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MD, 나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선물한 책
③ MD 추천 도서 예스24 도서 MD 10인이 말한 ‘내 인생의 책’
책이 좋아 도서 MD가 된 사람들. 그들은 어떤 책을 통해 세상과 만났을까? 과거, 그리고 최근에 읽은 책 가운데,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준 책들을 소개한다.
4월 23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입니다. <채널예스>는 ‘책의 날’을 맞아, 특색 있는 책을 만들고 있는 출판사와 잡지사를 만나보고, 양서를 추천합니다.
좋아하는 일은 직업으로 선택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누구나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길 바란다. 책이 좋아 인터넷서점에서 일하게 된 도서 MD들 또한 다르지 않다. 책과 관계된 직업은 무수히 많다. 번역가, 출판기획자, 편집자, 북디자이너, 출판기자, 도서관 사서, 서점 운영자, 북칼럼니스트 등. 그 중 수많은 신간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접하는 도서 MD들은 어떤 책을 ‘내 인생의 책’으로 꼽았을까? 예스24 도서 MD 10인에게 물었다. ‘당신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한 책은 무엇입니까?’
예수전
김규항 저 | 돌베개
B급 좌파 김규항, 예수의 삶을 다시 읽는다
누구나 그렇듯 나도 재미있는 책을 좋아한다. 다만 유머러스하거나, 위트가 넘친다는 평을 받는 책에서는 남들만큼의 재미를 느끼진 못하는 것 같다. ‘남들과 조금 다른가?’ 하는 생각에 가끔 신경 쓰이기도 한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다들 투수를 좋아하지만 백에 한, 둘은 유격수를 좋아하기 마련이니까. 내가 재미를 느끼는 순간은 조각조각 알고 있던 사실들을 이어 붙여 큰 그림을 보여준다거나,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사실을 밝힘으로써 '인식의 전복'을 일으키는 순간이다. 책을 읽는 즐거움은 이때 극대화 된다. 책을 통해 생각이 한 층 더 자랐다는 성취감이기도 하다. 김규항의 『예수전』은 저자가 그간 보여온 일련의 모습들 그대로, 위트라곤 없는 진지한 책이다. 하지만 그 어떤 책보다 몰입을 시켜주며 인식의 전복을 극대화한다.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본 예수의 모습, 단지 종교 비판뿐만 아니라 우리가 세상 만물을 좀 더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하는 역작이다.
(김성광 인문/역사문화/사회 MD)
은하영웅전설
다나카 요시키 저/미치하라 카츠미 그림/김완 역 | 디앤씨미디어(D&C미디어)
제왕의 귀환! 화려한 천재들의 장려한 우주전기가 ‘완전판’으로 돌아왔다!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로 기억된다. 동네 근처 꽤 큰 서점을 어슬렁거리다가 장르소설 코너에서 『은하영웅전설』이라는 다소 유치한 제목의 검은색 표지 책을 발견하게 됐다. 책을 이리저리 들처보다가 고민 끝에 1권을 집어 들어 집에 와 읽기 시작했는데 이 책은 그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가 가장 자주 읽고 제일 재미있게 읽은 책이 되었다.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라인하르트라는 정치와 군사 분야의 천재 황제가 다스리는 은하제국과 불패의 지장 양 웬리가 버티는 자유행성동맹의 대결을 그린 이 작품은 가히 '20세기판 삼국지'라 할 만큼 흥미진진하며 작품 속에는 보석 같은 메세지와 어록들이 한가득 담겨 있다. 혹 책읽기를 싫어하는 중고등학생 자녀 때문에 고민중인 부모들이 계시다면 진정 이 책을 강추해 드린다. 효과 100%다.
