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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도, 가족도 잃은 한 남자의 외로운 투쟁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의 미하엘 콜하스(매즈 미켈슨)
소송을 하기로 결정한 미하엘 콜하스는 그 지역을 다스리는 공주에게 소송장을 내러 간다. 그 대신 떠난 아내는 싸늘한 시체로 돌아온다. 그리고 하나 뿐인 어린 딸의 목숨을 담보로 위협을 해온다. 불의의 공권력이 저기 있다. 나는 정당하고 억울하다. 자,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유난히 선택을 못 하는 인간이다. 결단의 순간을 미루고 또 미루며, 내 몸과 영혼이 온전히 한쪽 길로 접어드는 일을 번번이 회피하며 살아왔다. 하나를 선택하면 필연적으로 포기해야 하는 또 하나의 길이 아쉬워서는 아니다. 구태여 짐작하자면 아마도, 선택과 동시에 내 어깨 위에 오롯이 떨어질 책임의 무게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책임을 내가 과연 짊어지고 걸어갈 수 있을까, 라는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그건 다시 말하면 아무 것도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아무 것도 책임지지 않는 현재의 상태를 만끽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영원히 아무 것도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모두 그런 평안한 안식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면. 그러나 죽은 뒤라면 모를까, 사는 동안 그것은 가당치 않은 바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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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서울 출생으로 단편 「낭만적 사랑과 사회」로 2002년 제1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왔다. 이후 단편 「타인의 고독」으로 제5회 이효석문학상(2004)을, 단편 「삼풍백화점」으로 제51회 현대문학상(2006)을 수상했다. 작품집으로 『낭만적 사랑과 사회』『타인의 고독』(수상작품집) 『삼풍백화점』(수상작품집) 『달콤한 나의 도시』『오늘의 거짓말』『풍선』『작별』 등이 있다.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저/<황종민> 역12,600원(10% + 5%)
오늘날 독일 문학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손꼽히는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중단편소설집 『미하엘 콜하스』가 창비세계문학 14번으로 출간됐다. 이 작품집은 표제작 「미하엘 콜하스」외에 「O.후작 부인」, 「칠레의 지진」, 「싼또도밍고 섬의 약혼」「로까르노의 거지 노파」「주워온 자식」「성 체칠리아 또는 음악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