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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혹은 여자로 산다는 것 (1)

아이의 모습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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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여자로 사는 것과 남자로 사는 것 중 어느 편이 나을까. 남자답게, 혹은 여자답게, 의 삶이 아니라 사랑과 칭찬에 있어서는 풍족한 아이로, 물질에 대해서는 결핍을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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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몽을 꾼 건 엄마였다.


수조인지 대야인지 커다란 통 속에 든 금붕어들이 힘차게 헤엄치고 그 주홍빛이 선명하고 건강해 보였다고 했다. 손을 넣어 몇 마리 건져 올렸는데 꿈에서 깬 뒤에도 그 느낌이 생생하다고 했다. 금붕어는 어떤 의미일까, 궁금하기보다 이게 태몽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가 더 궁금했다. 


과일을 많이 먹고 고기가 싫어졌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은 저마다의 경험과 전해들은 이야기를 종합해 아이의 성별을 가늠했다. 들을 때는 그럴싸한 이유를 대는데 결과가 반반이라는 게 재미있었다. 아들과 딸 중 뭐였으면 좋겠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성별과 상관없이 건강한 아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머릿속으로 딸 혹은 아들과 함께 걷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성장을 짚어가는 동안 그 질문은 다른 형식으로 바뀌었다.


이 세상에서 여자로 사는 것과 남자로 사는 것 중 어느 편이 나을까. 보드랍고 통통한 뺨과 작고 말캉한 발이 아니라 남자나 여자로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건 고통스러웠다. 남자답게, 혹은 여자답게, 의 삶이 아니라 사랑과 칭찬에 있어서는 풍족한 아이로, 물질에 대해서는 결핍을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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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서유미(소설가)

2007년 문학수첩 작가상을 받으며 등단. 같은 해 창비 장편소설상을 탔다. 장편소설 『판타스틱 개미지옥』 『쿨하게 한걸음』 『당신의 몬스터』를 썼고 소설집으로 『당분간 인간』이 있다. 에세이 『소울 푸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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