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리뷰 대전] 예스24 도서 MD가 엄선한 이달의 책
<월간 채널예스> 2022년 6월호
‘장애인은 시설을 통해 보호해야 한다.’는 오랜 전제를 되짚어보고, ‘좋은 시설이 즐비하게 늘어선 복지 국가’가 아니라 어떤 시민이든 시설 바깥에서 안전과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상상하게 한다. (2022.06.02)
홍은전 등 저 | 오월의봄
2021년 4월 30일, 한 장애인 거주 시설이 스스로 문을 닫았다. 자발적 폐지로는 한국 사회 최초 사례다. 책은 내부의 비리와 문제를 바로잡는 데 그치지 않고 시설 폐지로까지 나아간 과정을 기록하고 그 의미를 살핀다. ‘장애인은 시설을 통해 보호해야 한다.’는 오랜 전제를 되짚어보고, ‘좋은 시설이 즐비하게 늘어선 복지 국가’가 아니라 어떤 시민이든 시설 바깥에서 안전과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상상하게 한다.
무라나카 리에 저, 이시카와 에리코 그림, 윤수정 역 | 책읽는곰
이 책을 읽는 내내 새삼 마음이라는 것이 무척 신비롭다고 생각했다. 실체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누구나 알고 있는 그 무엇, 마음의 문이 열리고 닫히며, 심지어 자라기까지 한다는 신비. 멀리 떨어지게 된 단짝 친구와 손 편지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이어가는 중에 심한 따돌림으로 은둔형 외톨이가 된 또 다른 친구를 떠올리며 부서진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해 두 소녀가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그 속에서 저마다의 속도로 조금씩 자라는 어린이들의 푸른 마음을 만날 수 있었다.
류현재 저 | 자음과모음
가장 오래된 관계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님의 걱정 섞인 말들이 도리어 힐난으로 다가올 때가 있고, 하나밖에 없는 동생의 푸념은 종종 속 편한 소리로 들릴 때가 있다. 유독 가족에게만은 이해하려는 노력과 마음 씀씀이가 박해진다.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은 서로에 대한 오해가 쌓이고 쌓여 어느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이른 가족의 이야기다. 아찔한 스릴러로도 추리물로도 따뜻한 가족 소설로도 읽히는 이 책은 가장 가깝고도 가장 먼 가족이라는 관계의 무게를 현실감 있게 묘사한다.
헤르만 헤세 저, 김지선 역 | 뜨인돌
헤르만 헤세의 책과 저술에 대한 에세이를 모아 엮은 이 책은 다양한 표정을 담고 있다. 젊은 작가, 비평, 최신 사조를 논할 때에는 대가의 노련미가 느껴지고, 조야한 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책의 판형, 장정, 번역 어느 것 하나 쉽게 넘기지 않는 깐깐한 안목에서는 눈 밝은 애서가로서의 자존심이 엿보인다. 시공간을 초월해 거장의 서재에 초대되어 이야기를 나눈다면 이런 기분이 아닐까 싶다. 독서를 사랑하는 모든 이가 공감하며 즐겁게 볼 수 있을 책.
황혜경 저 | 문학과지성사
언어를 쓰는 일에 진심인, 새로운 감각 앞에 설 때 설레는 독자라면 반가울 시집. 책을 읽다 보면 오래지 않아 제목이 가까이 닿는다. 누구나가 지나왔을 그 시절과 기억들이, ‘겨를의 미들’이 자못 선명해지는 것이다. 시 가운데서 마음은 울컥 일었다가 깊이 가라앉다가 또 둥실 떠올랐다. 즐겁다고 말해도 될까 싶지만 결과적으로 즐거운 독서였다. 덕분에 새삼 생각한다. 문학으로, 시를 읽으며, “당신을 통해서 끝이라 쓰고 꽃이라 읽을 수 있어요.” (「See」 중에서)
김원아 저, 김소희 그림 | 사계절
“엄마, 오늘 소연이가 나랑 안 놀아서 너무 속상해.” 어른이 되어서도 어려운 친구 사이, 아이들은 오죽할까. 이럴 땐 이렇게 말해 보자! 아이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현직 초등학교 선생님의 따뜻하고 현실적인 조언을 듬뿍 담은 슬기로운 말하기 사전. 누구보다 진지한 아이들의 사회생활을 함께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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