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놀이터

형돈이와 대준이, 갱스터랩이라고 들어봤니?

데프콘의 존재는 형돈이와 대준이를 상대적으로 그런 위험에서 자유롭게 만들어준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제목부터 재미있는 형돈이와 대준이의 앨범이 나왔습니다. 장난 같은 가사에 데프콘의 탄탄한 프로듀싱, 희한하게 어울리네요.

형돈이와 대준이 < 닭크 껭스타랩 볼륨1 >

 

형돈이.jpg

 

가수의 영역에 발을 들인 코미디언을 일컫는 소위 개가수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다소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 연예인의 분야를 엄밀히 구분 지을 필요는 없지만 개가수들은 어떤 굳건한 음악적 지향 없이 순간적 흥행만을 따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디어에서 디제이나 일렉 장인으로 이미지를 굳힌 박명수가 최근 발표한 싱글 「명수네 떡볶이」는 아이러니하게도 힙합 프로듀서 프라이머리의 빈티지 스타일이었다. 자의든 타의든 본인의 음악적 취향과 성공이 묘한 갭을 만든 것이다.



 

데프콘의 존재는 형돈이와 대준이를 상대적으로 그런 위험에서 자유롭게 만들어준다. 엔터테이너로 전업을 선언했음에도 그의 머리에는 음악가로서의 경험과 능력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유행을 따른다 한들 이들이 포크가수나 록 밴드가 될 리는 없다. 데프콘이 스스로 10년 넘게 쌓아온 커리어를 무너뜨리지 않는 한 말이다.

형돈이와대준이.jpg

 

< 닭크 껭스타랩 볼륨1 >라는 제목답게 이번 수록곡은 한때 데프콘이 지향하던 마초 스타일을 공유하고 있다. 이기적인 연애 상대에게 복수하는 「타이틀이었을뻔했던 곡 (타이틀이었을뻔했던 곡)」의 가사나 이름과 욕을 이용한 언어유희를 보여주는 「박규 (선공개 곡)」등은 전체적으로 데프콘의 솔로 시절 < Macho Museum >의 순화된 버전을 보는 듯하다. 웃어넘기기 쉬운 외양이지만 음악은 내실을 자랑한다. 프로듀서로서의 데프콘의 역량을 감상할 수 있는 부분이 곳곳에 즐비하다.

 

문제는 형돈이와 대준이의 유머 방식이다. 이들은 예전부터 주로 발음이나 단어상의 유사점을 이용하거나 정상적인 서사를 비틀어 반전을 선사하는 식으로 가사를 쓰는데 하나같이 휘발성이 강한 웃음이다. 곡 사이사이 숨은 농담들이 말장난 수준에 그치다보니 웃기기는 해도 신선함이 없는 것이다. 프로듀서 박진영을 대동하며 진지한 음악에 대한 조소를 선보였던 유브이와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이쯤 되면 상호간의 스타일 차이 때문이라는 변호도 무색하다.

 

음악적 진정성과 같은 무게 있는 이야기를 덜어내고 유희적인 측면만을 보더라도 형돈이와 대준이가 장기적인 흥행을 이루기는 힘들어 보인다. 우스꽝스러운 랩을 늘어놓으며 「안좋을때 들으면 더 안좋은 노래」로 처음 활동을 시작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곡의 소재나 웃음의 포인트에서 변한 부분이 없다. 예능의 웃음과 음악가로서의 콘셉트는 그 성격이 다르다. 잔재미만으로는 음악적으로 긴 승부를 걸 수 없다. 구구절절 길어지는 곡 제목들이 얼마 남지 않은 이들의 밑천을 가리는 눈요깃거리로만 보인다.

 

글/ 이기선()

 

[관련 기사]

- 샤이니 태민, 남자로 돌아오다
- 김사랑 “콤플렉스가 무조건 나쁜 건 아니에요”
-진짜 '장범준'표 앨범
-18살 음악소년, 유승우의 풋풋한 감성
-비긴 어게인, 노래가 당신을 구할 수 있나요?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6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 8,900원(19% + 1%)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 8,900원(19% + 1%)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 8,900원(19% + 1%)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최진영이 써 내려간 모든 소설의 비밀

소설가 최진영의 첫 산문집. 경칩에서 우수까지, 절기마다 띄웠던 24개의 편지에 산문을 더했다. 18년 차 소설가인 작가를 계속 쓰는 사람으로 만든 "어떤 비밀"들을 담은 책은 그간 작품을 읽어준 독자에게 전하는 선물과도 같다. 나와 당신, 그 사이의 모든 것을 껴안는, 사랑이라는 마음을 전하는 책.

꼬마 고구마의 좌충우돌 성장기!

자신을 꼭 닮은 사랑스러운 캐릭터 '꼬마 고구마'로 돌아온 이 시대의 작가 고정순. 난독증으로 글을 읽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담은 그림책이다.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꼬마 고구마가 가족과 친구들의 지지 속에서 난독증을 딛고 당당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다정하게 그려냈다.

지금 팔리는 취향 너머의 경제

돈이 움직이는 곳에는 개인의 취향이 있다. 취향은 어떻게 돈이 되고, 트렌드가 되어 경제의 흐름을 이끄는 걸까? 소비문화와 경제의 상관관계가 궁금한 당신을 위해, 금융 플랫폼 토스 유튜브의 대표 콘텐츠 시리즈를 더욱 깊이 있고 풍부하게 책으로 엮었다.

배움에 관한 환상적인 책

인간 삶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배우는 과정이다. 배움을 지겹게 여긴다면 삶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 단 한 번도 공부하며 즐거웠던 적이 없다면, 『무지의 즐거움』을 권한다. 평생 몸과 마음을 단련하며 배우는 데 바친 우치다 다쓰루의 경험과 통찰이 깃든 멋진 책.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