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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셀스, 목가적 풍경의 들판 위에서 디제잉을 하다
파셀스(Parcels), <Day/Night>
팬데믹 전후의 바뀐 일상을 비추듯 제목 역시 그 대비를 강조하지만 전체적인 진행은 어느 때보다 부드럽다. (2022.04.07)
2017년 다프트 펑크와의 'Overnight' 작업으로 이름을 알린 호주 출신의 5인조 밴드 파셀스. 펑크(Funk), 디스코를 중심으로 복고적이고 따뜻한 음향과 오밀조밀하고 타이트한 연주가 이들을 대표한다. 1970년대 향수를 자아내며 비지스, 마빈 게이를 떠올리게 하는 가성 창법 또한 특징이다. 목가적 풍경의 들판 위에서 디제잉을 하는 다프트 펑크를 보는 것만 같다.
19곡, 2장의 긴 플레이 타임으로 구성된 두 번째 음반 <Day/Night>과 데뷔작 <Parcels>의 가장 큰 차이는 악기의 운용이다. 2집에서는 서정적인 현악기를 배치해 서사성을 높이고, 지루함을 낮췄다. 대표적인 노래로는 전후반을 나누는 'Light', 'Shadow'와 1부 막간의 'Inthecity (Interlude)'가 있다. 전기 기타와 오르간, 신시사이저를 중심으로 곳곳에 전자 음악을 심었던 1집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유기적인 연계를 위해 다양한 스타일을 엮었다. 모타운의 산뜻한 사운드 'Free', 타악기의 장단이 원초적인 'Comingback', 퓨전재즈 연주곡 'Outside', 과거로 회귀하는 디스코 팝 'Famous' 정도가 그 예다. 'Famous'를 빼고는 모두가 낮(day)을 대변하는 전반부에 곡이며 가사는 태양의 밝은 기운을 담아 사랑과 희망을 노래한다. 반면, 후반부의 밤(night)은 대부분 어두운 곡조를 유지하며 죽음, 악마 같은 부정의 감을 드러낸다.
팬데믹 전후의 바뀐 일상을 비추듯 제목 역시 그 대비를 강조하지만 전체적인 진행은 어느 때보다 부드럽다. 낮과 밤의 자연스러운 시간 흐름처럼 위기 속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이들의 역량이 놀랍다. 결성 전부터 메탈, 포크 등 다양한 장르를 경험하며 넓은 세계를 다져온 파셀스이기에 가능한, 그 음악적 깊이가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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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