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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매출 0원에서 140만 원… 스스로 폐업을 결정하다

『어쩌다 카페 사장』 이세잎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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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때문에 계속할 수도 있었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돈은 잘 벌려도 마음이 계속 공허했어요.(2020. 07. 03)


대학 졸업을 5개월 앞둔 20대 초반의 여성. 금전적인 이유로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고 방황하던 시기에, 평소 자주 가던 카페에서 뜻밖의 제안을 받는다. 카페 사장님이 개인 사정으로 가게를 내놓는다며, 단골손님인 그에게 싸게 넘기겠다는 것이다. 공부에도 취업에도 자신이 없던 그는 돈이나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대출을 받아 ‘묻지 마 창업’을 하고 만다. 대망의 카페 오픈 날, 하루 매출 2만 원을 끝으로 귀가해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고, 결국 오픈 2주째가 되던 날, 하루 매출 ‘0원’이라는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깊은 자괴감을 느끼며 하늘을 원망하다 ‘이제는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그에게 전투 의지가 솟구치기 시작한다. 밤낮으로 공부하고 발품 팔며 갖은 시행착오를 겪는 그……. 마침내 하루 매출 140만 원이라는 놀라운 매출을 기록하게 되고, 바로 그날 그는 스스로 폐업을 결정한다.

아무도 들려주지 않는 카페 사장으로서의 삶, 그리고 카페를 경영하며 한 뼘 더 자라나게 된 본인의 인생 이야기를 현실적인 카페 창업 ‘꿀팁’과 함께 블렌딩한 책이다. 안일하게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겐 경고의 메시지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직 사장님들에겐 공감과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줄 것이다.



이 책을 쓴 이유나 계기가 있을까요?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째는, 제가 카페를 운영하면서 얻었던 작은 팁들을 필요한 분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오픈하고 운영이 정말 어려웠어서 모든 것을 제 손으로 만들고, 몸 고생을 해가며 가게를 유지했었거든요. 그러면서 얻었던 저만의 팁들을, 예전에 다른 카페 사장님들과 이야기하는데 그분들이 그런 방법이 있었냐며 신기해하시더라고요. 저 스스로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했던 것들이 남들에게는 새로운 방법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고, 그래서 더 많은 분들께 공유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했어요.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저와 같은 어쩌다 사장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었어요. 우리 주변에는 카페 창업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현실에서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훨씬 많은데, 다들 직장인보다는 잘 벌 거라고 생각하고, 사장이니까 더 여유로울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안일하게 어쩌다 창업을 하고 어쩌다 사장이 되다 보니, 1년 안에 폐업하는 곳들이 수두룩할 수밖에 없는 거고요.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창업을 이야기하는 다른 책들과는 톤이 약간 달라요. 작가님은 결국, 창업을 말리시는 건가요?

그건 아니에요. 이 책은 아무리 말려도 카페를 창업하고 싶은 분들께 권해드리고 싶은 책이에요.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이라면 할 가치가 있지만, 아무리 원하는 일이라 해도 창업은 정말 힘든 일이에요. 그래서 카페를 정말로 창업하고 싶어서 도전하시는 분들이 로망보다는 단단한 각오로 시작해, 창업 후 맞이할 어려움들을 조금 더 수월하게 헤쳐나가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어요. 거기에 저의 밑바닥 경험이 도움이 되길 바란 거고요.



책 소개에서 말하는 ‘창업의 방지턱’ 역할이군요. 그런 의도를 가장 잘 표현한 게 ‘하루 매출 0원’을 겪은 에피소드였던 것 같아요. 장사가 아무리 안돼도 설마 ‘0원’을 팔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정말 그랬나요?

네 맞아요. 사실 안 믿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요. 저도 그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황당해요. 사람들이 장사가 안되면 얼마나 안될까 생각하지만 진짜 현실은 상상을 초월하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한편으로 그날에 감사해요. 정말로 하다 하다 밑바닥까지 떠밀려보니까 새사람이 되더라고요. 그날 세상이 원망스러워서 오기가 생겼고, 악에 받쳤어요. 그 힘으로 눈물을 그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죠.

그런데 그렇게 고생 끝에 ‘140만 원’이라는 매출을 이루어냈는데, 그 시점에서 그만둔 것에 대해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요. 그 이유가 뭐예요?

실제로 주변 사람들도 정말 많이 말렸었어요. 제가 고생한 걸 눈으로 다 지켜보신 어머니조차 말리셨었죠. 저는 처음에 장사가 안되는 이유를 내 지식과 경험이 없어서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카페와 장사에 대해 공부하고, 온 열정을 쏟으면서 그 상황을 이겨낸 거죠. 하지만 그렇게 해서 장사에 성공하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계속 장사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저는 어떤 일을 하든지 그 일에 뜻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그 일을 함으로써 보람을 느낀다든가, 그 일이 자신의 꿈이라든가. 돈이 아닌 다른 가치가 있어야 계속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게 없었어요. 처음에 열정을 가지고 할 수 있었던 건 상황에 밀려서였어요. 밑바닥에서 탈출해야 하기에 그때는 보람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이 악에 받쳐서 했었죠.

