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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원, 잔잔한 흐름 속 목소리들의 조화
박혜원(HYNN) 'First Of All'
타고난 재능과 자만하지 않는 치열한 연습량, 자연스레 뒤따라오는 기량 상승의 흔적은 여전하다. 고군분투하며 형태를 잡아가는 원석의 제련 과정이 다소 투박해도 영롱히 빛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23.01.18)
<슈퍼스타 K> 마지막 시즌 당차게 등장한 소녀는 감정에 북받쳐 열정의 한풀이를 토해냈다. 본인의 간절한 이야기를 투영한 'Stand up for you'와 'Higher'에 시청자는 매료되었고, 스스로 쟁취한 무대에 올라선 후에도 박혜원은 우직하게 재능을 갈고 닦으며 진정성을 재차 입증해왔다. 활동명을 변경한 흰(HYNN)은 마침내 '시든 꽃에 물을 주듯'을 차트 정상에 올려놓으며 손승연과 에일리를 잇는 차세대 보컬리스트로 우뚝 올라섰다.
큰 족적을 남긴 대표곡이 전력 질주였다면, 대척점에 선 정규 1집 <First Of All>은 산뜻한 산책에 가깝다. 양파와 함께 포문을 연 'Sweet love', 어린이 합창단이 코러스를 얹은 '기적' 모두 성대에 힘을 빼며 편안한 환경을 조성하고, 카더가든과 발맞춘 '내 사랑'도 노래의 기술적인 측면보다 안정적인 듀엣에 초점을 맞춘다. 가창력의 진검승부 대신, 잔잔한 흐름 속 여러 조력자와 함께 목소리의 합(合)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다.
매끄러운 조화(調和)가 인상적인 '이별이란 어느 별에'는 이 전략의 실효성을 어느 정도 보증한다. 파열음으로 강한 타격감을 선사하는 래퍼 조광일과의 협업은 꽤나 난이도가 높은 작업이었을 테지만, 요점을 잘 짚었다. '처절한 분출'이라는 감정의 전달 방식을 공유한 둘은 밀려드는 현악기 선율 위 공존에 성공한다. 조광일만큼 독특한 색채를 지닌 인물과도 교집합을 그려낼 수 있다는 융합력,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한 성실한 태도를 증명한 순간이다.
앞선 전개와 달리 홀로 이끌어가는 후반부는 혼란스럽다. 앨범의 뜻을 한 데 모을 응집력있는 메시지가 부재하고, 서로 다른 분위기의 트랙들도 동상이몽 중인 탓이다. 단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긴박하게 치닫는 '결승선'은 대체로 부드러운 질감의 신보에 융화되지 못한다. 전반부와 유사한 방향을 그리고 있는 '그만할래, 이별하는 거'도 피아노 반주 위 독백하는 구조가 오디션 프로그램 예선과 같은 기시감을 불러일으키며 일체감을 가로막는다.
군데군데 성과가 뚜렷함에도, 잠재된 표현력과 가창력을 표출하기에 <First Of All>은 비좁고 무디다. 데뷔 후 4년간 꾸준히 발전한 모습을 보여온 흰(HYNN)의 정식 출사표치고 그렇다는 것. 타고난 재능과 자만하지 않는 치열한 연습량, 자연스레 뒤따라오는 기량 상승의 흔적은 여전하다. 고군분투하며 형태를 잡아가는 원석의 제련 과정이 다소 투박해도 영롱히 빛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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