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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라이어 캐리, 최신 트렌드를 따르는 문법
머라이어 캐리 『Caution』
혹자는 그가 한물간 팝스타라 했지만, 팝의 여왕은 이렇게나 건재하다. (2019. 01. 02)
머라이어 캐리라는 이름을 들으면 고음과 기교, 폭발적인 성량이 바로 떠오른다. 매년 겨울을 알리는 캐리의 시그니처 캐럴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와 3집 <Music Box>의 「Hero」 등 초창기 발라드 히트곡이 우리가 아는 머라이어 캐리의 이미지다. 하지만 그는 1997년 앨범 <Butterfly>를 기점으로 발라드를 점차 줄이고 힙합과 알앤비로 나아갔다. 음악 외적으로 비난을 받았던 <Rainbow>부터 전작 <Me. I Am Mariah... The Elusive Chanteuse>까지 그는 약 20여 년 간 힙합 비트를 고수해온 셈이다.
정규 15집 <Caution>은 머라이어 캐리의 작품이면서 가장 그답지 않은 앨범이기도 하다. 앨범 제목과 동명의 트랙 「Caution」과 <Negro Swan>앨범으로 호평을 받은 알앤비 아티스트 블러드 오렌지와의 협업작 「Giving me life「는 1990년대의 네오 소울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는 빌보드 싱글 차트 연속 16주 1위를 차지한 「One sweet day」를 비롯해 「Fantasy」 「Long ago」의 힘찬 스네어 사운드가 힙합 느낌을 물씬 풍기던 다섯 번 째 정규앨범 <Daydream>, 바로 이어지는 장르 탐구작 <Butterfly>, <Charmbracelet>의 연장선인 셈이다. 11집 <E=MC?>의 히트곡 「Bye bye」와 비슷한 구조를 지닌 「With you」도 귀에 익숙하다.
낯선 지점은 오히려 머라이어 캐리의 창법에 있다. 당장 앨범에서 가장 먼저 발매된 프로모션 싱글 「GTFO」에서부터 그는 화려한 기교 없이 그저 진성과 가성을 오가는 본연의 목소리로 노래한다. 오히려 특유의 돌고래 음파가 없어 포터 로빈슨의 「Goodbye to a world」 도입부 멜로디에 목소리가 한두 겹씩 쌓이는 보컬 라인의 전개가 부담스럽지 않다. 온전히 그에 의해 기승전결이 완성되는 「GTFO」와 릴 킴의 「Crush on you」를 가져온 또 다른 샘플링 곡 「A no no」는 보컬의 완급조절이 정점을 이룬 곡이다.
창법의 다변화와 최신 트렌드를 따르는 문법은 <Caution>을 단순히 과거를 좇는 범작으로 만들지 않는다. 「GTFO」를 필두로 스크릴렉스와 푸베어가 프로듀싱한 「The Distance」, 시저(SZA) 스타일의 알앤비 「One mo’ gen」은 일본 출신 아티스트 하루카 나카무라의 앰비언트 음악과 “Chill Hip Hop Mix” 플레이리스트에 있을법한 언더 그라운드 힙합이 혼재되어 있다. 특히 「Stay long love you」는 보아, 샤이니, 엑소 등의 곡을 작업한 프로덕션 팀 스테레오타입스가 참여해 사운드가 낯설지 않다. 통통거리는 전자음과 하이햇 소리는 혼네(Honne)와도 사운드 스펙트럼을 공유하는 듯하다.
머라이어 캐리는 어덜트 컨템포러리와 발라드를 통해 입지를 굳혔던 과거로부터 가차 없이 돌아섰고, 흑인 혈통임을 인정하듯 검은 음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어진 그의 행보는 마침내 <Caution>에서 만개했다. 이뿐만 아니라 EDM과 힙합 신을 이끌어가는 젊은 프로듀서들을 영입함으로써 자신의 곡에 현재의 지표를 새겼다. 혹자는 그가 ‘한물간 팝스타’라 했지만, 팝의 여왕은 이렇게나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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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