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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스위프트 이름으로 내거는 아티스트의 야망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Midnights'
그래미 올해의 앨범상을 세 차례 받은 현재 진행형 전설의 10번째 정규 앨범 <Midnights>이 그려낸 푸른 가을밤엔 고독과 몽환이 맴돈다. (2022.11.16)
실로 야심 차다. 깊이 있는 포크 음악으로 작품성을 인정 받았던 <folklore>와 인디 록의 풍모를 지닌 <evermore>로 2020년을 휩쓸더니, 다음 해엔 십 대 시절 발표했던 <Fearless>와 중기를 대표하는 앨범 <Red>를 테일러의 버전(Taylor's Version)이란 부제를 달아 재발매했다. 10분이 넘는 'All too well (10 minute version)'은 자기 주도를 향한 일종의 선언. 감정에 관한 서사와 그에 상응하는 사운드로 콘셉트 앨범 적 성향이 짙은 신보 또한 장르의 스펙트럼과 음악적 깊이가 병존한다.
그래미 올해의 앨범상을 세 차례 받은 현재 진행형 전설의 10번째 정규 앨범 <Midnights>이 그려낸 푸른 가을밤엔 고독과 몽환이 맴돈다. 전반적으로 어쿠스틱한 <folklore>와 <evermore>와 달리 1980년대의 신스팝을 토대로 칠 아웃과 드림 팝의 영역까지 뻗어나갔지만 때로 기악의 비중이 목소리를 압도했던 과거의 전자 음악과 달리 가창의 주도권을 잃지 않았다.
복고적인 사운드가 앨범 전체에 감돈다. 전자음의 무드 조성으로 라운지 뮤직의 성격을 띄지만, 레니 크라비츠의 딸로도 잘 알려진 배우 겸 뮤지션 조 크라비츠(Zoe Kravitz)의 코러스가 빛나는 'Lavender haze'와 과거 지향적 리듬 트랙의 'Anti-hero'가 흡인력 있다. 신시사이저의 너른 활용으로 한밤의 블루(Blue)를 그려냄과 동시에 직전 작품들과의 대비 효과도 모색했다.
특유의 가감 없는 표현법은 신보에도 적용된다. 만남과 이별의 여과물은 '나는 요즘 복수를 위해 화려하게 치장해(Lately I've been dressing for revenge)'라는 'Vigilante shit'과 디스 송 'Karma'처럼 직설적으로 드러나지만, 힙스터 여왕 라나 델 레이와 공연한 'Snow on the beach'처럼 허공에 부유하기도 한다. 어두운 앨범 안에서 'You're on your own, kid'와 'Bejeweled'는 테일러 특유의 밝은 에너지를 선사한다.
영혼의 단짝인 그룹 펀 출신 프로듀서 잭 안토노프와 지향점이 명확한 사운드를 구축했고, 해당 장르의 소화력을 증명했다. 준수한 트랙들의 연속에도 테일러의 이름이 내거는 보편성이 장르의 심연에 가닿지 못해 신스팝 걸작으로 칭하기 망설여지나 아티스트의 긍정적 자의식과 야망을 다시금 목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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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