 듯하다. 지난 계절 동안 풍성하게 돋아나 몸 구석구석을 간질였던 모든 게 아득하게 떠오른다. 그것들은 이미 사람의 키를 훌쩍 넘어 버린 하얀 더미 속에 갇혀 있다. 그곳에서 긴 시간을 꿋꿋이 버텨내고 있을 것이다. 다음 계절의 푸름은 그래야 허락된다.

 

눈길은 꼭 맞는 예쁜 신발 같다. 부드럽고 가볍게 두 발에 감긴다. 그 알싸한 기분이 좋아 겨울엔 평소보다 일찍 나와 걷는다. ‘포로록’ 눈 밟는 소리를 들으려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고운 길만 고른다. 지긋이 눌린 발자국 위로 금세 다른 눈송이가 내려앉는다. 아주 오랜 세월을 그래 왔듯이, 땅을 향해 각기 다른 선(線)을 그으며 떨어진다. 고개를 올려 바라만 봐도 좋다. 걷는 내내 몸 곳곳에 붙었다가 이내 녹아내리기도, 거세게 달려들다 급히 휩쓸려 가기도 한다. 하얀 눈 줄기 속을 걸으면 생각만큼 춥지 않다. 오히려 포근한 기운이 차오른다. 총총걸음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햇빛이 달려들면 세상은 눈부시게 하얗다. 그래, 어찌 되었든 눈길은 오래 걸어도 피곤하지 않다. 발끝에서 만난 생동하는 겨울의 기운이 온몸으로 퍼진다. 아마도 겨울엔 사람의 눈과 마음이 난로인가 보다.

 

다시 돌아올 수만 있다면

 

조금 웃긴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다. 북국(北國)에서의 겨울 여행은 돌아오는 게 중요하다. 집에서 나와 다시 발을 들여놓을 때까지 무사할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누군가 그렇게 이야기해줄 때 과장이라며 흘려들었다. 작든 크든, ‘깨달음’이란 녀석을 얻으려면 역시 직접 겪어야 한다.

 

그러니까 그날은 극한체험을 했다. 한 발자국 내디딜 때마다 무사귀환을 염원했다. 시내에서 집까지는 도보로 약 20분. 볼일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창밖이 예사롭지 않았다. 문 앞에 잠시 서 있었을 뿐인데 온통 눈을 뒤집어썼다. 버스는 끊겼고, 택시를 타려 했으나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아 잡을 수도 없었다. 조금 전까지 길이었던 곳이 눈밭이 되었고, 나는 이내 걸어 다니는 눈사람이 되었다. 무릎까지 차오르는 눈 속을 헤치고 겨우 집에 다다르자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머리카락과 눈썹에 얼음이 매달려 있었다. 따뜻한 물을 받아 욕조로 들어갔다. 긴장이 풀리자 불도 끄지 않은 채 깊은 잠에 들었다. 아, 소중한 월세방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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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나는 일기 예보를 얕보지 않게 되었다. ‘후부키(吹雪)’라는 단어를 기억해야 한다. 눈보라를 뜻하는 말인데, 일단 휘몰아치면 실내에 있는 게 상책이다. 꼭 나가야 한다면 지하로 다니는 게 좋다. 후부키가 그치고 언제 그랬냐는 듯 화창해지면, 그땐 온 세상이 가장 어여쁘다. 모든 게 새하얗고 밝게 다시 태어나 있다. 진부하지만 진솔한 깨달음도 극한체험의 덤으로 얻었다. 우리 인생도 폭풍이 몰아치고 나면 어여뻐지지 않을까, 뭐 그런.

 

당일치기 안심 여행

 

홋카이도의 겨울엔 변수가 많다. 모든 건 날씨 때문이다. 열차가 기약 없이 취소되는 게 부지기수다. 눈길 운전은 사고에 조심해야 한다. 그래도 여행은 멈출 수 없다. 겨울에도 생각보다 많은 걸 즐길 수 있다. 다만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요즘엔 당일치기로 교통과 놀 거리, 볼거리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종종 애용한다. 크게 신경 쓸 것이 없으며, 느긋하게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도 지루하지 않다. 열차나 버스의 김 서린 창가에 기대면 지나간 시간과 다가올 일에 대해 생각하는 게 어색하지 않다. 곳곳에 쌓인 하얀 언덕 뒤로 숨은 풍경을 바라본다. 볼이 빨개진 아이들은 눈 더미 속에서도 추운 줄 모르고 뛰논다. 어른들은 집 앞에 쌓인 눈을 쓸어 내느라 분주하다. 모두들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 계절을 살고 있다. 겨울 나라의 하루하루는 한 해의 끝이나 시작을 바라볼 수 있어 좋다.

