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김의 외로움과 무기력, 방황과 극복

샘김 『Sun And Moon』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독학으로 익힌 기타를 수준급으로 연주하며 천재 소년 타이틀을 얻은 그는 이제 대중을 끌어안을 수 있는 감성과 실력까지 갖추게 됐다. (2018. 12. 19)

1.jpg

 

 

두려울 것이 없던 10대가 20대로 넘어갈 때 느끼는 복잡한 감정이 공존하는 앨범이다. 오디션 프로그램 <K팝 스타 3>로 대중과 인사를 나눈 1998년생 재미교포 샘김은 데뷔 EP 이후 2년 반 만에 첫 정규 음반을 발매했다. 좋은 싱어송라이터가 되기 위한 자격을 두루 갖췄으나 어딘가 아쉬운 표현력을 두르고 있던 그가 10대 시절에는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외로움과 무기력, 방황과 극복을 담아내는 데 성공한다.

 

전작 <I AM SAM>은 오디션에서 보여줬던 펑키한 기타 연주뿐만 아니라 샘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음반이었다. 반면 갓 스무 살을 넘긴 그가 무기력의 터널을 뚫고 보여준 이번 앨범에는 주목할 요소들이 존재한다. 특히 현 소속사인 안테나 뮤지션의 참여보다 새로운 이름들이 눈에 들어온다. 실력파 기타리스트 적재와 크러쉬의 「어떻게 지내」를 비롯한 다수의 곡을 작업하며 서정적인 편곡으로 주목받고 있는 홍소진 그리고 샘김까지. 이 세 사람이 주요 제작진이 되어 음반을 매만졌다.

 

참여진이 달라졌다는 건 음악 제작 방향에 변화를 줬다는 의미다. 샘김이 아이유의 「이런 엔딩」 작곡가라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그는 편안하면서도 감성적인 멜로디를 잘 쓴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장점을 살려줄 수 있는 뮤지션들을 섭외, 듣기에 부담 없는 매끈한 8곡을 만들어냈다. 지코와 크러쉬가 각각 참여한 「It’s you」나 「Make up」에서는 대중적인 접근이 돋보이고, 「Would you believe」에서는 네오 소울을 샘김의 방식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존 메이어의 2집과 3집 스타일이 연상되는 「Sun and moon」과 반전 매력을 품고 있는 「The one」은 이번 음반에서 그의 음악적 성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곡이다. 특히 「The one」은 도입부만 들으면 평범한 알앤비 같지만, 갈수록 재즈 힙합을 짙게 깔면서 강렬한 일렉트릭 기타 솔로까지 들려준다. 이러한 전개 방식은 비슷한 장르와 창법으로 활동 중인 가수들 사이에서 샘김의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감정 표현이 더욱 섬세해졌음을 느낄 수 있는 「무기력」에서는 그가 느낀 생각을 담담하게 한 글자씩 불러낸다.

 

해가 지고 달이 뜨는 것처럼, 어른이 된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나 그만큼 감당해야 할 감정이 더 많아진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울타리를 벗어나 홀로 세상을 마주한 청춘들은 두려움과 외로움, 무기력과 마주하며 자신을 뛰어넘을 준비를 한다. 그 시간을 지나온 샘김은 이곳에 그와 같은 이들을 다독이는 언어를 가지런히 펼쳐놓았다. 독학으로 익힌 기타를 수준급으로 연주하며 천재 소년 타이틀을 얻은 그는 이제 대중을 끌어안을 수 있는 감성과 실력까지 갖추게 됐다. 성장 가능성으로 빛나는 젊은 싱어송라이터의 첫 정규 앨범.

 


 

배너_책읽아웃-띠배너.jpg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YES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최진영이 써 내려간 모든 소설의 비밀

소설가 최진영의 첫 산문집. 경칩에서 우수까지, 절기마다 띄웠던 24개의 편지에 산문을 더했다. 18년 차 소설가인 작가를 계속 쓰는 사람으로 만든 "어떤 비밀"들을 담은 책은 그간 작품을 읽어준 독자에게 전하는 선물과도 같다. 나와 당신, 그 사이의 모든 것을 껴안는, 사랑이라는 마음을 전하는 책.

꼬마 고구마의 좌충우돌 성장기!

자신을 꼭 닮은 사랑스러운 캐릭터 '꼬마 고구마'로 돌아온 이 시대의 작가 고정순. 난독증으로 글을 읽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담은 그림책이다.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꼬마 고구마가 가족과 친구들의 지지 속에서 난독증을 딛고 당당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다정하게 그려냈다.

지금 팔리는 취향 너머의 경제

돈이 움직이는 곳에는 개인의 취향이 있다. 취향은 어떻게 돈이 되고, 트렌드가 되어 경제의 흐름을 이끄는 걸까? 소비문화와 경제의 상관관계가 궁금한 당신을 위해, 금융 플랫폼 토스 유튜브의 대표 콘텐츠 시리즈를 더욱 깊이 있고 풍부하게 책으로 엮었다.

배움에 관한 환상적인 책

인간 삶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배우는 과정이다. 배움을 지겹게 여긴다면 삶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 단 한 번도 공부하며 즐거웠던 적이 없다면, 『무지의 즐거움』을 권한다. 평생 몸과 마음을 단련하며 배우는 데 바친 우치다 다쓰루의 경험과 통찰이 깃든 멋진 책.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