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특집 인터뷰 - 김키미의 퍼스널 브랜딩
책읽아웃 - 이혜민의 요즘산책 (272회)
불안을 해소하려면 내가 나를 잘 알아야 되고, 내가 뭘 원하는지를 알아야 되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알아야 되고, 남의 말을 들으면서 흔들리지 않는 심지가 있어야 되잖아요. (2022.07.13)
이혜민 : 오늘은 특집 인터뷰 첫날인데요. 새로운 게스트가 제 앞에 앉아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김키미 : 안녕하세요. 김키미입니다.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를 썼고요, 회사에서는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고 있고, 회사 밖에서도 나의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키미'라고 합니다.
이혜민 : ‘오나브’ 소개하는 방송 혹시 들으셨나요?
김키미 : 책보다 재밌더라고요. 제가 그때 통영 여행을 하는 중이었고, 비진도라는 섬 민박집에서 혼자 누워서 틀었는데요. 사실, 여행 감성과 좀 다르고 퍼스널 브랜딩은 너무 일상 가까이에 있으니까 지금 듣는 게 맞을까 싶었는데 켜자마자 몰입해서 들었어요.
이혜민 : 여행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셨죠? 요즘에는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요?
김키미 : 요즘은 바쁜 와중에 어떻게든 요리를 해먹으려고 사는 사람이에요. 일상에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거기에 매몰되거나 이랬을 때 요리를 못하고 있으면 불행한 거예요. 그러니까 어떻게 해서든 그 시간을 사수하려고 노력해요.
이혜민 : 책이 처음 출간된 게 2021년 4월이죠. 이 책을 쓰면서 퍼스널 브랜딩에 대해 키미 님만의 차별점으로 생각하신 게 있었나요?
김키미 :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키워드를 직접적으로 내미는 책이 많진 않았어요. 그리고 하필이면 제가 읽었던 책들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얻기가 어려웠어요. 전문성은 있는 책인데, 그게 너무 논문 같아서 어렵게 느껴지거나 거기에 담겨 있는 예시들이 연예인이 많아서 와 닿지 않거나 프레임만 퍼스널 브랜딩이고 읽어보면 조금 다른 내용인 책들이 많았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더 갈증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런 게 없어서 내가 만든다, 이런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 저는 나를 팔아야 한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쓴 거였는데요. 여기서 핵심이 나를 팔아야 한다가 아니라 불안 해소 쪽이었어요. 불안을 해소하려면 내가 나를 잘 알아야 되고, 내가 뭘 원하는지를 알아야 되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알아야 되고, 남의 말을 들으면서 흔들리지 않는 심지가 있어야 되잖아요. 그래야 불안하지 않잖아요. 그 방법을 책을 쓰면서 하나씩 터득해 나갔던 것 같고 독자분들도 그렇게 느꼈으면 좋겠다는 큰 바람을 가지고 썼더니 그게 차별점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이혜민 : 퍼스널 브랜딩의 실체에 대해서 잘 와 닿는 게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그게 실체화된 느낌이 들었어요.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밑줄을 친 부분이 마케팅과 브랜딩의 차이에 대한 부분일 것 같은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 키미 님께서 조금 더 설명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김키미 : 책에 그렇게 썼죠. 마케팅은 “저는 좋은 사람입니다.”라고 내 입으로 말하는 거고 브랜딩은 “당신은 좋은 사람이군요.”라는 말을 타인으로부터 듣는 거라고요. 마케팅은 내 안에서 발화를 하는 건데, 브랜딩은 타인의 인식 속에서 피어나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이것도 이제 불안의 연장선이죠. 파는 행위만 생각하다 보면 거기에 매몰되고 숫자에 집착하다 보면 원래 가지고 있는 가치가 훼손되기가 쉽잖아요.
이혜민 : 책을 보면 기업들의 브랜드 사례를 분석해서 힌트를 얻고 계시는데 그 이유가 궁금했어요.사실 '퍼스널 브랜딩' 하면 퍼스널 브랜딩 잘하는 사람들 사례를 가져와서 소개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하기 쉽잖아요. 그런데 사람이 아니라 브랜드를 선택한 이유도 궁금했고, 그 브랜드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는지도 궁금하더라고요.
