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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지노, 한국 힙합의 이슈메이커
트렌디하지만 막연하게 유행을 쫓지 않는다
새 힙합 음악들이 쏟아지던 한 주였습니다. 대세남, 빈지노도 그 중 하나였는데요. 디자이너 브랜드 WOOYOUNGMI 파리 콜렉션의 음악을 총괄하면서 구상한 앨범이라고 합니다. 패션을 청각적으로 어떻게 표현했는지 감상해보시죠.
빈지노(Beenzino) < Up All Night >
현재 한국 힙합신에서 빈지노의 영역은 협소하지 않다. 재지팩트와 피스쿨 그리고 첫 EP 앨범인 < 24 : 26 > (2012) 같은 지난 작업 물에서 다양한 음악이 깊은 인상을 남겼고 일리네어 레코즈의 컴필레이션 앨범 < 11 : 11 >(2014)에서도 뚜렷한 존재감과 기량을 발휘했다. 2013년도 싱글 「Dali, Van, Picasso」가 아무런 방송활동 없이 1위를 차지한 것 역시 그의 영향력을 나타내주는 사례다.
화가인 어머니와 서울대 조소과 전공이라는 빈지노의 음악 외적인 부분도 화제. 이러한 요소들이 그의 음악과도 연결되어 「Dali, Van, Picasso」가 미술에서 소재를 빌려왔다면 이번 앨범 < Up All Night >은 패션이다. 곧 발매될 정규작과는 별개로 패션 디자이너 우영미의 브랜드 WOOYOUNGMI의 패션쇼와 합작한 프로젝트 음반이다. 뮤직비디오에서는 모델 오디션 프로그램 <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 > 시즌 5의 참가자들이 등장하며 그 연관성을 상징한다.
런웨이 배경음악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 Up All Night >은 전작 < 11 : 11 >에서 들려준 타이트한 랩보다 힘을 빼고 쉬어간다. 계절성에 맞춘 시원한 느낌이 < 24 : 26 >의 연장선에 있기도 하지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다소 투박하고 전투적인 힙합이 빈지노의 앨범에서는 고급스런 향기를 풍긴다. 부담스럽지 않은 랩으로 여성들이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타이틀 곡 「How do I look?」은 「Dali, Van, Picasso」의 프로듀서 피제이가 만든 세련된 비트와 빈지노의 유려한 운율이 결합되어 청각적인 감흥을 전달한다.
패션과 생활방식을 섞어 풀어내는 스토리텔링은 빈지노의 작사를 돋보이게 만든다. 「Jackson Pollock d*ck」에서 여성과 사랑을 나누는 행위를 커다란 캔버스 위에 물감을 흘리고 튀면서 몸 전체로 그림을 그리는 추상표현주의 화가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에 비유한다. 시각의 전환과 절묘한 상징이 미술학도라는 독특한 포지션과 결합해 음악을 '있어 보이도록' 만든다. 예술성을 앞세운 허세가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반박할 수 없는 뚜렷한 근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트렌디하지만 막연하게 유행을 쫓지 않는다. 아티스트와 패션을 소재로 차별화했고 피쳐링 보컬을 후렴구에 이용하지도 않는다. 빈지노의 성공에는 외모와 학벌, 옷 스타일이 힘을 보탰지만 음악에서만큼은 대중성을 핑계로 한 여성화나 흥행코드를 떼어내며 비판을 비켜간다. 인상에 남는 트랙이 부재하다는 아쉬움도 일리네어 컴필레이션 앨범과 자신의 정규앨범의 이음새를 잠시 식혀주는 쿨링 브레이크 타임에서 중요하지 않다.
빈지노는 힙합신의 꼭짓점에 서서 자신의 재능을 표현하고 그 영향력으로 대중과 장르 팬 모두를 끌어당긴다.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 힙합 세계에서 그가 대세몰이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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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