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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 태민, 남자로 돌아오다
어린 티를 벗어나려 어른인 척 하지 않는다
대중성에 음악성까지 갖춘 음악으로 활약해온 아이돌 그룹 샤이니, 그중 막내 태민이 솔로로 출격했습니다. 과연 그는 앨범 제목대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 ACE >입니다.
태민 < ACE >
막내가 4명의 형 역할을 해낸다. 이제는 가창, 퍼포먼스 고루 다 소화하는 샤이니 멤버들의 허전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태민의 솔로앨범에 대한 첫 인상이다. 홀로 < 불후의 명곡 >에 출연하며 성장한 자신감은 여린 소년에 대한 고정관념을 부수기 위한 첫 앨범으로 이어진다.
'Like Michael Jackson'. 퍼포먼스에 재능을 가진 솔로 댄스 가수들의 공통된 목표다. 태민 역시 마이클 잭슨을 오마주했다. 손동작만으로도 관중을 사로잡았던 마이클 잭슨의 퍼포먼스를 샤이니의 「셜록」과 결합하여 괴도라는 만화 캐릭터로 옮겨왔다. 곱상하게 생긴 얼굴은 퇴폐적이고 로보틱한 표정으로, 가늘고 긴 팔다리는 망토를 펄럭이는 괴도의 가벼운 몸놀림으로 연결된다.
타이틀 곡 「괴도」는 의도적으로 후렴을 모호하게 만들어 놓고 기계적으로 지껄이는 보컬을 배열한다. 아드레날린을 뿜어내는 부분이나 귀에 붙는 중심 멜로디 없이 'Danger / 오늘 밤에 / 훔쳐가요' 등 신경질적이고 낯선 질감들이 반복된다. 한 방의 임팩트 대신 곡 전체에 걸쳐 노랫말을 세뇌시키겠다는 의도다. 이러한 주술성이 안무와 결합되었을 때 시너지 효과를 내 퍼포머를 돋보이게 만들어준다. SM이 신선한 자극을 찾기 위해 북유럽 작곡가들과 함께 작업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지럽고 피로했던 이전 작품들에 비해 시행착오에서 생긴 노하우의 결과물이 가지런하게 다듬어지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하지만 속도를 내는 곡과 달리 태민의 가창은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부족하다. 「소나타」와 같이 끈적이는 어반 알앤비에서 그의 여린 미성은 흑인 음악의 찰랑대는 리듬감을 소화하는 데 아직 어려움이 있다. 무엇보다 「괴도」와 「거절할게」는 샤이니의 다음 정규 앨범에 수록되었어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곡 자체가 익숙함 안에 자리 잡고 있다. 멤버별 음색이 뚜렷한 샤이니가 흩어져 개개인이 활동을 할 때는 팀 내의 역할과 노선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한계에 부딪힌다. 키가 유닛으로 참여한 투하트의 앨범과 종현, 온유의 OST 활동이 초반의 관심을 꾸준히 유지하지 못한 데에는 모두 같은 원인이 작용한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팀의 멤버를 등장시키는 방법론을 택했다. 화성 중심으로 쌓아놓은 가창, 파열되는 전자음을 내세운 샤이니의 작곡 방식을 가져가되 사람을 교체하는 전략이다. 「Ace」에서는 최강창민의 개입에 따라 동방신기의 어반 알앤비를 연상시키는 담백한 느낌을 주더니 엑소의 멤버 카이의 랩과 태민의 보컬이 혼재하며 만들어내는 미묘한 긴장감은 「Pretty boy」를 앨범 중반부의 숨겨진 무기로 만든다.
각 팀의 지원 선수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협공하는 그림, 이것이 태민의 성장과 함께 앨범을 끌어가는 흥미로운 부분이자 그동안 팀별 유형을 구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SM의 노하우가 유효타로 바뀌는 순간이다.
'항상 예쁘게만 바르게만 보여도, 세상 착하게만 여리게만 보여도 날 넘겨짚은 상상뿐일 걸'
어린 티를 벗어나려 어른인 척 하지 않는다. 첫 솔로앨범에서 팀의 색깔을 벗고 개인의 매력을 보여주겠다는 강박감도 없다. 부족한 지점을 채우려 조용히 노력해온 발전 기록표를 여리지 않되 거칠지도 않은 목소리로 알린다. 이것이야 말로 그룹 내부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이며, 아직도 소년으로 알고 있었던 막내의 도발이다.
2014/09 정유나([email protected])
관련태그: 태민, ace, 괴도, 샤이니, 종현, 온유, key, 민호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