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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걸, 일상과 환상을 오가는 몽환의 순간
오마이걸(OH MY GIRL) <Real Love>
이제는 성숙한 아이돌 그룹의 궤도에 오른 오마이걸이 정규 2집 <Real Love>로 일상과 환상을 오가는 몽환의 순간에 다시 한번 도전한다. (2022.04.13)
사랑에 빠진 사람은 세상이 낯설다. 처지는 출근길이 산뜻한 산책로가 되고, 단조로운 일상은 기대감으로 가득 찬다. 사랑의 처음에 모두가 겪는 이 기분 좋은 어색함은 어쩌면 뻔한 주제일 수도 있으나 진부한 주제를 다루는 솜씨에서 아티스트의 역량이 가장 잘 드러나기에 많은 가수의 목표가 되기도 한다. 이제는 성숙한 아이돌 그룹의 궤도에 오른 오마이걸이 정규 2집 <Real Love>로 일상과 환상을 오가는 몽환의 순간에 다시 한번 도전한다.
포근한 음악들이 계절에 맞는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비슷한 감성의 전작들에 비해 한층 나아진 콘셉트 소화력이 앨범 전반에 흐르는 봄기운을 돋운다. 지난 시간을 지워내지 않았기에 이 발전은 파격이 아니다. 히트곡 '살짝 설렜어(Nonstop)'와 이번 앨범의 트랙 'Replay'의 가사는 상당 부분 겹친다. 가사의 연계가 맞는다면 전작과 신보를 연결하는 기획으로 그들이 어떤 발판 위에 서있는지 기억하고 있음을 명확히 한 셈이다.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능력의 성장과 더불어 음악적 역량의 진보를 보여줄 수 있는 트랙들이 들어온다. 특히 템포를 변경하는 현란한 형식의 'Drip'과 참신한 선율의 발라드곡 '항해'가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한다. 부드러운 어쿠스틱 사운드의 'Eden', 경쾌한 디스코 트랙 'Parachute'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을 적소에 배치한 모습도 눈에 띈다. 이를 통해 자칫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는 앨범의 완급을 조절하는 모양새다.
음반 전체의 키워드를 뚝심 있게 끌고 나가는 타이틀 'Real love'의 매력은 그 꿋꿋한 의지에 비해 다소 감질난다. 탄탄한 구조의 멜로디로 안정감 있는 감동을 끌어낸 'Dun dun dance', 미니멀한 편곡과 감각적인 메시지로 독특한 이미지를 구축한 'Dolphin' 같은 성공적인 전작들에 비해 'Real love'는 덜 매력적이다. 이는 전체적인 선율감보다 보컬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에 집중한 믹싱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오마이걸에게 거는 대중의 기대치는 걸그룹 서바이벌 프로그램 <퀸덤>의 성공 이후로 지금까지 쭉 우상향이다. <Real Love>의 모든 트랙이 훌륭한 건 아니나 데뷔 7년 차 아이돌에게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몇몇 수록곡의 음악적 구심력은 흥미롭다. 상투적인 주제를 다루는 능숙함이 돋보이는 이번 정규 앨범은 이 그룹에게 필요한 고민과 해결의 실마리를 함께 담고 있다. 풀어야 할 숙제가 타이틀에 있다는 게 얄궂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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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