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여자)아이들, 타이틀에도 절제의 미학을
(여자)아이들 『I Made』
지금 아이들에겐 짧은 호흡의 싱글보다 멀리 내다보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2019. 03. 13)
「Senorita」는 라틴의 고혹을 의도한 언플러그드 베이스 리듬과 피아노 리프의 도입부로 당차게 출발하지만 갈수록 번잡해진다. 소연의 랩, 수진의 보컬을 출발점으로 소리를 쌓아나가면서 미연과 민니의 후렴 도입부까지 차분한 무드를 유지하는 것까진 정적인 매력이 있다.
그런데 갑자기 뒤를 꽉 채우는 브라스 파트와 과하다 싶은 추임새가 들어가면서 곡은 종잡을 수 없어진다. 다시 보컬 파트가 흐름을 가라앉히나 싶더니 불필요한 추임새와 익숙한 구애의 랩이 등장한다. 흐름을 끊는 ‘워어어어어어’까진 감내하겠다만, ‘유후 후 후후’와 ‘세뇨리따’로 곡을 끝낼 줄은 몰랐다. 비지 말아야 할 메시지와 멜로디는 휑하고 꾸밈만 가득하다.
비록 메이저 레이저와 샤크라를 많이 참고했고 정제되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La ta ta」와 「한(-)」에는 일관된 테마가 있었고 파트 배분도 그 무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설정됐다. 반면 「Senorita」는 각 보컬 파트가 굉장히 튀고 욕심을 부린 여러 장치들은 과하다. 앳된 우기와 슈화는 곡의 무게를 따라가지 못하고 소연의 랩은 불쑥 돌출되어 있다.
이런 타이틀의 과유불급은 타 수록곡에서 이상의 단점이 잘 드러나지 않기에 더욱 도드라진다. 「La ta ta」와 느낌을 공유하는 트로피컬 하우스 트랙 「What’s your name」은 과감한 멜로디 리프를 깔아 뒀지만 구조적으로 모난 부분은 없다. 처연한 「싫다고 말해」 역시 약간의 보컬 소화 약점은 있으나 분위기를 해칠 정도는 아니다. 「주세요」를 지나 민니가 작곡한 메간 트레이너 풍의 팝 트랙 「Blow your mind」도 깔끔하다. 타이틀에도 절제의 미학이 필요했다.
당찬 래퍼 소연이 주도하는 아이들은 몽환적인 무드 위 직설적인 화법이 돋보인다. 「La ta ta」와 「한(-)」은 개성 강한 핵심 멤버가 그룹으로도 잘 어우러짐을 증명한 트랙이었고 가상현실과 실제의 빈 틈을 뚫고 나온 「Pop/stars」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Senorita」는 다소 급해 보인다. 지금 아이들에겐 짧은 호흡의 싱글보다 멀리 내다보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관련태그: 아이들, I Made, La ta ta, 한(-)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