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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걸’이 지닌 경쟁력, 어디로 향할 것인가
브레이브 걸스 <Thank You>
검증된 추진력을 얻은 브레이브 걸스는 6번째 미니앨범 <Thank You>로 가능성을 높이고 인지도를 확장한다. (2022.03.23)
'롤린'으로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한지 정확히 1년이 되는 2022년 3월 14일에 앨범을 발표해서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 사이에 발표한 두 장의 앨범 <Summer Queen>과 <After We Ride>로 검증된 추진력을 얻은 브레이브 걸스는 6번째 미니앨범 <Thank You>로 가능성을 높이고 인지도를 확장한다.
지난 한 해 동안 브레이브 걸스는 자신들의 지향점이 뉴트로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동시대의 트렌드를 흡수한 '변했어', '옛 생각', '롤린', '만나지 말걸', '서두르지 마', 'Help me', 'Whatever' 등과 달리 2020년에 발표한 '운전만 해' 이후 이들의 음악 시계는 과거를 가리킨다. 1970, 80년대 펑크(funk)와 디스코, 1990년대의 애시드 재즈가 최근 재조명 받는 흐름과 멤버들의 물리적인 나이도 고려 대상이었을 것이다.
쉭의 기타리스트였던 나일 로저스 풍의 명징한 리듬 기타, 16비트 베이스, 자넷 잭슨이 부른 'Together again'의 하이해트 박자 그리고 피터 프램튼의 'Show me the way'나 본 조비의 'Livin' on a prayer'에서 들었던 보컬 이펙터인 토크박스까지 옛것들을 끌어들인 'Thank you'는 해외 팬들도 가장 선호할 곡으로 흔들림 없는 민영의 코러스가 빛난다. 한 템포 쉬어가는 브릿지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흥을 놓치지 않는 'Thank you'는 <Summer Queen>의 'Fever'를 잇는 펑키(funky) 넘버로 수화를 동원한 쉽고 친근한 안무 역시 곡 분위기와 수평을 이루며 브레이브 걸스의 지향점이 복고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모모랜드의 'Fly'와 비슷한 '우리끼리(You and I)' 외에도 1980년대 가요 분위기와 일렉트로닉의 동거를 시도한 단조의 댄스곡 '물거품(Love is gone)', 티아라의 초기 음악이 떠오르는 '뽕끼' 스타일의 유로댄스 'Can I love you' 등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다양한 색깔을 확대재생산한 <Thank You>는 쉼이 없다. 이 지점이 아쉽다. 역주행 이후 발표한 3장의 음반에서 단 한 곡의 발라드도 없는 것은 좋은 가창력을 갖고 있는 멤버들에겐 재능 낭비다. 소속사는 브레이브 걸스에게 잘 어울리는 업비트 발라드의 긴 생명력과 강인한 지구력을 간과했다.
용감한 형제를 중심으로 한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 작곡 팀은 대중적인 노래를 만드는 능력과 편곡, 보컬 파트 배분, 특히 코러스 활용에 탁월한 감각을 과시한다. 네 멤버의 안정적인 보컬과 유려한 화음은 빈틈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음악을 세련되고 멋지게 유지하지만 그 제작 과정에서 민영, 유정, 은지, 유나가 스며들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말끔하고 윤기 나는 앨범이지만 해외진출과 국내 팬덤 다지기 중 어떤 방향성을 중심에 두고 작업했는지 그 1차적 목표가 희미하다. 해외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노래들을 보유한 브레이브 걸스는 소속사와 계약이 1년 정도 남아있는 지금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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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