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 이맘바라의 테라스에서 러크나우 최고의 경치가 펼쳐진다. 저 멀리 루미 다르와자 성문과 곰티 강까지 보인다.
CHAI 그들의 달콤 쌉싸름한 하루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러크나우(Lucknow)의 혼잡한 뒷골목, 한 차이 왈라(chai wallah, 노천 차이 상인)가 냄비에 차이를 끓이고 있다. 심부름 온 소년이 지켜보는 앞에서 그는 작은 플라스틱 컵 위에 차례로 거름망을 대고 차이를 따른다. 그러고는 컵 6개가 든 용기를 한 손에 든 채 슬리퍼를 끌고 차 배달을 나선다. 세계 최대의 홍차 생산국 인도. 이 나라는 영국 식민지 시절, 품질이 좋은 차를 유럽으로 보내고 남은 찻잎으로 차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질이 떨어지는 찻잎을 한참 끓인 후, 향신료와 설탕을 듬뿍 넣은 인도식 차이다. 설렁설렁 배달을 마치고 온 상인에게 차이 1잔을 청한다. 우유 함량이 낮아 부드럽게 넘어간다. 달착지근하고도 쌉쌀한 뒷맛이 남는다.
차이는 인도 어디서든 마실 수 있다. 인도 최대의 주 우타르프라데시(Uttar Pradesh)의 주도이자 ‘우아한 미식의 도시’ 러크나우에서도 당연히. 러크나우에서 가장 맛있는 차이를 맛보려면 도시 최대의 번화가 하즈라트간지(Hazratganj)로 향해야 한다. 영국 동인도회사가 세력을 확장해가던 19세기 초에 지은 빅토리아 양식 아케이드 건물은 빛이 바랬지만, 여전히 웅장함을 뽐낸다. 온갖 유형의 사람들이 치칸(chikan, 전통 수공예품) 상점, 구멍가게, 서점, 은행, 카페 사이를 흘러 다닌다.
여기서 몇 블록 거리에 샤르마 티 스톨(Sharma Tea Stall)이라는 허름한 노천 찻집이 있다. 길모퉁이, 몇 개 안 되는 스탠딩 테이블마다 참새처럼 모여 선 손님이 오후의 열기를 견디며 뜨끈한 차를 홀짝이고, 수다를 떤다. 바로 옆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지나는 자동차며 오토바이, 툭툭의 경적 소리가 배경음처럼 들린다. “이걸로 하루를 시작하죠.” 근처 잡지사 사무실에서 쉬러 나온 시나루 판다이(Shinaru Panday)가 찻잔을 가리키며 당연하다는 듯 말한다. “오늘은 왜 오후에도 왔느냐고요? 제 친구가 여기 차이에 반했거든요.” “뭄바이에는 이런 게 없어요.” 러크나우에 잠깐 놀러 왔다는 그의 친구가 변명한다. 안경 너머의 눈빛이 조금 풀려 있는데 더위 탓인지, 카페인을 과다 섭취한 탓인지 모를 일이다.
물론 100년째 전해 내려오는 차이 레시피를 의심할 필요는 없다. 주방은 오픈된 구조고, 화덕 위에선 언제나 낡아빠진 주전자가 끓고 있다. 비좁은 주방에선 일손이 바쁘다. 푸른 셔츠 차림의 샤르마(Sharma) 형제는 3대째 찻집을 운영하고 있다. 형 마난(Manan)이 차이 끓이는 법을 간단히 설명한다. 주전자에 찻잎 3스푼, 설탕 4스푼을 넣고 석탄으로 불을 땐 화덕 위에서 35분 정도 팔팔 끓여 우려낸다. 주로 다르질링이나 아삼 차를 쓰는데, 마난은 좀 더 부드러운 다르질링을 선호한다. 잔에 먼저 우유를 반쯤 붓고, 그 위에 팔팔 끓인 차를 따른다. 여기에 꼭 샤르마 티 스톨 특제 번 버터를 곁들여야 한다. 번 버터는 햄버거 패티처럼 생긴 둥근 빵 사이에 크림과 버터를 반씩 섞어 바른 것. ‘차이 앤드 번 버터’는 우타르프라데시 주의 이 비좁은 찻집에서 처음 탄생했다. 이 메뉴는 바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시내에 유사한 찻집이 몇 군데 생겼을 정도다. 점원이 쿨라(kulhar)라 불리는 전통 토기 잔에 담긴 차이와 번 접시를 내온다. 짙은 캐러멜빛 차이의 맛은 묵직할 만큼 진하고, 별로 달지 않아 상큼한 크림이 들어 있는 부드러운 빵과 잘 어울린다.
