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어린왕자, 이승환 Fall To Fly 前

이승환의 역량은 현재진행형이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가요계 내로라하는 거장들의 컴백 속에서 좋은 평을 받고 있는 뮤지션들 중 하나인 이승환입니다. 올곧은 개성으로 쌓은 연륜이 트랜드에 접목되었습니다. 건재하다 못해 기운이 넘치는 어린왕자가 돌아왔습니다.

이승환 < Fall To Fly 前 >

조용필을 시작으로 아이돌 바이러스에 저항하는 중견 가수들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 Dreamizer >(2010) 이후 4년 만에 돌아온 이승환도 우연히 이 흐름에 합류하게 됐고, 그의 열한 번째 정규앨범은 노래꾼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는 결과물로 돌아왔다.



'전자 댄스 음악'이 대명사로 굳어진 십 대들만의 K-Pop에서 < Fall To Fly 前 >은 성인들도 즐길 수 있는 K-Pop의 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이건 갑자기 만들어지거나, 또 다른 형태의 장르가 탄생한 것이 아니다. 데뷔작 < B.C 603 >(1989)부터 꾸준히 쌓아올린 집념의 결과다. 파격적 변신을 시도하지 않았음에도, 본인이 해냈던 음악 스타일을 발전시켜 나간 습관이 세월과 함께 더욱 빛나고 있는 것이다. 댄스와 뽕짝 사이에서 잃어버린, 1990년대 즐겨들었던 K-Pop이 2010년대 트렌드에 맞춰 견고하게 재해석됐다.


10곡의 노래를 빛내는 결정타는 보컬이다. 가끔 예능에서 아이돌 가수들이 흉내 내는 그의 창법은 이승환을 알리는 상징임과 동시에 예전이나 지금이나 촌스럽게 들리지 않는다. 이승철, 신승훈 등과 함께 세월의 풍파 속에서도 살아남는 결정적 비결이다. 목소리는 오랜만에 찾은 팬들에겐 익숙함을, 티비를 통해 알게 된 어린 친구들에겐 낯설지 않은 인사를 건넨다.

신보는 역대 정규 앨범 중 외부 작곡가의 비율이 가장 적은 앨범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물론 노래의 완성도는 불혹을 넘어 반백 살을 맞이한 그가 아직도 현역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감각을 펼쳐 낸다. 웅장한 시작을 알리는 「Fall to fly」, 데뷔 이후 최초로 밝은 타이틀곡 「너에게만 반응해」, 신파 같으면서도 신파 같지 않은 「내게만 일어나는 일」, 이승환식 뮤지컬 「STAR WARS」 등 앨범엔 일상에 지친 성인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듣고 즐길 노래가 꽉 차있다.

물론 신보가 전 세대를 아울러 무언가를 남겨야 하는 부분에서 마무리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이승환은 10년이 넘도록 히트곡을 제조하지 못했고, 덕분에 공연장엔 어린 세대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니까.
< Fall To Fly 前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이 없고, 「내게」도 없으며, 「다만」도 없다.

그럼에도 이번 앨범에 감동할 수밖에 없는 건, 지칠 대로 지친 프로 가수가 다시 음악 마니아가 되어 최정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반에 구성된 노래들은 이승환의 역량과 자세가 현재진행형임을 증명하고 있다. 이후 나올
< Fall To Fly 後 >는 거친 음악들을 담아낼 계획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 Serious Day >(2002) 되든, < Egg  Over Easy >(2001) 되든 앨범의 가치 자체가 하락한 현 상황에서 방향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그 앨범을 듣게 해줄 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폼이 올라온 공격수에게 더 필요한 게 무엇이란 말인가. 그를 돕는 동료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글/ 이종민()

[관련 기사]

-덥스텝 영웅의 재탄생!-스퀼렉스 Recess
- 다채로운 멜로디와 사운드의 만남, 포스터 더 피플
-몽니, 이 노래 내 이야기잖아?
-청춘, 우리들의 얘기니까요 - 딕펑스 인터뷰
- 걸그룹 에이핑크는 왜?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3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ㆍ사진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 13,400원(19% + 1%)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 이승환

    10,400원(20% + 1%)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최진영이 써 내려간 모든 소설의 비밀

소설가 최진영의 첫 산문집. 경칩에서 우수까지, 절기마다 띄웠던 24개의 편지에 산문을 더했다. 18년 차 소설가인 작가를 계속 쓰는 사람으로 만든 "어떤 비밀"들을 담은 책은 그간 작품을 읽어준 독자에게 전하는 선물과도 같다. 나와 당신, 그 사이의 모든 것을 껴안는, 사랑이라는 마음을 전하는 책.

꼬마 고구마의 좌충우돌 성장기!

자신을 꼭 닮은 사랑스러운 캐릭터 '꼬마 고구마'로 돌아온 이 시대의 작가 고정순. 난독증으로 글을 읽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담은 그림책이다.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꼬마 고구마가 가족과 친구들의 지지 속에서 난독증을 딛고 당당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다정하게 그려냈다.

지금 팔리는 취향 너머의 경제

돈이 움직이는 곳에는 개인의 취향이 있다. 취향은 어떻게 돈이 되고, 트렌드가 되어 경제의 흐름을 이끄는 걸까? 소비문화와 경제의 상관관계가 궁금한 당신을 위해, 금융 플랫폼 토스 유튜브의 대표 콘텐츠 시리즈를 더욱 깊이 있고 풍부하게 책으로 엮었다.

배움에 관한 환상적인 책

인간 삶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배우는 과정이다. 배움을 지겹게 여긴다면 삶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 단 한 번도 공부하며 즐거웠던 적이 없다면, 『무지의 즐거움』을 권한다. 평생 몸과 마음을 단련하며 배우는 데 바친 우치다 다쓰루의 경험과 통찰이 깃든 멋진 책.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