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가 넘은 산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꿈의장 : Star』
갈등과 배척의 시선이 만연한 사회 속에서 이들의 음반이 기분 좋은 흔적을 남긴다. (2019. 03. 20)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가 넘어야 할 산은 다른 누구도 아닌 그들 자신이다. 이들은 세계적인 보이 그룹으로 자리 잡은 BTS의 직속 후배이자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 두 번째로 선보이는 신인 아이돌이다. 방탄소년단의 거대한 행보를 많은 이가 목격한 이후 등장한 그룹인 만큼, 두 팀을 비교하는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그러나 멤버 구성만 보더라도 보컬 라인이 대부분이고, 미국에서 태어난 혼혈 멤버가 있다는 사실 또한 방탄소년단과 다른 포지셔닝임을 시사한다. 국내 차트에서는 무난한 기록을 세웠지만, 각종 해외 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현상 또한 주목할 부분이다. 드레이크와 아리아나 그란데 등이 있는 리퍼블릭 레코드와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 역시 시작부터 국내에 국한된 아이돌이 아닌 해외 뮤지션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K팝 팀을 지향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들은 빌보드와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주목받는 최신 팝 문법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BTS의 「피 땀 눈물」 「불타오르네」 「Fake love」를 비롯한 히트곡을 쓴 피독 대신 슬로 래빗과 슈프림 보이가 주축이 되어 음반을 매만졌다는 것 역시 다른 점이다. 방탄소년단 곡의 특징이기도 한 ‘비교적 빠른 곡에 어두운 멜로디를 넣은’ 노래가 드물어 음반의 분위기가 밝고 투명한 편이며, 곡 자체도 한 톤 이상 높아졌다.
첫 순서인 「Blue orangeade」에서는 다섯 멤버의 하모니 사이로 뉴 잭 스윙 풍의 신시사이저를 더해 청량감을 제공한다.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는 드럼 사운드가 곡의 빈틈을 채워 역동성을 더해주는 곡이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구성된 멤버들에게 어울리는 아이템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뮤직비디오 속에는 빅히트 특유의 상징과 은유가 녹아있다. 트랩 비트 위 멤버들의 싱잉 랩이 돋보이는 「Cat & Dog」도 충분히 인상적이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시작부터 언론과 대중이 보낸 무거운 짐을 안게 되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에서 머리에 솟은 자신의 ‘뿔’을 직면하고 그것을 아름다운 ‘왕관’으로 바꿔낸다. 멤버 개개인의 특징이 강하게 다가오지 않아 자칫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팀의 이미지는 선명하게 다가온다. 외국의 음악이 우울과 침잠, 파괴를 논하고 있지만 TXT는 ‘정반대인 너와 내가 만나 더 특별하다’고 외친다. 갈등과 배척의 시선이 만연한 사회 속에서 이들의 음반이 기분 좋은 흔적을 남긴다.
관련태그: 투모로우바이투게더, 꿈의 장, Blue orangeade,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