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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번을 흔들려도 견뎌야 하는 시간, 어쨌든 그게 중년(中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로버트 킨케이드(클린트 이스트우드)
프란체스카의 손가락은 결국 문고리를 잡아당기지 못한다. 평생의 사랑인지를 확신하기에 나흘이 너무 짧아서? 가족을 버릴 수가 없어서? 아니다. 그녀는 이미 너무 여러 가지를 알고 있어서다. ‘환’과 ‘멸’ 사이는 그다지 멀지 않다는 것, 어떤 아름다운 환상도 필연적으로 환멸이 되고야 말리라는 것을.
사랑은 언제든 온다. 이 말은 사람은 계속 살아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쉰에도 예순에도 새로운 사람에게 가슴 떨릴 수 있음을 쉽사리 이해하는 스무 살은 없다. 책 제목처럼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되는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어른이 된 지금,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어른 역시 매일매일 천 번씩 흔들린다는 것. 쉰 살도 예순 살도 흔들린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흔들린 뒤 스스로 환멸스러워진다는 것? 내가 어른이 되었다고 느낀 것도, 이 환멸의 씁쓰름한 맛을 알게 된 뒤부터다. ‘환멸’은 꿈이나 환상이 깨졌을 때 느끼는 괴롭고 속절없는 감정을 뜻하는 단어이다. ‘환(幻)’과 ‘멸(滅)’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가 흔들리면서도 변함없이 오늘을 살아가는 이유는 우주의 영역에 속하는 그 비밀을 조금이나마 염탐해내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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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서울 출생으로 단편 「낭만적 사랑과 사회」로 2002년 제1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왔다. 이후 단편 「타인의 고독」으로 제5회 이효석문학상(2004)을, 단편 「삼풍백화점」으로 제51회 현대문학상(2006)을 수상했다. 작품집으로 『낭만적 사랑과 사회』『타인의 고독』(수상작품집) 『삼풍백화점』(수상작품집) 『달콤한 나의 도시』『오늘의 거짓말』『풍선』『작별』 등이 있다.
<로버트 제임스 윌러> 저/<공경희> 역10,800원(10% + 5%)
90년대 들어와서 '제2의 러브스토리'라고 찬사를 받던 로버트 제임스 윌러의 그 유명한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개정판이다. 실재하는 얘기를 바탕으로 소설로 엮어낸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