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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 아늑한 프렌치 록의 대표 주자
피닉스(Phoenix) 'Alpha Zulu'
2000년대 록 음악계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켰던 파리지앵들은 고유의 작법으로 전면전을 펼쳤다. 음반엔 베테랑들의 능수능란한 프로듀싱 감각과 숙련도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2023.01.18)
프랑스 국가 대표 록밴드 '피닉스'는 아름다움을 연주한다. 1980년대 팝 록 사운드에 일렉트로니카를 엮은 데뷔작 <United>로 데뷔와 동시에 두각을 나타내고, <Wolfgang Amadeus Phoenix>에서는 수려한 멜로디 라인을 앞세워 빈티지 질감과 세련미를 아울렀다. 신스팝과 디스코를 부드럽게 저울질한 <Ti Amo>까지 지난 20여 년간 정립한 우아한 프렌치 스타일은 비좁은 록 시장에서도 찬란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형형색색의 디스코그래피를 구축한 밴드에게 2019년은 중요한 분기점이다. 사반세기 커리어 주요 순간마다 방향키를 나눠 잡고, 음반을 공동 지휘한 핵심 프로듀서 '필립 자르'가 세상을 떠나고 머지않아 코로나19로 인한 초유의 봉쇄령이 내려진다. 동료 뮤지션 이상의 친구를 잃은 네 멤버는 상실감을 안고 루브르 박물관 내 팔레 뒤 루브르 스튜디오로 장소를 옮겨 조력자의 부재를 채워나간다.
자체 프로듀싱을 거친 5년 만의 신보는 순수한 태도를 간직한다. 유머러스한 'Alpha zulu'의 고동치는 리듬은 전작 <Ti Amo>의 그루브를, 뱀파이어 위켄드의 에즈라 코에닉이 힘을 보탠 'Tonight'의 캐치한 베이스 라인은 <Wolfgang Amadeus Phoenix>를 각각 소환한다. 빈티지 감성의 신스록 넘버 'The only one'은 초기 작풍을 이식했다. 자글거리는 기타 리프와 파스텔 톤 신시사이저가 주조한 선율이 친숙하면서도 신선한 양가의 감정을 부른다. 구성원들의 연륜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포근하게 과거를 망라한 앨범은 뉴웨이브 사운드와 소프트 록의 매끈한 프로덕션 아래 배열의 미학을 품는다. 'After midnight'로 템포를 끌어 올린 직후, 차분하게 호흡을 고르고(Winter solstice), 반짝이는 신시사이저(Artefact)를 앞세워 분위기를 환기한다. 후반부엔 힙합 요소를 가미한 스타카토 비트의 'All eyes on me'가 다시 한번 드라이브를 걸어 곡조를 전환하는 등 변칙적인 구성이 익숙한 악풍에서 새어 나오는 기시감을 상쇄한다.
2000년대 록 음악계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켰던 파리지앵들은 고유의 작법으로 전면전을 펼쳤다. 음반엔 베테랑들의 능수능란한 프로듀싱 감각과 숙련도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고인이 된 파트너의 빈자리를 자생력을 끌어올려 메웠고, 그간 그룹을 지탱해온 유려한 사운드 메이킹을 충실히 구현했다. 스타일의 다변화라는 창작자의 숙명을 거슬러 아늑한 분위기를 조성한 <Alpha Zulu>는 여전히 흡인력이 깃들어 있는 프렌치 록 대표 주자의 매끈한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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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