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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아웃> 다음 베이스를 향한 삶은 계속된다

세상의 모든 청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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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낫아웃>은 세상의 모든 광호를 향해 원하는 모든 일이 어떤 형태로든 지속하기를 바라는 응원의 작품이다. (2021.06.03)

영화 <낫아웃>의 한 장면

스포츠는 삶의 함축이다. 승리하려고 매일 같이 반복된 훈련에, 뒤를 돌아보지 않고 전진하는 모습이 내일을 기대하며 별반 다르지 않은 하루하루를 견디는 우리네 삶과 닮았다. 이 중에서 1등을, 우승을 경험하는 이는 소수다. 다수는 패배한 아픔에 눈물을 흘리며 다음 경기를 위해 다시 운동화 끈을 동여매기도,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한 것에 좌절하여 아예 운동을 포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스포츠를 즐기는 것을 넘어 삶을 대입한다. 

<낫아웃>은 야구 배경의 스포츠 영화이자 삶의 드라마다. ‘낫아웃 Not out’은 타석에 선 타자가 세 번의 스트라이크 판정으로 아웃이 되어야 하는데 헛스윙한 세 번째 공을 포수가 받지 못해 아웃되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고교 야구 3학년생 광호(정재광)는 야구로 대학 진학이 힘들어져 고통의 나날을 보낸다. 프로 구단으로부터 신고 선수 입단 제의를 받았지만, 계약금도 없고 1군 보장도 되지 않는 불안전한 신분이라 거절했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봉황대기 결승전에서 결승타를 기록하는 등 눈에 띄는 활약이 있어 프로 구단의 드래프트 지명을 받을 줄 알았다. 드래프트 지명을 받으면 신고 선수와 다르게 계약금과 연봉도 보장되고 1군 엔트리에 들어갈 기회도 더 많아진다. 높은 순위는 아니더라도 당연히 지명될 거라는 기대와 다르게 10개 구단이 각각 10명 넘는 선수를 지명하는 동안 광호의 이름은 끝내 불리지 않았다. 

신고 선수도 포기, 드래프트로 입단도 불발, 광호의 마지막 선택지는 대학 야구부 진학이다. 다만, 각 대학 야구부 선수단 사정에 맞춰 입시 전에 이미 입학이 결정된 학생들이 정해져 있어 그마저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광호가 입시 경쟁에 뛰어들어 합격하면 입학이 내정된 학생이 대학 진학을 포기해야 한다. 문제는 그 대상이 광호와 고등학교에서 함께 야구를 한 친구라는 데서 딜레마가 생긴다. 그 때문에 광호는 하소연하듯 말한다. “그럼 난 어디로 가요?” 

성장통은 실패를 통한 더 나은 삶의 경험을 전제하고 있어 성숙한 인간으로 나아가는 통과의례로 여겨지고는 한다. 근데 단 한 번의 실패가, 그것도 열아홉 어린 나이에 닥친 시련이 그동안 자신의 미래라고 생각해 모든 열정을 바쳤던 대상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라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을 이 지경으로 만든 사회 부조리에 승차하여 인생 ‘아웃’ 되는 상황은 피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게 다가올 터다. 

프로 입단 불발은 자신의 판단 미스라고 해도 대학 입학은 실력보다 돈이 결정한다는 현실 인식이 광호로 하여금 야구 경기로 체화한 공정한 룰의 세계를 잠시간 떠나게 한다. 대학에 들어가 야구 할 수 있는 뒷돈을 마련하려고 불법에 몸을 담고, 동료를 배신하고, 연루된 이가 구급차에 실려 가는 꼴을 지켜봐야 하는 경험의 대가는 상처만 남은 현재와 보장되지 않은 미래의 유보다. 


영화 <낫아웃>의 한 장면

<낫아웃>의 제작사는 ‘(주)키즈리턴’이다. <키즈 리턴>(1996)은 기타노 다케시가 연출한 성장 영화로 유명하다. <키즈 리턴>의 신지(안도 마사노부)는 권투에 재능을 보여 열심히 훈련하고 대회에 나가 그에 걸맞은 성과를 내다가 나쁜 어른의 꾐에 넘어가 권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야쿠자가 되겠다고 조직에 들어갔다가 쓴맛만 보고 나온 마사루가 “우리 이제 끝난 걸까?” 묻는 신지에게 건네는 말, “바보야, 아직 시작도 안 했잖아.” 무려 25년 전의 영화임에도 여전히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청춘에게 용기를 북돋는 명대사로 남아 있다. 

<낫아웃>의 제목은 <키즈 리턴>의 “아직 시작도 안 했잖아”와 맥락을 공유하는 변형된 버전이다. 야구 경기에서 심판이 낫아웃 콜을 선언하면 타자는 잡지 못한 공을 포수가 주어 1루수에게 전달하기 전까지 1루 베이스를 향해 죽기 살기로 뛴다. 아웃되는 경우가 90%를 흘쩍 넘어서지만, 10% 내외로 세이프가 되어 다음 베이스를 향할 기회가 다시 주어지기도 한다. 퍼센티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기회가 계속된다는 게 핵심이다. 

이 영화를 연출한 이정곤 감독은 <낫아웃>이 전달하는 메시지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살아가는 것은 늘 우리의 선택대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때때로 우리는 후회하고 좌절하지만, 거기서 멈출 수는 없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아가야 한다. 광호의 야구는 계속된다.” <낫아웃>은 세상의 모든 광호를 향해 원하는 모든 일이 어떤 형태로든 지속하기를 바라는 응원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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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허남웅(영화평론가)

영화에 대해 글을 쓰고 말을 한다. 요즘에는 동생 허남준이 거기에 대해 그림도 그려준다. 영화를 영화에만 머물게 하지 않으려고 다양한 시선으로 접근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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