카운터 위에 걸린 액자 속에서 나이 지긋한 서양인 남성이 두 손을 합장하고 은은한 미소를 띤 채 즐거운 티 타임을 굽어보고 있다. 샤르마 티 스톨의 창립자이자 샤르마 형제의 할아버지다. 그 옆에 인도 유명 여가수 라타 망게슈카르(Lata Mangeshkar)의 사진도 함께 걸려 있다. “할아버지가 그녀의 광팬이었어요.” 러크나우에서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마난이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여기서는 모든 게 다 좋지요. 하지만 무엇보다 비채식주의자에게 좋은 도시예요. 치킨과 케밥을 꼭 먹어봐요. 저는 채식주의자지만.” 아침부터 밤까지, 이곳의 하루는 향긋한 차이와 번 버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샤르마 티 스톨 차이 20루피, 번 버터 20루피, 6:30am~7:30pm,
일요일 4pm까지, 14 Maqbara Road, Hazratganj.
샤르마 티 스톨의 2대 운영자 디팍 샤르마(Deepak Sharma)가 차를 따르고 있다.
뒤편으로 이곳의 창립자이자 그의 아버지의 사진이 보인다.
러크나우에서 꼭 맛봐야 할 차이 앤드 번 버터.
다르질링에서 직배송한 찻잎.
러크나우 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규모 서점.
샤르마 티 스톨은 밤늦게까지 북적거린다.
KEBAB 왕처럼 먹기
인도 북부 아와드(Awadh) 주에 통치자 나와브(nawab)가 머물던 18세기부터 19세기 중반까지, 러크나우는 태평성대를 구가했다. 무굴제국 황제가 임명한 나와브는 정치적 ? 군사적 실권을 행사하기보다 문화 예술과 미식을 후원하고 향유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쏟았다. 덕분에 시, 음악, 춤 등의 예술과 건축 그리고 전통 요리 기법인 아와디 퀴진(Awadhi cuisine)이 러크나우에서 꽃을 피웠다.
화려한 문화는 스러지기 직전 절정에 달했다. 러크나우 최후의 나와브이자 시인이던 와지드 알리 샤(Wajid Ali Shah)는 1847년 즉위하자마자 곰티 강(Gomti) 남쪽, 도심 한복판에 말 그대로 지상 위의 천국을 짓기 시작했다. 2년 후, 화려한 성곽도시 카이자르바(Qaisarbagh)가 완성되었다. 카이자르바는 ‘왕의 정원’이라는 뜻으로, 당대 최고의 건축 기술을 사용한 궁전과 정원이 기하학적 구획에 맞춰 들어섰다. 천국은 오래가지 못했다. 1857년 러크나우 독립전쟁을 진압한 후 도시를 장악한 영국 세력은 친나와브 세력의 본거지이던 카이자르바를 철거할 것을 명했다. 결국 많은 건축물이 헐리고, 그 위로 넓은 도로가 놓였다. 20세기 중반, 인도가 독립을 되찾은 후에도 한동안 카이자르바는 폐허로 남아 있었다. 복원 작업을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이곳은 코코넛 같아요. 껍질을 한 꺼풀 벗길 때마다 새로운 게 나오죠.” 카이자르바를 걸어서 돌아보는 이티하스(ITIHAAS) 헤리티지 투어의 진행자 스미타 바츠(Smita Vats)가 말한다. 카이자르바의 면적은 3제곱킬로미터 정도로 1~2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거리는 텅 빈 채 고요하고, 곳곳에 인도 이슬람 양식 건축물과 물고기 문양을 새긴 성문이 방치된 채 서 있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와지드 알리 샤가 남긴 또 다른 유산은 고스란히 이어져오고 있다. 나이가 들어 이가 몽땅 빠져버렸지만 식욕은 왕성하던 그는 자신의 바와르치(bawarchi, 요리사)에게 연하고 부드러워 씹을 필요가 없는 고기 요리를 개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입안에서 녹는다는 뜻의 갈루티 케밥(galouti kebab)이다. 또 다른 설에 따르면 이 케밥은 러크나우 외곽의 작은 마을 이름 카코리(Kakori)에서 개발했다고 전해진다. 그 때문에 카코리 케밥(kakori kebab)이라고도 부른다.
