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마더바이브, 비브라폰의 ‘젊은 대모’
마더바이브 <마더바이브>
<마더바이브>는 대중음악에서 듣기 힘든 비브라폰을 어색함이나 이질감 없이 들려준다. (2019. 02. 27)
복잡한 길을 걸어왔다. 클래식 타악기로 미국 유학을 하던 중 재즈를 만나면서 다양한 장르의 문을 열었다. 그 과정에서 클래식, 재즈, 타악기의 접점인 비브라폰을 선택했다. 게리 버튼 같은 대가들에 의해 재즈에 자리 잡은 악기였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2013년 귀국해 윤종신과 전제덕 등 여러 세션에 참여하며 활동하다 드디어 첫 정규 앨범을 냈다. 그의 이름은 이희경, 비브라폰의 ‘젊은 대모’를 꿈꾸는 마더바이브(Mothervibes - Vibraphone을 Vibes로 쓰기도 한다)다.
비브라폰은 마림바나 실로폰류와 닮았지만, 전기 팬으로 만든 떨림을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 음색은 통통 튀며(「Paquito」) 동시에 산뜻하다(「아인랜드」). 특히 「Every time you call my name」은 보컬과 연주 버전 모두 있어 같은 멜로디를 다른 음색으로 비교하며 들어보기 좋다. 선명한 음색 뒤로 퍼지는 청아한 잔향이 더할 나위 없이 깨끗하다.
「3AM」과 「Paquito」는 같은 보사노바임에도 각각 느리고 빠른 박자로 대비를 이룬다. 같은 삼박자로도 「여우비가」에서는 여우비처럼 맑은 솔로를, 「기분 좋은 날」은 촉촉한 왈츠를 만들어낸다. 그루비한 리듬과 역동성이 돋보이는 퓨전재즈 「Mirror」부터 호숫가의 달빛처럼 피아노가 퍼지는 「불꽃놀이」까지 분위기가 다채롭다. 장르의 변화가 지루함 탈피를 돕는다.
<마더바이브> 는 대중음악에서 듣기 힘든 비브라폰을 어색함이나 이질감 없이 들려준다. 이전부터 여러 장르와 뮤지션을 꾸준히 만나며 길러온 온 음악적 소화력 덕이다. 이번 앨범에서도 그는 고상지, 강이채 등과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춘다. 피아노에서 클래식 타악기를 거쳐 마침내 잡은 비브라폰. 그의 소리가 ‘딩동 링동 귀를 두드리는 소리’로 다시 시작한다.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