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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브릴 라빈, 팝 펑크 아이콘의 귀환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 <Love Sux>
'팝 펑크 프린세스'에서 '팝 펑크 대모'로의 행보, 희망찬 시작이다. (2022.04.13)
다사다난한 2010년대였다. 근본적 역량을 의심케 한 <Goodbye Lullaby>, 방향성의 부재 속 혼란스러웠던 <Avril Lavigne> 이후 에이브릴 라빈은 <Head Above Water>와 함께 수면 깊이 가라앉았다. 그러나 역시 유행은 돌고 도는 법. 올리비아 로드리고와 윌로우 등을 주축으로 팝 펑크가 신세대의 선택을 받으며 귀환에 있어서 더할 나위 없는 기회가 찾아왔다.
<Love Sux>의 전례 없이 공격적인 태도는 철저한 환경 분석과 자기 점검의 결과다. 갈수록 음악을 짧게 소비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열 두 트랙을 34분의 러닝타임에 담았고 라임병 투병 이후 생겨난 비음을 감추기 위해 보컬의 폭발력을 키웠다. 첫 트랙 'Cannonball'부터 'Bois lie', 'Bite me'까지 이어지는 초반부의 흐름이 이러한 방향성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속도감을 미덕으로 삼고 있지만 질주에만 급한 것은 아니다. 템포를 잠시 낮춰 피로감을 해소하는 'Love it when you hate me', 규모의 확장으로 입체성을 더하는 'Avalanche'는 정밀한 음반 단위의 설계를 바탕으로 한다. 유일한 발라드 'Dare to love me'가 피아노로 시작해 끝내 기타 록의 형식으로 돌아오는 것도 마찬가지. 과거 미흡사항으로 지적 받았던 트랙 간 연결성을 보완하며 보다 큰 그림을 그려냈다.
화려한 참여진에도 아티스트의 존재감은 더욱 뚜렷하다. 트래비스 바커의 드럼 연주가 자칫 블링크 182를 떠오르게 하나 귀를 강타하는 에이브릴 라빈 표 멜로디는 음악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확실히 하고, 여전히 생기를 머금은 목소리는 피처링으로 참여한 머신 건 켈리와 블랙베어에게 결코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는다. 계보상으로 앨라니스 모리셋을 비롯한 여성 얼터너티브 록커의 후손에 가깝지만 이런 출중한 소화력은 그가 팝 펑크 장르의 아이콘이 된 것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운이 많이 따랐다. 지원 세력도 든든하다. 그럼에도 <Love Sux>를 매력적인 작품으로 만든 핵심 요인은 하고 싶은 음악과 해야 하는 음악 사이 중간점을 찾아낸 뮤지션의 날카로운 계산이다. 성숙해져야 한다는 강박을 벗어나 본인의 강점에 집중하니 비로소 노련미를 얻어냈다. '팝 펑크 프린세스'에서 '팝 펑크 대모'로의 행보, 희망찬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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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