(박수호 수험서/자격증/대학교재 MD)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
아멜리 노통 저/전미연 역 | 문학세계사
그녀만의 기발한 상상과 비유
대학교 1학년, 형광펜처럼 튀고 싶었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무엇을 갖게 되기를 열망했다. 그 열망이 이 책을 운명처럼 만나게 했다. 그녀의 문체는 과거에 본 적이 없는 형태의 것이었다. 독특했고, 평생 잊혀지지 않을 만큼 강렬했다. 책에는 스스로를 신이라고 믿는 세 살짜리 여자 아이가 등장하는데, 신과 실존, 존재와 불안 등의 철학적 주제를 기가 막힌 비유를 써서 풀어낸다. 특히 '시선'에 대한 그녀의 표현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내가 누구인지 자꾸만 잊어버리는 지금, 10년 전 이 책이 나를 구원해주길 속절없이 바라본다.
(최지혜 가정/건강 MD)
미생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대한민국 모든 직장인의 인생 교과서!
만화MD지만 막상 아버지에게 책을 한 권 권하라고 하면 무엇을 고를지 망설이게 되고는 했다. 하지만 『미생』은 병실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셔야 해서 만화책을 가져와보라는 아버지의 부름에 단숨에 보물처럼 싸 들고 간 만화이다.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끌며 땀 흘리며 살아가고 있는 모든 직장인에게 공감과 뜨거운 응원을 건네며 오늘 하루 진하게 살아갈 용기를 주는 책이다.
(김수연 만화/잡지 MD)
The Kite Runner (Movie Tie-In)
Khaled Hosseini | Penguin Group USA | 번역서 : 연을 쫓는 아이
아프가니스탄의 굴곡진 역사를 배경으로 한 따뜻한 성장소설
앞만 보고 바쁘게 살다 의도치 않게 넘어졌을 때 극복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혀를 마비시킬 만큼 단 케이크로 달래는 사람도, 동굴 속에 들어가 미동 없이 잠만 청하는 사람도. 나의 경우에는 앞의 두 가지에 하나를 더한다. 바로 심리학 관련 서적이라던가 소설을 통해 치유를 하고자 애쓴다는 점이다. 꽤 나이는 들어 버렸지만 여전히 나는 성장통을 겪고 있고, 내 마음의 아픈 조각들이 떠오를 때 독서로 위안을 삼는다. 그리고 늘 다시 한번쯤은 돌아오게 되는 책이 바로 『The Kite Runner』다. 보석 같은 이 책은 아름다운 글로 잔잔하지만 그러나 강한 울림을 준다. 그리고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강렬하고 묵직한 메시지를 통해 전한다. 처음에는 박진감 있는 스토리를 읽는 재미에 정신을 놓다가 책장을 덮을 때쯤에는 가슴이 먹먹해짐을 하염없이 느낄 것이다. “너를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그렇게 해주마” 주인공의 마지막 나직한 목소리는 그 무엇과 바꾸기 힘든 감동을 선사한다. 특별히 이 책은 한글로 먼저 읽고 원서로도 다시 한번 마주하길 추천한다. 생각보다 읽어 내려가기 어렵지도 않고 유려한 번역에도 다 담을 수 없는 감동을 좀더 진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규영 외서 MD)
피츠제럴드 단편선 1
스콧 피츠제럴드 저/김욱동 역 | 민음사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선집
독서가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은 무엇보다도 흥미진진한 이야기일 것이다. 피츠제럴드는 이 단편선에서 낭만적인 연애사부터 부잣집 도련님들의 철없는 소동, 인물들의 기질이 자초한 지독하고도 질긴 운명에 대해 위트, 조소, 냉소, 아련함 들을 양념처럼 버무려서 풀어놓는다. 읽는 동안 뒷이야기가 너무도 궁금해서, 도저히 마음이 간질거려서, 어쩔 줄을 모르는 상태에 곧잘 빠지곤 했다.인생의 책 한 권을 꼽기엔 너무 어려워서 최근의 책으로 이 한 권을 꼽는다.
