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놀이터

박연준 “홀로 그득해지는 시간”

시인 박연준의 서재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일상의 균형을 잃은 지금, 작고 평범한 시간들이 모여 은은한 반짝임을 이루는 게 삶이라는 생각에 더 확신이 드네요. (2020.07.03)


박연준 시인은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에 시 「얼음을 주세요」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파주에 살며 시와 산문을 쓴다. 시, 사랑, 발레, 건강한 ‘여자 어른’이 되는 일에 관심이 많다.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베누스 푸디카』『밤, 비, 뱀』과 산문집 『소란』『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내 아침인사 대신 읽어보오』『밤은 길고, 괴롭습니다』『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모월모일』, 동화 『정말인데 모른대요』를 펴냈다.


책의 재미를 느꼈던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예닐곱 살 때부터 책 읽는 걸 좋아했어요. 책 속 이야기가 현실보다 더 흥미롭고 즐겁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책을 좋아하는 어른은 만들어지지만(만들어야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어린이는 태어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물론 자라면서 책 읽는 능력을 종종 잃어버리기도 하지만, 독서에 푹 빠진 어린이를 보고 있으면 종종 그런 생각이 듭니다.  

책 읽는 시간은 작가님께 왜 소중한가요?

다른 사람이 만든 다른 세상의 이야기를 혼자, 능동적으로 ‘들으려’ 하는 시간이니까요.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풍경을 감상하거나 그림을 보는 일은 누군가와 같이 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독서는 웬만해선 같이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오롯이 혼자 겪는 충만한 체험이기에 특별하지요. 

요즘 작가님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그 관심사와 관계하여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무엇이든 밖으로 꺼내 해소해버리지 않고, 지나치게 소통하지 않고, 안으로 홀로 좀 그득해질 수 없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사용으로 제 뇌가 10년 전과 달라졌다는 걸 느끼거든요. 현대인에 가장 필요한 게 ‘고독’과 ‘알지 않을 권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책상에서 소로의 『월든』과 페소아의 산문과 시들을 뒤적이고 있습니다. 

최근작과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산문집 『모월모일』은 작고 평범한 날들을 기리는 마음으로 쓴 책입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일상의 균형을 잃은 지금, 작고 평범한 시간들이 모여 은은한 반짝임을 이루는 게 삶이라는 생각에 더 확신이 드네요. 읽어보시면 평범한 날들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존 버거 저/강수정 역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존 버거 저 | 강수정 역
열화당


존 버거의 글은 그득하다. 그게 무엇이든 제대로, 알차게 담겨있다. 그 바탕은 아무래도 ‘사랑’으로 볼 수 있는데 지성, 혁명, 아름다움, 슬픔, 정확함, 보편성, 특수성이 고루 내포되어있는 사랑이다. 영혼이 추레해졌다고 느낄 때마다 존 버거 글을 읽으면 나아진다.

 

『모데라토 칸타빌레』

마르그리트 뒤라스 저/정희경 역


모데라토 칸타빌레
모데라토 칸타빌레
마르그리트 뒤라스 저 | 정희경 역
문학과지성사


나와 결이 잘 맞는 작가. 이 소설은 극도의 절제미를 통해 감정의 격정을 표현한 수작이다. 언제 읽어도 감탄하게 된다.  


『호밀밭의 파수꾼』

J.D 샐린저 저/공경희 역


호밀밭의 파수꾼
호밀밭의 파수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저 | 공경희 역
민음사


20대 초반에 ‘홀든 코울필드’를 정말 좋아했다. 웃고 울면서 여러 번 반복해 읽었다. 성장소설을 이 정도로 잘 쓰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사랑의 단상』

롤랑 바르트 저/김희영 역


사랑의 단상
사랑의 단상
롤랑 바르트 저 | 김희영 역
동문선


바르트는 섹시하다. 그의 사고와 표현, 의식 세계의 관능 때문에 읽을 때마다 손톱을 물어뜯게 된다. 


『산소리』

가와바타 야스나리 저/신인섭 역


산소리
산소리
가와바타 야스나리 저 | 신인섭 역
웅진지식하우스


‘대가’라는 건 이런 거구나, 알게 한 작가. 심드렁한 목소리로 엄청난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가. 『산소리』는 사실 혼자만 알고, 아껴 읽고 싶은 소설이다. 정말 아름답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채널예스

채널예스는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책, 영화, 공연, 음악, 미술, 대중문화, 여행 등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오늘의 책

AI, 전혀 다른 세상의 시작일까

유발 하라리의 신작. 호모 사피엔스를 있게 한 원동력으로 '허구'를 꼽은 저자의 관점이 이번 책에서도 이어진다. 정보란 진실의 문제라기보다 연결과 관련 있다고 보는 그는 생성형 AI로 상징되는 새로운 정보 기술이 초래할 영향을 분석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한국 문학의 지평을 더욱 넓혀 줄 이야기

등단 후 10년 이상 활동한 작가들이 1년간 발표한 단편소설 중 가장 독보적인 작품을 뽑아 선보이는 김승옥문학상. 2024년에는 조경란 작가의 「그들」을 포함한 총 일곱 편의 작품을 실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들과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한 권에 모두 담겨 있다.

주목받는 수익형 콘텐츠의 비밀

소셜 마케팅 전문가 게리 바이너척의 최신작. SNS 마케팅이 필수인 시대, 소셜 플랫폼의 진화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을 위한 6단계 마케팅 전략을 소개한다. 광고를 하지 않아도, 팔로워 수가 적어도 당신의 콘텐츠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

삶의 끝자락에서 발견한 생의 의미

서른둘 젊은 호스피스 간호사의 에세이. 환자들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며 겪고 느낀 경험을 전한다. 죽음을 앞둔 이들과 나눈 이야기는 지금 이순간 우리가 간직하고 살아야 할 마음은 무엇일지 되묻게 한다. 기꺼이 놓아주는 것의 의미, 사랑을 통해 생의 마지막을 돕는 진정한 치유의 기록을 담은 책.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