하지만 상황이 나아지자 이제 저한테는 그 열정의 재료가 사라져버렸던 거예요. 결과적으로 준비가 부재한 어쩌다 사장에서는 탈피했지만, 도피로 시작한 창업이라는 사실은 바뀔 수 없는 것이었죠. 돈 때문에 계속할 수도 있었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돈은 잘 벌려도 마음이 계속 공허했어요. 저에게 돈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고, 그래서 그만둔 것이죠.

그러면 자영업을 탈출하시고,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하실 예정이신가요?

저자 소개에도 쓰여 있는 것처럼 저는 호기심과 자신감이 과해서 일을 잘 저질러요.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상황이었고, 단골 카페 사장님과의 우연한 대화가 있긴 했지만, 과감하게 지르고 보는 제 성격 때문에 무모하게 창업을 했던 것도 맞아요. 그러면서 아찔한 밑바닥을 경험하긴 했지만, 그래도 저는 이런 제 성격을 좋아해요. 그래서 앞으로도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다양하게 도전해볼 계획이에요. 다만 지난 3년간의 경험을 비추어, 저지르더라도 전보다는 조금 더 신중하게 저질러야겠죠. 계속 저지르고 이겨내고 하면서 독자 여러분들을 또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카페 운영과 관련한 ‘소확팁’들이 나오는데, 카페 창업에 있어 가장 강조하고 싶은 팁이 있으신가요? 예를 들면 ‘이것만 잘 알아도 카페 창업 망하지는 않는다!’ 같은 거요.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카페의 콘셉트를 잡는 일이에요. 우리나라는 카페 산업 규모가 굉장히 큰데, 산업이 커지면 같이 이루어지는 것이 ‘세분화’예요. 생각해보면 카페 산업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는 프랜차이즈 카페만 있었는데, 지금은 ‘브런치 카페’, ‘스터디 카페’, ‘볼링 카페’, ‘양궁 카페’, ‘키즈 카페’ 등등 엄청나게 다양해졌죠.

지금의 소비자들은 그때그때마다 자신의 목적에 맞는 카페를 선택해요. 그냥 아무 카페나 가는 게 아니라, 공부해야 한다면 오래 앉아 있어도 눈치 안 보이는 프랜차이즈 카페에 가고, 데이트를 하거나 친구를 만날 때는 예쁜 감성 카페에 가죠. 

그래서 창업자의 입장에서는 ‘나는 어떤 카페를 할 것인지’ 그 콘셉트를 확실히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사실 당연한 이야기인데, 그게 참 어렵기는 하죠. 집 근처 동네 카페들을 생각해보면 아마 다들 비슷비슷할 거예요. 그리고 그 카페들 대부분이 장사가 그다지 잘되지 않을 거고요. 저는 이게 그 카페만의 콘셉트가 없어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은 특색 없이 무난한 카페가 아닌, 소비층이 적어진다고 해도 확실한 콘셉트를 지닌 카페라면 적어도 망할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많은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로 직격타를 맞았어요. 마이너스 사장으로 살아본 경험이 있으시니 그 마음을 잘 이해하실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지금 많이 힘들어하고 계실 사장님들께 하시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장사가 힘든 이유는, 내 노력과 의지만으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에요. 지금 같은 세계적인 바이러스가 아니더라도 상권 자체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갑자기 경쟁 업체가 너무 많이 생겨나거나 업종 자체에 이슈가 발생할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사람들은 장사가 안되는 걸 전부 다 ‘사장 책임’이라고만 생각해요. 얼마 전 코로나 사태 이후 자영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방송을 봤는데, 한 패널분이 “그래도 장사 잘되는 집들은 잘되던데?”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이제 저는 자영업자가 아닌데도, 제가 다 상처받는 기분이었어요. 그런 말은 당사자에게 “결국 아무리 어려워도 네가 잘만 하면 장사가 왜 안되겠어?”라고밖에 안 들려요. 그런데 사실 그게 오로지 내 탓이 아니거든요. 얼마나 억울한 일인데, 사람들은 그런 건 잘 생각을 안 해줘요.

저도 그런 시기를 겪어봤던 사람으로서 힘내시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그 말은 되게 무책임해요. 하루하루 생계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데 힘이 날 수가 없거든요. 그럴 때 저에게 가장 위로가 되었던 말은 “너의 잘못이 아니야”였어요. 그래서 지금 힘들어하고 계시는 사장님들께 제가 해드리고 싶은 말은 이거예요.

“사장님들, 갑작스러운 코로나 사태에 참 힘드시죠. 지금 이 어려움, 사장님 잘못이 아니에요. 어서 이 시기가 지나고, 사장님들이 조금 더 여유를 갖게 되길 바랄 뿐입니다.”


* 이세잎

호기심과 자신감이 과해 뭐든지 잘 저지르고 보는 사람.

과거엔 카페 창업을 저질러 3년간 자영업자로 살았고, 현재는 새롭게 저지를 일을 이리저리 찾고 있다.



어쩌다 카페 사장
어쩌다 카페 사장
이세잎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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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카페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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