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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이의 진짜 영화
쎄이(SAAY) 'S:inema'
흐릿한 톤의 과거 회상을 옴니버스식 서사로 구성한 이번 음반은 <S:inema>라는 제목처럼 영화적인 상징이 가득하다. 보너스 트랙까지 총 스무 곡이 넘게 수록된 작품인데도 긴장감이 끊이지 않고 흐르는 것은 흩어진 이야기를 하나의 중심으로 꿰어내는 것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2022.11.30)
알앤비 보컬의 강자 쎄이(Saay)의 두 번째 정규 앨범이다. 흐릿한 톤의 과거 회상을 옴니버스식 서사로 구성한 이번 음반은 <S:inema>라는 제목처럼 영화적인 상징이 가득하다. 보너스 트랙까지 총 스무 곡이 넘게 수록된 작품인데도 긴장감이 끊이지 않고 흐르는 것은 흩어진 이야기를 하나의 중심으로 꿰어내는 것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에 각각의 곡들을 따로 들을 때보다 음반 전체를 한 번에 들을 때 더 근사하다.
낭만적인 로켓 과학자의 스피치를 샘플링한 트랙 'Everything comes n goes'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슬픔을 신비롭게 승화해낸 'Interstellar'의 서사 연결도 흥미롭지만 바로 다음 트랙 'Talk 2 me nice'와의 부드러운 음악적 접합이 더 눈에 띈다. 트랙 간의 세심한 연결을 중시하는 건 전작 <Claassic>에서도 자주 보였던 모습이다. 자전적인 가사로 볼 때 쎄이의 풀 렝스 앨범에 대한 노력은 그가 자신의 삶을 일관적으로 해석하려는 의지와 닿아있다.
백현의 'Bambi', 에스파의 'Yeppi yeppi'등의 곡에 참여하며 현업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곡가이기도 한 만큼 멜로디를 구성하는 능력이 현란하다. 다만, 쎄이가 작업한 다른 가수의 노래들과 본인의 이름을 내건 음악에는 얼마간의 차이가 있다. 전자의 음악에선 대중이 쉽게 좋아할 만한 쉬운 선율이 귀에 감기도록 연출했다면, 본인의 앨범에선 그 중심을 사운드와 연주력을 돋보이게 하는 것에 둔다. 때문에 알앤비 장르에 익숙한 이들에게만 과녁을 겨누는 모양새가 되는데, 이는 대중성의 측면에서는 약점이지만 대중성과 예술성의 어설픈 균형보다는 낫다.
그도 그럴 것이 쎄이의 연주력은 한국의 알앤비 신에 있는 다른 선배 아티스트들과 비교해도 도드라지는 수준이다. 날카로운 비음과 기민한 음정 이동 기술로 예측을 조금씩 벗어나며 새로운 느낌을 주는 그의 기술 정도면 충분히 강조하고 싶은 욕심이 생길 만하다. 누아르 수작과 같은 제목의 곡 'Sin city'와 발음 운용이 돋보이는 'Alarm'에서 확인할 수 있듯, 그는 현재 한국에서 유행하는 전형적인 보컬의 패턴을 거부하고 특색 있는 발음과 꾸밈음으로 노래를 장식한다.
음악을 재생하면 '켈라니나 헐' 같은 뮤지션들이 잠깐 머릿속에 스치긴 하나, 쎄이가 본토의 알앤비를 그저 모방했다고 하기엔 집요하다 싶은 정도의 정교함과 진정성 있는 가사를 설명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눈이 가는 점은 싱글과 EP, 정규 앨범을 가리지 않는 꾸준한 작업량과 그럼에도 높은 퀄리티를 매번 유지하는 성실함이다. 이제는 실력 있는 알앤비 가수의 궤도에 올라탔으니 어쩌면 쎄이의 진짜 영화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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