(유서영 유아/전집 MD)
우정 지속의 법칙
설흔 저 | 창비
새 것만 찾는 세상, 하지만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나에게는 ‘누구랑’이 가장 중요하다. 느낌이 좋은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 만큼 즐거운 일도 없다. 배가 아프게 웃다가도 아무 말 없이 있어도 편안한, 그렇게 죽이 잘 맞는 친구가 흔치는 않다. 새로운 친구들이 늘어가지만 어쩐지 시간이 지날수록 진짜 친구는 줄어가는 기분이다. 청소년 분야 담당이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이 책은, 한없이 가까웠다가 이제는 멀어져 버린 우정과 관계에 대해 좀 복잡했던 내 마음을 다독여 주었다. 저자 설흔은 자신의 이야기에 영화나 옛사람들의 일화를 믹스해 친구를 사귀는 법부터 그 우정을 키워나가는 법까지 11가지의 법칙을 만들었다. 가볍게 읽기 시작했지만 깊이 빠져 들었고, 다 읽고 나서는 언제고 다시 꺼내볼 수 있도록 눈에 띄는 자리에 꽂아 두었다.
(강현정 청소년/예술/여행 MD)
말공부
조윤제 저 | 흐름출판
말에도 공부가 필요하다
말의 중요성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겠지만, 요즘에는 실용적인 측면이 특히 강조되다 보니 말을 단순히 기술이나 재주로 가르치는 책들이 많다. 하지만 기본과 깊이 없이 기술로만 익힌 말은 금세 밑천이 드러나고, 속 빈 대화가 되고야 만다. 화려한 기교나 장황한 설명 없이, 한 마디의 말만으로도 품격을 드러내며 의도한 바를 이루는 사람. 그들에게는 남다른 내면의 힘과 지혜가 느껴진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 하지만 깊이 있는 진짜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부'가 필요하다. 가벼움이 넘쳐나는 요즘, 고전 속 현자와 영웅들의 격이 다른 대화를 통해 진정한 말의 지혜와 내공을 배워보기를 권한다.
(김현주 경제/경영/자기계발 MD)
나의 토익만점 수기
심재천 저 | 웅진지식하우스
한국인 평균 590점 인생의 대반란
문득, 그런 때가 있다. 그 어떤 것도 궁금하지도 재미있지도 않을 때. 모든 것에 흥미를 잃고 그야말로 '영혼 없이' 시간만 흘려 보내는 때. 이 병은 유독 환절기에 잘 찾아 오는데, 주요 증상으로는 책장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마땅히 읽고 싶은 책이 없거나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음악들이 갑자기 다 지겨워 눈에 보이는 대로 삭제하는 것 등이 있다. 심재천의 『나의 토익 만점 수기』는 가장 최근의 이 시기에 우연히 손에 닿아 그간의 무료함을 해소시켜준 소설이다. 토익 만점을 위해 호주로 어학 연수를 떠난 주인공. 영어 실력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던 그는 어느 새 마약상의 인질이 되어 있는데... 유쾌하고 궁금한 이야기. 제3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이다.
(김기옥 학습참고서 MD)
백년의 고독
가르시아 마르케스 저/조구호 역 | 민음사
우화처럼, 전설처럼 잔잔한 여운으로 읽히는,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대표작
마르케스가 타계했다. 20세기 남미 문학의 가장 위대한 작가로 평가 받는 그의 부음에 『백년 동안의 고독』을 읽던 옛날이 떠올랐다. 그 때 나는 ‘마술적 리얼리즘’ 따위는 당연히 알 리가 없는 초등학생이었고, 이미 성인이 된 언니들이 읽은 책은 무조건 따라 읽고 마는 책 조숙증을 앓고 있었다. 혼자서 책을 읽는 2층방 깊숙이 파고들던 나른한 오후 햇살의 온기가 아직도 느껴진다. 육문사에서 펴낸 그 책은 여전히 고향집 책장에 세월의 더께를 진 채 꽂혀 있다. 그들의 삶과 역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마르케스와 헤세를 읽으면서 나의 독서는 하나의 문턱을 넘어 알을 깨고 다시 태어났다.
(김희조 문학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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