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놀이터

호지어(Hozier) 표 강성 블루스는 어디에

호지어 『Wasteland, Baby !』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스스로 자신의 자리를 너무도 깊게 파버린 탓에 관객의 손이 닿을 거리를 놓쳐버렸다. (2019. 03. 20)

718WDEiQGUL._SS500_.jpg

 

 

이번 호지어 정규 2집은 끈질김의 발로다. 집착의 실현이다. 다만 새로움이 없다. 여기서 제동이 걸린다. 14개의 수록곡이 빼곡히 담긴 <Wasteland, Baby!>는 너무 꽉 차 길을 잃었다. 빌보드 앨범 차트 1위 데뷔란 커리어 사상 가장 높은 기록을 냈지만 그 이상의 성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1집 <Hozier>의 생명력을 최근까지 이어준 「Take me to church」와 같은 킬링 트랙이 부재하다. 거칠 보컬과 블루스의 매혹적인 깊이감으로 듣는 이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데뷔작과 기본 재료는 같다. 일렉트릭 기타. 후방을 채우는 여러 겹의 코러스. 묵직하게 호흡을 끌고 가는 호지어의 목소리까지. 부족할 것 없이 탄탄한 질료들로 문을 연다. 하지만 미끄러져 즐길 공간이 없다. 힘을 너무 많이 준 탓이다.

 

동성애 혐오자들에게 일갈을 날린 「Take me to church」를 비롯해 지난 음반은 은유와 비유가 가득한 가사로 시대의 관심에서 벗어난 블루스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빈티지 사운드에 작법 센스도 놓치지 않았다. 낙차 큰 멜로디 진행, 귀를 잡아당기는 그루브, 클랩 비트, 현악기를 반복해서 뜯는 트레몰로 등을 넣어 화려한 팝 음악이 몰려오는 시대에 자신만의 대중성을 포획했다.

 

첫 곡 「Nina cried power」부터 「Almost」 「Movement」 「No plan」 「Nobody」로 흘러가는 동안 음반의 무게 중심은 힘을 줘야 할 지점에 터지는 가스펠, 드라이브가 강하게 걸린 일렉트릭 기타로 자리한다. 그나마 조금 가벼운 기조의 「To noise making」에 이르러서야 탬버린 소리로 한 템포 숨을 풀고, 이내 다시 돌아간다. 「As it was」가 위태로운 기타 솔로로 문을 연다 한들 결국 현악기로 흐름을 조이고 감정을 쏟아내겠구나 감이 잡히는 건 이미 앞서 보여준 구성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결국 세상의 정치적 문제에 대해 다루는 「Be」나 힘을 주고 내뱉는 보컬이 선율에 단단함을 더하는 「Would that I」는 이 같은 빽빽한 단조로움에 가려 빛을 잃는 트랙이다. 6년 전 본인의 이름을 내걸고 쟁취한 <Hozier>발 강성 블루스, 노래 안에 시선을 품은 예술적 가치는 이번 소포모어에서 기력을 잃었다.

 

여기에 두꺼운 벽이 있다. 가스펠, 블루지 기타를 대담하고 거칠게 사용하는 <Wasteland, Baby!>는 스스로 자신의 자리를 너무도 깊게 파버린 탓에 관객의 손이 닿을 거리를 놓쳐버렸다. 쉽게 달궈질 지점만 가리키는 음반의 포효 지점을 따라 대중이 순순히 품을 내줄지는 미지수다. 너무 많이 뭉쳐 흩어져버렸다.


 

 

배너_책읽아웃-띠배너.jpg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YES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Hozier>23,400원(19% + 1%)

2013년 월드 히트 싱글 'Take Me to Church'로 스타덤에 오른 아일리쉬 싱어송라이터 Hozier의 대망의 두번째 정규 앨범 [Wasteland, Baby!]! 인디록, 소울, 블루스록, 포크, R&B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천재성이 발휘된 2014년 데뷰 앨범 [Hozier]의 대성공으로 국내에서..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AI, 전혀 다른 세상의 시작일까

유발 하라리의 신작. 호모 사피엔스를 있게 한 원동력으로 '허구'를 꼽은 저자의 관점이 이번 책에서도 이어진다. 정보란 진실의 문제라기보다 연결과 관련 있다고 보는 그는 생성형 AI로 상징되는 새로운 정보 기술이 초래할 영향을 분석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한국 문학의 지평을 더욱 넓혀 줄 이야기

등단 후 10년 이상 활동한 작가들이 1년간 발표한 단편소설 중 가장 독보적인 작품을 뽑아 선보이는 김승옥문학상. 2024년에는 조경란 작가의 「그들」을 포함한 총 일곱 편의 작품을 실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들과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한 권에 모두 담겨 있다.

주목받는 수익형 콘텐츠의 비밀

소셜 마케팅 전문가 게리 바이너척의 최신작. SNS 마케팅이 필수인 시대, 소셜 플랫폼의 진화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을 위한 6단계 마케팅 전략을 소개한다. 광고를 하지 않아도, 팔로워 수가 적어도 당신의 콘텐츠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

삶의 끝자락에서 발견한 생의 의미

서른둘 젊은 호스피스 간호사의 에세이. 환자들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며 겪고 느낀 경험을 전한다. 죽음을 앞둔 이들과 나눈 이야기는 지금 이순간 우리가 간직하고 살아야 할 마음은 무엇일지 되묻게 한다. 기꺼이 놓아주는 것의 의미, 사랑을 통해 생의 마지막을 돕는 진정한 치유의 기록을 담은 책.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