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놀이터

케플러의 청량한 여름맞이

케플러(Kep1er) <Doublast>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다양한 악기와 장르 변형을 통해 주어진 테마를 소화했다는 점에서 향후 활동의 잠재력이 발견된다. 수요에 걸맞은 답안을 제시할 수 있는 자가 가진 탄력을 상상해 본다. (2022.07.13)


상업화라는 관점을 제쳐 두면, 시즌 상품은 때로 자본이 개입되지 않는 순수한 경쟁터가 되곤 한다. 기존에 쌓아 올린 브랜드나 커리어라는 환경보다도 주어진 계절 활용이 우선이기에, 어떠한 그룹이라도 동등한 조건 하에 맞붙을 수 있는 투명한 격전지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 한 신인의 참전 소식이 놓인다. 청량감과 상큼함의 연쇄 폭발, 보편적인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여름 음반'을 겨냥한 케플러의 <Doublast>다.

비교적 커리어가 적은 그룹인 만큼, 부차적인 역할을 겸하기 위한 노력이 여실히 드러난다. 시원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다섯 개의 트랙과 더불어, 전격적인 작곡진의 교체에도 데뷔작 <First Impact>의 활력을 고스란히 이식하려는 작법과 기존 서사에 맞춰 '여정을 떠나는' 주제의 가사. 앨범은 결코 스쳐 가는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듯 당당하게 연결 고리를 이어가며 본인이 두 번째 명찰임을 공고히 가리킨다.

괄목한 레퍼런스는 전작의 'Wa da da'에서 'Mvsk' 순으로 선보인 바 있는 성공적인 두괄식 배치다. 리드미컬한 스트링이 휘몰아치는 'Up!'이 일렉트로 팝의 질료와 속도감을 스프링클러처럼 사방으로 소리를 퍼트리며 이목을 끌면, 뒤이어 등장하는 'Le voya9e'는 주변음을 없앤 뒤 '뱃놀이 / 물놀이 / 파도소리' 등 콘셉추얼한 노랫말을 읊조린다. 쉽고도 확실한 피력 방식이다. 후자의 경우 언뜻 오마이걸의 'Dear you'의 잔상이 스치기도 하지만, 시선을 끈 뒤 정착시키는 순서만큼은 손색이 없다.

이후 수록곡은 일반적인 찬조 출연에 그친다. 상쾌한 텍스처로 얼룩져 있지만, 하이라이트 구간에서 급발진을 가하는 'Attention'과 그 반대로 정적인 분위기를 가져오는 'Good night'는 독특한 완급 이상의 의의를 부여하지 못한다. 서정적인 피아노로 휴가의 마침표를 찍는 'Rewind' 역시 무던한 구성 탓에 여운을 크게 얻기 어렵다. 여름 음반으로는 납득 가능한 작풍과 구성임에도, 곡 자체의 개성으로는 다가오지 않는다.

하늘을 뒤덮은 혜성처럼 폭격을 가하던 <First Impact>만큼의 강력한 자기 어필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악기와 장르 변형을 통해 주어진 테마를 소화했다는 점에서 향후 활동의 잠재력이 발견된다. 수요에 걸맞은 답안을 제시할 수 있는 자가 가진 탄력을 상상해 본다. 그 뜻인즉슨, 이제 정체성 확보에 조금 더 주력한다면, 어떠한 제시어를 마주하더라도 무궁무진하게 날아오를 수 있는 비행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뜻이 아닐까.



Kep1er (케플러) - 미니앨범 2집 : DOUBLAST [버전 2종 중 1종 랜덤 발송]
Kep1er (케플러) - 미니앨범 2집 : DOUBLAST [버전 2종 중 1종 랜덤 발송]
케플러
Stone Music EntertainmentWAKEONE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 <케플러>

    15,600원(19% + 1%)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 <케플러>

    15,600원(19% + 1%)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AI, 전혀 다른 세상의 시작일까

유발 하라리의 신작. 호모 사피엔스를 있게 한 원동력으로 '허구'를 꼽은 저자의 관점이 이번 책에서도 이어진다. 정보란 진실의 문제라기보다 연결과 관련 있다고 보는 그는 생성형 AI로 상징되는 새로운 정보 기술이 초래할 영향을 분석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한국 문학의 지평을 더욱 넓혀 줄 이야기

등단 후 10년 이상 활동한 작가들이 1년간 발표한 단편소설 중 가장 독보적인 작품을 뽑아 선보이는 김승옥문학상. 2024년에는 조경란 작가의 「그들」을 포함한 총 일곱 편의 작품을 실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들과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한 권에 모두 담겨 있다.

주목받는 수익형 콘텐츠의 비밀

소셜 마케팅 전문가 게리 바이너척의 최신작. SNS 마케팅이 필수인 시대, 소셜 플랫폼의 진화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을 위한 6단계 마케팅 전략을 소개한다. 광고를 하지 않아도, 팔로워 수가 적어도 당신의 콘텐츠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

삶의 끝자락에서 발견한 생의 의미

서른둘 젊은 호스피스 간호사의 에세이. 환자들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며 겪고 느낀 경험을 전한다. 죽음을 앞둔 이들과 나눈 이야기는 지금 이순간 우리가 간직하고 살아야 할 마음은 무엇일지 되묻게 한다. 기꺼이 놓아주는 것의 의미, 사랑을 통해 생의 마지막을 돕는 진정한 치유의 기록을 담은 책.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