카이자르바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무갈스 다스타르콴(Mughal’s Dastarkhwan)은 맛 좋은 갈루티 케밥으로 유명한 곳이다. 역대 나와브의 초상화가 걸려 있는 실내에서는 에어컨 바람을 쐬며 손님들이 만찬을 즐기고 있다. 종업원이 테이블 위에 접시를 하나씩 내려놓는다. 밀을 얇게 반죽해 노릇노릇 구워낸 파라타(paratha), 치킨 커리의 일종인 라간 카 무르그(laganka murg) 그리고 갈루티 케밥이다.
아와디 퀴진의 가장 큰 특징은 약한 불에서 천천히 조리하는 슬로 쿠킹(slow cooking)이라는 점. 요리 하나를 완성하는 데 총 6~7시간 정도 걸리는 일이 다반사다. 갈루티 케밥도 예외가 아니다. 잘게 다진 양고기를 더욱 부드럽게 하기 위해 파파야즙을 섞어 2시간 이상 숙성시킨다. 여기에 커민, 칠리, 코리앤더 등의 향신료를 넣고 잘 버무린 뒤 약한 숯불에서 오랫동안 굽는다.
“러크나우는 음식의 천국이에요.” 아버지에게서 레스토랑을 물려받아 6년째 운영 중인 세트(Seth)가 말한다. “우리는 왕에게 의지해 살아갑니다. 왕과 같은 음식을 먹고, 그가 만든 건축물과 함께 살아가죠. 음식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따끈한 파라타를 손으로 조금 뜯어내 갈루티 케밥 하나를 싸서 한입에 넣는다. 케밥은 과연 이름대로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 내리고, 무수한 향신료가 배어든 독특한 고기의 풍미가 미각을 돋운다. 혀와 잇몸만으로 음미하기에는 좀 아까울 정도다. 액자 속의 와지드 알리 샤는 번쩍이는 옷 아래 배를 불룩 내민 채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이티하스 헤리티지 워킹 투어 3시간 투어 1인 1,500루피(간식 포함), [email protected]으로 문의 및 신청.
*무갈스 다스타르콴 갈루티 케밥 170루피, 12:30pm~10:30pm, 29, B.N. Road, opp. Islamia College, Lalbagh.
다스타르콴에서 내는 전통 갈루티 케밥과 치킨 커리.
치킨 코르마(Chicken Korma)가 끓는 냄비에 향신료를 첨가하고 있다.
카이자르바의 주요 건축물 중 1곳인 랄 바라다리(Lal Baradari)에서 복원 작업이 한창이다.
THANDAI 영적인 디저트
해 질 녘, 러크나우 구시가가 자줏빛 안개에 휩싸여 있다. 저 멀리 모스크와 시계탑이 그림자놀이를 하듯 잿빛 실루엣을 드러낸다. 북쪽에 높이 20미터의 화려한 성문 루미 다르와자(Rumi Darwaza)가 우뚝 서 있고, 그 너머로 아담한 곰티 강이 흐른다. 반대쪽에는 러크나우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지인 초크(Chowk)가 어둠 속에 잠겨 있다. 아래쪽에서 시끄러운 차 소리와 웅성거리는 시장 소리가 뒤섞여 희미하게 들려온다.
러크나우의 나와브 시대 건축물 중 최고로 꼽는 바라 이맘바라(Bara Imambara) 지붕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이렇다. 바라 이맘바라는 1775년, 러크나우에 정착한 최초의 나와브 아사프 우드 다울라(Asafud-Daula)가 시아파 성인에 헌정해 지은 거대한 묘지다. 성스럽고 우아한 바라 이맘바라의 그늘 아래, 초크의 미로 같은 골목은 수백 년 전 그대로 남아 있다. 유서 깊은 치칸 상점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골목 어귀의 오거리는 혼돈 그 자체. 경쾌한 녹색의 툭툭과 자동차가 신이 난 듯 경적을 울려대고, 수많은 인파에 소까지 한데 뒤얽혀서 각기 제 갈 길을 간다. 마치 축제가 벌어지는 듯한 분위기다. 툭툭은 서로 경쟁하듯 별과 무지개 스티커로 화려하게 장식하고, ‘Speed 40km’ ‘Horn please’ ‘Shri Radhey Radhey’처럼 별 의미 없는 문구를 유리창에 붙인 채 달린다.
