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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가쁜 공허함 속 RM이 전하는 위로
RM(알엠) 'Indigo'
RM의 정규 음반 <Indigo>에는 인간 김남준의 생각과 사고가 빼곡하게 적혀있다. 팝 스타로서 느끼는 외로움과 불안함, 혹은 평온한 일상의 필요성과 타인에게 전하는 위로가 동시에 교차하는 식이다. (2023.02.08)
말하고자 하는 욕망과 전하고자 하는 욕심이 가득하다. 2022년 방탄소년단의 단체 활동 중단 선언 이후 내놓은 리더 RM의 정규 음반 <Indigo>에는 인간 김남준의 생각과 사고가 빼곡하게 적혀있다. 팝 스타로서 느끼는 외로움과 불안함, 혹은 평온한 일상의 필요성과 타인에게 전하는 위로가 동시에 교차하는 식이다. 지난 솔로작 <Mono.> 역시 직접 가사를 쓰며 '나'를 적극 드러냈지만 이번 음반만큼의 '듣는 맛'은 부족했다. 전작이 모노톤의 단조로운 사운드를 바탕으로 감정을 토해냈다면 신보는 적소에 록, 일렉트로닉, 포크 등을 배치해 듣는 즐거움을 높였다.
이 같은 장르의 다양성은 'Still life', '건망증', '들꽃놀이'와 같은 트랙에서 빛을 발한다. 펑키한 힙합곡 'Still life'는 클랩 사운드, 관악기 등을 밀도 있게 배합해 '94 livin’ in 한남대로 91 look at my 탄탄대로 / 갈 일이 없어 이젠 강남대로 월세 밀린 넌 빨리 당장 방 빼고' 노래하며 스웨그 넘치는 삶을 그린다. 어쿠스틱 기타 반주 위에 포근한 멜로디를 얹은 '건망증'은 자칫 건조할 수 있는 노래에 맑고 청아한 뮤지션 김사월의 보컬과 따뜻한 가사를 엮어 매력을 높이고, 빌보드 싱글 차트 83위까지 오른 록 트랙 '들꽃놀이'는 힘 있는 곡 전개로 작품의 중심을 단단히 묶어낸다.
여러 장르를 끌어왔지만 핵심은 치우치지 않았다는 사실에 있다. 앞서 언급한 <Mono.>를 비롯한 RM의 이전 작품과 슈가(Agust D), 제이홉이 발표한 솔로 음반 등이 강렬한 음악적 이미지 제공에 일차적 목표를 뒀다면, 신보는 음악 청취의 난이도를 낮추고 '이지 리스닝'을 대표 키워드로 내세운다. 그 결과 현재의 상념을 표현한 작품의 메시지가 생생히 귀에 걸린다. 해외 팬들을 고려한 듯 영어 가사로 전반을 채색한 'Closer'가 전형적인 팝송의 부드러움을 따라가고, 날카로운 전자음이 부서지는 'Change pt.2'가 다소 이질적 인상을 전하기는 하나 이를 상쇄할 대중성이 이 음반엔 있다.
월드 스타로 자리매김한 이후 방탄소년단의 음악적 행보는 '대중 지향적'이었다. 'Dynamite', 'Butter', 'Permission to dance', 'Yet to come' 등 근래 그들의 히트곡은 분명 쉬웠고 편했으나, 음악적으로 평이했다. RM의 이번 음반은 쉽고, 편함 사이 적절한 음악성까지 겸비한다. 정신없이 바쁜('Hectic') 삶 속에서 호텔에 혼자 떠 있는 것 같은 외로움('Lonely')을 견디며 살아가는 이 시대 대표 팝 스타가 전하는 이야기가 좋은 음악 위, 쉬운 선율을 타고 전해진다.
"No lookin’ back, no / 이젠 니가 널 지켜줄 거야"
끝 곡 'No.2'의 뒤돌아보지 말고 뮤지션인 '내'가 아닌 '너' 스스로가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는 외침까지 작품엔 선명한 위로가 스친다. 조타를 쥐고 움직일 줄 아는 뮤지션 RM의 현재를 매끄럽게 녹이며 그가 지닌 음악성, 대중 감각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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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