 

일단 삿포로역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와 트윙클 플라자를 이용하자. 인포메이션에서는 영어와 간단한 한국어가 통한다. 각종 언어로 된 통합 관광정보는 물론 시즌, 도시 별로 즐길 수 있는 관광 팸플릿을 얻을 수 있다. 남동쪽과 북서쪽 출구에 각각 위치한 ‘트윙클 플라자(Twinkle Plaza)’에서는 JR을 이용해 떠날 수 있는 다양한 여행 프로그램이 있다. 연계된 호텔, 유람선, 렌터카, 옵션 상품 등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상담과 예약이 한 번에 가능하다. 11월부터 3월까지 이어지는 겨울엔 실내외 온도 차가 크므로 옷을 겹쳐 입는 게 편하다. 방수 부츠와 목도리, 장갑도 꼭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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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기 관광 프로그램

 

반일, 하루 등의 코스로 주요 관광 스폿을 버스로 다녀올 수 있다. 새하얀 풍경을 차창 밖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 홀연해지는 기분이 든다. 어디를 가든 한적하고 이국적이다. 일정에 따라 식사와 가이드가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인터넷으로 2달 전부터 예약할 수 있으며, 중앙버스(Chuo Bus)는 삿포로역 ESTA 건물 2층에 위치한 창구에서 구매할 수도 있다. 오타루, 아사히야마 동물원, 온천, 시코츠코 얼음 축제, 빙어 낚시, 스노모빌, 삿포로 시내 1일 관광 등이 인기가 있다. 대부분의 투어에 다국어 서비스를 제공하며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 추오버스 - //www.chuo-bus.co.jp/sightseeing
* 홋또버스 - //www.hotbus.co.jp/

 

스키와 스노보드

 

삿포로의 스키장은 언제나 새로 내린 눈이 쌓여 매일같이 파우더 스노 위를 활주할 수 있다. 도심에서 가까우면서도 슬로프가 여러 곳으로 분산되어 인적도 드물다. 저렴한 가격에 대자연의 품속에서 스키와 보딩을 즐겨 보자. 겨울이 되면 해외에서 많은 이들이 방문한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건 어린아이들이다. 산 정상의 꼭대기에서 멋지게 활강하는 홋카이도의 초등학생들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질 지경이다. 3~5km의 파노라마 코스에서는 경사가 낮아 아이와 함께라도 안심이며, 오랜 시간 경치도 감상할 수 있다. 절로 탄성이 나온다. 상급자라면 숲 사이로 길을 개척하며 내려오는 익스트림 코스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 테이네 스키장: 열차와 버스, 렌탈과 4시간 리프트권을 포함한 세트가 6,430엔이다. JR 역 창구에서 판매한다.
* 코쿠사이 스키장: 조잔케이 온천 근처에 있어 온천도 즐길 수 있다. 스키장은 왕복 버스와 리프트 및 렌탈 1일권이 8,600엔이다. 삿포로역 트윙클 플라자에서 살 수 있다.
* 키로로 스키장: 요이치의 리조트에 있다. 삿포로역 버스터미널 15번 창구에서 왕복 버스, 7시간 리프트권, 렌탈 세트를 7,600엔에 판매한다.
* 삿포로 도심 스키장 안내

//www.welcome.city.sapporo.jp/special/feature_article/ski_resorts/?lang=ko

 

겨울 레포츠

 

홋카이도의 각지에서 겨울 레포츠에 몸을 맡겨 보자. 빙어낚시와 스노모빌, 개썰매 등은 가족 단위로도 가볍게 즐길 수 있다. 활동적으로 움직이고 싶다면 카누, 걷는 스키, 컬링, 눈 속 승마, 유빙 워크 등이 마련되어 있다. 셔틀이나 택시로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옵션도 가능하다. 도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겨울과 하나가 되는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홋카이도 체험 - //h-takarajim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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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송인희

홋카이도의 매력에 흠뻑 빠져 삿포로에서 살고 있다.
새로운 언어와 문화, 일상을 여행한다.
먹고 마시는 것과 사소한 순간을 좋아하며, 종종 글자를 읽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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