그 틈바구니에 100년이 넘은 탄다이 가게 판디트 라자 탄다이(Pandit Raja Thandai)가 자리한다. 탄다이는 인도 북부에서 즐겨 마시는 전통 음료다. 봄에 열리는 힌두교 고대 축제 홀리(Holi)에서 빼놓지 않고 즐기는 음료기도 하다. 판디트 라자 탄다이는 성황리에 영업 중인 가게라기보다는 공사를 벌이다 만 공간이나 임시 매장에 가까워 보인다. 휑한 내부는 온통 새파랗게 칠했다. 대합실 의자처럼 생긴 낡은 나무 의자가 입구 쪽에 놓여 있고, 한가운데 카운터 하나가 달랑 자리한다. 손님은 의자에 쪼르르 앉아 물감을 푼 듯 샛노란 액체를 마시고 있다.
판디트 라자 탄다이를 4대째 운영 중인 주인이 카운터에서 능숙한 솜씨로 음료를 제조한다. 그 뒤에서 돈의 신 라크슈미(Lakshmi) 상이 새파란 전등 불빛 아래에 앉아 장사가 잘 되는지 지켜보고 있다. 탄다이를 만드는 법은 꽤나 독특하다. 먼저 아몬드와 피스타치오, 카르다몸, 사프란 등을 잘 섞은 뒤, 우유와 장미수를 첨가한다. 혼합물은 천처럼 고운 체에 몇 차례 거른 후, 2개의 컵에 반씩 나눠 따른다. 2잔의 음료를 큼직한 주전자에 넣어 섞고, 이를 또다시 2개의 컵에 나눠 붓고, 다시 한데 섞는 일을 몇 차례 반복한다. 탄다이가 잘 섞이면 유리잔에 따르고, 손으로 내리쳐서 깬 얼음을 넣어 낸다. 손님의 주문에 따라 탄다이 색깔은 샛노란색부터 옅은 녹색, 짙은 풀색까지 각양각색이다. 녹색 음료는 뱅 탄다이(bhang thandai)로, 대마초의 일종인 뱅(bhang) 성분을 함유한 것이다. 뱅은 인도에서 합법적으로 소비되며 주로 탄다이 같은 음료나 디저트에 소량을 넣어 먹는데, 기분을 좋게 해주고 가벼운 환각 효과를 동반한다고 한다.
“50년째 이걸 마시고 있다오. 이건 약으로 먹는 거요.” 하얀 눈썹이 엄청나게 두텁고, 온몸이 쭈그러든 듯한 까만 노인이 걸걸한 목소리로 외치듯 말한다. 그는 자기 몫의 음료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나는 78세라오. 이게 내 건강을 좋게 해주지.” 그의 열정적인 태도를 보면 정말 효과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뱅 탄다이를 섣불리 들이켰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으므로 샛노란 탄다이를 주문한다. 견과류와 우유가 듬뿍 들어 있어 고소하고, 무척 달콤하다.
탄다이 1잔을 둘러싼 기기묘묘한 분위기는 길 맞은편에 있는 힌두교 사원 덕분에 배가된다. 사원 내부는 흰색 타일 벽으로 마감했다. 눈부신 백열등 아래서 원숭이 얼굴을 한 신 하누만(Hanuman)이 빙그레 웃으며 혼돈의 거리를 내다보고 있다. 그는 형광빛 주황색으로 얼굴을 칠한 채, 주황색 천을 몸에 두르고 형광빛의 노란색 꽃으로 만든 화환을 머리에 쓰고 있다. 길을 지나던 인도 인이 사원 입구의 천장 아래로 길게 늘어뜨린 종을 한 번 친 후, 하누만 앞에 가서 절을 한다. 달콤한 탄다이를 홀짝이며 그 모습을 구경하노라면 적어도 이 오랜 골목에서는, 신성한 것과 속된 것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듯하다.
*바라 이맘바라 입장료 350루피(초타 이맘바라(Chota Imambara), 시계탑, 바라다리(Baradari) 입장 포함), 일출~일몰, Machchhi Bhavan.
*판디트 라자 탄다이 탄다이 40루피, 8am~11pm, 10B, Kasturba Market, Chowk.
해 질 녘, 바라 이맘바라의 지붕 테라스. 오른편에 1881년 세운 빅토리아 양식의 시계탑이 보인다.
판디트 라자 탄다이에서 내는 전통 음료 탄다이.
인도 특유의 화려하게 꾸민 트럭.
초크 골목의 행상.
KHASTA KACHORI 삶의 맛
200여 년 된 거대한 상업 지구 아미나바드(Aminabad) 거리는 아침부터 활기가 넘친다. 시내 한복판을 드넓은 아미나바드 로드(Aminabad Road)가 정맥처럼 가로지르고, 양옆으로 크고 작은 골목이 잔가지처럼 무수히 뻗어 있다. 맨발에 찢어진 옷을 걸친 아이부터 고운 전통 의상을 차려입은 여인, 새카만 노인까지 온갖 유형의 러크나우 사람들, 과일, 길거리 음식, 선글라스를 파는 행상, 오토바이와 인력거가 거리를 활보한다. 혼돈 속에서 그들만의 질서를 지키면서. 거리에는 서점, 치칸 의류 상점, 전통 악기상, 허름한 로컬 식당, 낡은 칼로 면도해주는 노천 이발소 등이 즐비하다. 그야말로 없는 게 없다.
