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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 우먼 킬> 여자는 죽음과 함께 기다린다

드라마 <와이 우먼 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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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 우먼 킬>의 여자들은 다음과 같은 진실을 공유한다. 죽음이 이혼보다 싸게 먹히며, 때로는 남편이 죽어야 자신이 죽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말이다. (2020.07.06)

<와이 우먼 킬>의 포스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최지은이 영화, 드라마, 웹툰 등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격주 월요일, 그의 특별한 추천작을 만나보세요.


<와이 우먼 킬>(Why Women Kill)이라니, 정지해두었던 왓챠플레이 계정을 활성화하기 충분한 제목이었다. 여자가, 왜, 죽였냐고? 다 이유가 있겠지! 누구를? 역시 남편이겠지! “여자가 살해당하면 첫 번째 용의자는 남편”이라는 말은 범죄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대사 이전에 현실이다. (한국여성의전화에서 2019년 언론에 보도된 살인사건 기사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최소 1.8일에 1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해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 반대의 경우가 매우 드문 것과 달리, 픽션의 세계에서는 남편을 죽이는 여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로 인기를 끈 <걸 온 더 트레인>과 <커져 버린 사소한 거짓말>, 남편이 죽지는 않았지만 죽은 듯 살게 된 <나를 찾아줘>, 습관적으로 외도해온 남편을 죽이기로 결심한 여성의 내면을 그린 <조용한 아내>까지 흥미로운 작품은 한둘이 아니다. 『아무튼, 스릴러』의 이다혜 작가는 “여성 작가들이 여성을 주인공으로 쓴 심리 스릴러 전성시대”에 관해 분석하면서 “이 장르의 소설에서 가장 수상한 사람이 남편이며, 가장 많이 죽는 사람 역시 남편이라는 것 역시 놀랄 일은 아니겠다.”라고 말한다. 

아무튼, 시작부터 죽음을 자초하는 남편들이 있다. <와이 우먼 킬>은 패서디나의 멋진 저택에 각각 1963년, 1984년, 2019년에 이사 온 부부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펼쳐지는 이야기인데, 첫 번째 여성인 베스 앤(지니퍼 굿윈)의 남편 롭(샘 재거)은 말한다. “남자를 돌봐주는 여자만큼 섹시한 건 없다고 봅니다.” 아…미리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진심은 아니지만. 두 번째 여성 시몬(루시 리우)의 남편 칼(잭 데븐포트)은, 바람을 피웠을 뿐 아니라 심각한 거짓말의 토대 위에서 결혼 생활을 유지해왔다. 세 번째 여성 테일러(커비 하웰-밥티스트)의 남편 일라이(리드 스캇)는 가부장제 해체에 관해 연설하던 테일러의 첫인상이 “저렇게 섹시한 페미니스트는 처음 보네”였다고 회상한다. 물론 연설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는데, 죽일까? 

그러나 이야기는 초반 예측대로 풀리지만은 않는다. 죽이고 싶을 만큼 밉던 남편이라도 살의를 누그러뜨리는 미운 정이 있고, 온갖 이해관계가 다 뒤섞여 있는 부부의 세계에서 ‘남의 눈’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여성의 사회적 위치와 결혼관은 여성 각각의 선택에 밀접하게 영향을 끼친다. 남편의 외도 상대 에이프릴(샌디 칼바노)에게 접근했다가 친구가 되어 버린 베스 앤은 이웃집 여자 메리가 남편의 폭력에 시달린다는 걸 알게 되고, 시몬은 갓 성인이 된 친구의 아들과 밀회를 가지며, 양성애자이자 ‘개방 결혼’을 선택한 테일러는 동성 애인 제이드(알렉산드라 다드다리오)를 집에 데려와 셋이 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토록 다른 여성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어느 시대의 결혼이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처절한 노력은 대개 여자의 몫이며 이혼에 관한 물질적 혹은 심리적 부담 역시 여성에게 훨씬 무겁게 지워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와이 우먼 킬>의 여자들은 다음과 같은 진실을 공유한다. 죽음이 이혼보다 싸게 먹히며, 때로는 남편이 죽어야 자신이 죽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말이다. 극 중 두 여성은 남편 살해 계획을 의논하며 말한다. “성경은 ‘살인하지 말라’고 해요. 하나님은 이해 못 하실 거예요.” “그럴지도 모르죠. 근데 하나님 부인은 분명 이해할걸요.” (기립박수!) 마침내 수십 년에 걸쳐 이 저택에서 벌어진 세 번의 죽음 소동을 지켜본 이웃 남자가 “이번 사랑 이야기도 살인으로 끝이 났군. 믿어지지 않네”라고 탄식하자 그의 부인은 건조하게 대답한다. “난 믿어지는데.” 순간 경악하는 남자의 표정이, 이런 이야기가 여전히 인기 있는 이유를 보여준다. 



아무튼, 스릴러
아무튼, 스릴러
이다혜 저
코난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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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지은(칼럼니스트)

대중문화 웹 매거진 <매거진t>, <텐아시아>, <아이즈>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괜찮지 않습니다』와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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