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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지어(Hozier) 표 강성 블루스는 어디에
호지어 『Wasteland, Baby !』
스스로 자신의 자리를 너무도 깊게 파버린 탓에 관객의 손이 닿을 거리를 놓쳐버렸다. (2019. 03. 20)
이번 호지어 정규 2집은 끈질김의 발로다. 집착의 실현이다. 다만 새로움이 없다. 여기서 제동이 걸린다. 14개의 수록곡이 빼곡히 담긴 <Wasteland, Baby!>는 너무 꽉 차 길을 잃었다. 빌보드 앨범 차트 1위 데뷔란 커리어 사상 가장 높은 기록을 냈지만 그 이상의 성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1집 <Hozier>의 생명력을 최근까지 이어준 「Take me to church」와 같은 킬링 트랙이 부재하다. 거칠 보컬과 블루스의 매혹적인 깊이감으로 듣는 이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데뷔작과 기본 재료는 같다. 일렉트릭 기타. 후방을 채우는 여러 겹의 코러스. 묵직하게 호흡을 끌고 가는 호지어의 목소리까지. 부족할 것 없이 탄탄한 질료들로 문을 연다. 하지만 미끄러져 즐길 공간이 없다. 힘을 너무 많이 준 탓이다.
동성애 혐오자들에게 일갈을 날린 「Take me to church」를 비롯해 지난 음반은 은유와 비유가 가득한 가사로 시대의 관심에서 벗어난 블루스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빈티지 사운드에 작법 센스도 놓치지 않았다. 낙차 큰 멜로디 진행, 귀를 잡아당기는 그루브, 클랩 비트, 현악기를 반복해서 뜯는 트레몰로 등을 넣어 화려한 팝 음악이 몰려오는 시대에 자신만의 대중성을 포획했다.
첫 곡 「Nina cried power」부터 「Almost」 「Movement」 「No plan」 「Nobody」로 흘러가는 동안 음반의 무게 중심은 힘을 줘야 할 지점에 터지는 가스펠, 드라이브가 강하게 걸린 일렉트릭 기타로 자리한다. 그나마 조금 가벼운 기조의 「To noise making」에 이르러서야 탬버린 소리로 한 템포 숨을 풀고, 이내 다시 돌아간다. 「As it was」가 위태로운 기타 솔로로 문을 연다 한들 결국 현악기로 흐름을 조이고 감정을 쏟아내겠구나 감이 잡히는 건 이미 앞서 보여준 구성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결국 세상의 정치적 문제에 대해 다루는 「Be」나 힘을 주고 내뱉는 보컬이 선율에 단단함을 더하는 「Would that I」는 이 같은 빽빽한 단조로움에 가려 빛을 잃는 트랙이다. 6년 전 본인의 이름을 내걸고 쟁취한 <Hozier>발 강성 블루스, 노래 안에 시선을 품은 예술적 가치는 이번 소포모어에서 기력을 잃었다.
여기에 두꺼운 벽이 있다. 가스펠, 블루지 기타를 대담하고 거칠게 사용하는 <Wasteland, Baby!>는 스스로 자신의 자리를 너무도 깊게 파버린 탓에 관객의 손이 닿을 거리를 놓쳐버렸다. 쉽게 달궈질 지점만 가리키는 음반의 포효 지점을 따라 대중이 순순히 품을 내줄지는 미지수다. 너무 많이 뭉쳐 흩어져버렸다.
관련태그: 호지어, Wasteland Baby , Take me to church, Nina cried 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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