아미나바드에서 상대적으로 한적한 스리 람 로드(Sri Ram Road)의 아삼 티 센터(Assam Tea Centre)도 새벽같이 문을 연다. 아삼과 다르질링에서 직배송한 찻잎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가게다. 가게 안에 쌀 포대 크기만 한 찻잎 자루가 천장까지 쌓여 있고, 쌉쌀한 차 향기가 코를 찌른다. 화려한 사리를 두른 여자가 익숙한 듯 가게에 들러 차를 주문하고, 점원이 저울에 찻잎 무게를 단다. 열두 살 된 산자이(Sanjay)는 일주일에 한 번씩 가게에 나와 아버지의 일을 돕는다. 하지만 커서 가게를 물려 받으려는 것은 아니며, 다른 사업을 할 예정이라고 어른스럽게 말한다. “차는 매일 마셔요. 인도 사람은 차 마시는 걸 좋아해요.” 왜냐는 물음에 산자이는 해맑게 씩 웃으며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모르겠어요.” 이때만큼은 소년이 제 나이로 보인다.
여기서 몇 블록 거리, 75년 된 허름한 가게 라티랄스(Rattilal’s)는 러크나우 현지인의 아침을 격려하는 듯하다. 가게 밖에 줄을 선 손님은 모두 얼굴이 밝다. 곧 먹을 아침 식사 생각 때문인 듯하다. 종업원은 재빠른 손놀림으로 큼직한 잎 위에 튀긴 빵, 양념에 버무린 삶은 알루(aloo, 감자), 크홀레(chhole, 콩의 일종) 스튜, 칠리와 라임을 얹어 내준다.
튀긴 빵은 카스타 카초리로, 인도 북부에서 사랑받는 길거리 음식이다. 마이다(maida) 쌀과 검은 녹두를 섞은 반죽에 커민, 칠리, 코리앤더, 마살라 파우더 등 향신료를 첨가해 속은 비운 채로 튀겨낸다. 바쁜 손님이 아침 식사가 든 봉투를 들고 가게를 나선다. 덜 바쁜 이는 가게에 앉아 왼손에 잎을 들고, 오른손으로 조촐한 식사를 즐긴다.
라비 굽타(Ravi Gupta)는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온 가게 라티랄스를 물려받아 3년째 운영 중이다. “이 메뉴는 러크나우의 힌두교 대금업자가 즐겨 먹던 전통적인 아침 식사죠. 일터로 출근하기 전에 빨리 먹을 수 있거든요.” 그의 조언을 따라 바담 밀크(badam milk) 1병을 곁들여 바쁜 대금업자처럼 식사해보기로 한다. 카스타카초리는 속까지 파삭하게 잘 튀겨져 무척 고소하고, 간이 적절히 배어 있어 10개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 향신료 풍미가 물씬 나는 감자와 콩 요리가 꽤 잘 어울린다. 노란빛이 도는 바담 밀크를 1모금 마시자 강한 아몬드 향과 엄청나게 단 맛이 혀를 기분 좋게 마비시킨다. 이제야 슬슬 하루를 시작할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삶에는 분명 어느 정도의 기름기와 달콤함이 필요한 것이다. 인도의 이른 아침이라면 더더욱.
*아삼 티 센터 찻잎 1kg당 160루피부터, 6:30am~7:30pm, 일요일 4pm까지, 3, Sri Ram Road.
*라티랄스 아침 식사 22루피, 바담 밀크 25루피, 7am~5pm, Jadunath Sanyal Road, Rattilal Chauraha, Hewett Road.
이기선은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의 에디터다. 정수임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시선을 담아내는 사진가다. 둘은 러크나우에서 맛본 최고의 음식으로 라티랄스의 카스타 카초리를 꼽았다.
아미나바드의 북 마켓 로드(Book Market Rd.)에는 서점이 즐비하다.
북 마켓 로드의 한 서점.
로컬 식당 라티랄스에서는 겔리비(gelibi) 등 전통 디저트도 판매한다.
라티랄스의 인기 아침 메뉴.
아미나바드 뒷골목에서 만난 현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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