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이적을 잊고 살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의 음악을 잊고 살았다. 전작 솔로 4집 <사랑>은 다소 평이한 어쿠스틱 러브송으로 반짝거리는 그의 재능을 퇴색시켰고, 최근 들어서는 음악이 아니라 ‘연예인 이적’의 모습이 더 부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3년 만에 나온 신작은 ‘아티스트 이적’의 위상과 능력을 상기시키며, 음원차트와 음악프로그램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이적의 음악은 달랐다. ‘패닉’ 때부터 파격적인 실험과 진지한 탐구를 통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음악 경지를 만들고, ‘긱스’, ‘카니발’, ‘처진달팽이’로 음악의 적(籍)을 전방위적으로 두기도 했다. 세월이 지나고, 나이가 들자 특유의 비범함과 캐릭터도 점점 편안하고 소프트해졌다. 하지만 이번 신작에서는 ‘상투적인 음악은 의식적으로 뺐다’고 밝힐 정도로 자신의 개성을 증폭시켰다. 「누가 있나요」, 「뭐가 보여」, 「병」 등에서 디지털 사운드를 배치해 표현 영역을 최대한 넓히고, ‘외로움’이라는 가장 어두운 내면을 분출시킨다.
이적의 적(敵)은 이젠 이적 자신이다. 이적은 독창적인 스토리나 가사로 상상력을 자극하고, 이를 긴장감 있게 전달할 줄 안다. 게다가 특별한 장르적인 구획 없이 마음을 솔깃하게 하는 악보를 써내려가는 우리나라의 몇 안 되는 아티스트다. 오랜만에 내놓은 신작에서는 앨범이라는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는 자신의 강점을 모두 압축시켜 놓았다. 그러다보니 약간은 어색하고 돌출돼 보이는 트랙도 존재한다. 타이거JK와 함께 협업한 일렉트로닉 곡 「사랑이 뭐길래」는 그가 트랜드에 도전했다는 것. 그리고 「뜨거운 것이 좋아」는 패닉 시절의 활기를 되찾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의미를 떠나 음악과 직접 마주하면 타이거JK와의 만남은 ‘도전을 위한 도전’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며, 「뜨거운 것이 좋아」의 너무나 극적인 가사는 오히려 감정 몰입을 방해한다. 「숨바꼭질」도 댄서블한 비트에 슬픈 가사를 숨겨놓은 ‘반어적인 의도’는 흥미롭지만 상반되는 두 감정의 시너지가 크진 않다. 의도와 의미가 마음을 울리는 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이적은 성공한 뮤지션이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눈물겨운 세대라면 성장기에 이적의 노래가 준 영향력을 크게 부정하진 못할 것이다. ‘히어로’로 군림해온 뮤지션은 (특히 그에 대한 충성도가 높았을수록) 해결해야 할 큰 숙제가 있다. 바로 자신이 노래하는 ‘의식’과, 결혼이나 성공에 따른 ‘윤택한 생활’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납득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이적은 인간이라면 겪을 본질적인 고통, ‘고독’을 화두로 던져 대중과의 심리적 거리를 줄이고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이적의 <5집>의 ‘의미’는 여기에 있다.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이적은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이다. 한국의 대표적 싱어-송 라이터로 100여곡이 넘는 노래들을 발표하였고 그 가사들을 통하여 그 어떤 이야기보다도 절절하게 대중을 휘어잡기도 했었고 [그 어릿광대의 세 아들들에 대하여]와 같은 노래로 노래 안에 스토리를 담기도 했었다. 그의 책 『지문 사냥꾼』은 그의 홈페이지 [夢想笛-leejuck.com]에 올리던 단편적인 이야기를 묶어낸 것으로 그는 이미 자신의 음악팬들처럼 홈..
서른둘 젊은 호스피스 간호사의 에세이. 환자들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며 겪고 느낀 경험을 전한다. 죽음을 앞둔 이들과 나눈 이야기는 지금 이순간 우리가 간직하고 살아야 할 마음은 무엇일지 되묻게 한다. 기꺼이 놓아주는 것의 의미, 사랑을 통해 생의 마지막을 돕는 진정한 치유의 기록을 담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