김키미 : 인물을 브랜드로 찾다 보면 아무래도 인플루언서들을 보게 되는데, 인플루언서는 브랜딩을 잘 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퍼스널 브랜딩을 잘 쌓는 과정을 거쳐서 대중의 사랑까지 얻게 된 아주 좋은 케이스이죠. 그런데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을 수도 있지만, 제가 아무리 잘 분석해도 결과를 보면 부러워하기 마련이잖아요. 독자들이 결과만 부러워하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어요. 저는 과정하고 결과를 나눠서 봤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제 입장에서는 이 책이 나를 브랜딩하는 방법을 찾고 싶어서, 불안을 해소하고 싶어서 쓴 실험 노트인데 독자들이 봤을 때는 퍼스널 브랜딩의 입문서 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한 단어로만 축약해서 말하면 퍼스널 브랜딩 입문서라고 하겠지만, 읽고 나서 내가 어떤 마인드로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나는 어떤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어. 저 사람처럼 되고 싶어.”가 아니라 “나는 이런 삶의 태도를 가지고 싶어.” 그런 질문 하나가 나오면 적당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굳이 인물을 선정하지 않았던 거고요. 인물을 말하더라도, 기업 브랜드 창업자 이야기를 할 때 그 사람들이 시작하는 시점, 배경을 얘기했어요. 그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니까요. 과정을 알면 거기서 배움이 있으니 거기까지만 남기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기업 브랜드를 선택할 때는 첫 번째는 제가 잘 알고 좋아하는 브랜드, 이건 당연한 것 같고 두 번째는 저만 잘 아는 브랜드가 아니라 대중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브랜드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선정한 브랜드 리스트가 목차에 나오는데, 목차가 이 책을 구매 결정하는 요인이 될 테니까요. 그래서 알 만한 브랜드를 선정하려고 노력했고, 세 번째는 지금 반짝하고 사라지는 트렌디한 브랜드가 아니라 향후 5년이 지나도 망하거나 망가지지 않을 브랜드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생각했는데 마지막 편에 클럽 하우스를 제가 선택하면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맞았죠. 그렇게 빠르게 떴다가 빠르게 사라질 줄은 몰랐네요.
이혜민 : 책이 나오고 나서 1년이 좀 넘는 시간이 흘렀잖아요. 그 사이에 담지 못했는데 담을 걸 그랬다 아쉽거나 새롭게 알게 돼서 2편이 나오면 담고 싶은 브랜드가 혹시 있나요?
김키미 : 일단 2편은 안 나올 거지만 저는 요즘 ‘어글리어스마켓’이라는 브랜드가 아주 좋아요. 일단 브랜드에 대해서 얘기를 해야 될 것 같은데 이름 그대로 못생긴 채소들, 못생겨서 상품 가치가 낮은 채소들을 구출해서 보내주는 구독 서비스인데, 제가 요리를 좋아하기도 하고 채식 지향을 하기도 하니까 여기서 보내주는 채소들이 제 삶을 아주 윤택하게 해주고 있어요. 그래서 만족도가 되게 높은데, 그렇게 나를 만족시키는 브랜드는 여러 가지 있지만, 이 브랜드가 좋다고 생각했던 이유는요, 우리가 구독 서비스의 시대에 살고 있고, 세상을 조금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데 일조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잖아요. 이러한 시대적인 흐름에 너무 부합하는 서비스인 거예요.
그래서 이 서비스를 발견했을 때 저의 10년 전이 떠올랐는데 10년 전에 저는 웹 기획자였고 웹 에이전시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클라이언트사의 피티를 하면 그렇게 서브스크립션이라는 아이디어가 꼭 들어갔어요. 우리나라는 아직 구독 서비스가 정착하지 않았고, 외국에서는 그런 게 흥한다는 얘기만 듣고요. 이커머스 대기업들도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어떻게든 서브스크립션의 아이디어를 넣어서 피티를 가져가면 그걸로 인하여 피티는 성공을 했으나 실제로 프로젝트에 들어가면 이 서브스크립션 아이디어만 쏙 빠지고 프로덕트가 나오는 거예요.
그 당시에는 소비자들이 구독 서비스를 과연 할까? 그리고 구독 서비스를 하려면 자기 카드를 등록해 놓고 돈이 빠져나가게 해야 되는데, 그것에 대한 신뢰를 확보할 수 있나?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매하고 싶은 상품군을 구성할 수 있나 이런 허들이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왜 허들이지 싶잖아요. 그런데 그 당시에는 안 될 거야 라는 결론에 이르면서 모두 그 아이디어가 폐기됐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어글리어스마켓을 보면서, 만약에 10년 전에 내가 이 아이디어를 냈으면, 10년 전이더라도 이 아이디어는 통과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다면 10년 전에 내가 냈던 아이디어들은 시대 때문에 선택을 못 받은 게 아니라 내 아이디어가 부족했던 것 같다, 이런 반성을 하게 됐습니다.
*김키미 브랜더. 카카오 브런치에서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고 있다. 퇴사하면 한낱 미물이 될까 두려웠지만, 스스로 브랜드가 되기로 결심한 뒤로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모든 사람이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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