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이라 불리는 피아, 그들이 TOP인 이유
‘탑밴드 우승밴드’ 피아, 우승의 원동력은?
“저희는 수식어가 계속 추가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부산밴드’, ‘부산 락페스티벌 대상 밴드’라는 수식어가 있었고요. 그 다음에는 ‘크래쉬의 안흥찬이 프로듀싱한 밴드’, 그 다음에는 ‘서태지가 사랑한 밴드’, 그 뒤에는 ‘린킨파크 아시아 투어에 함께 한 밴드’라는 수식어가 있었어요. 올해 탑밴드 우승이라는 수식어가 새로 생겼는데 기분 좋아요. 어떤 수식어도 저흰 다 좋아요.”
언더그라운드에서 난다 긴다 하는 밴드들이 총 집결해 펼친 경연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한 피아, 일주일 새 무슨 일이 있었을까? 우선 쏟아졌을 축하세례의 내용이 궁금했다.
기범(베이스) : 팬들이 결승 공연하기 전에 밥을 엄청 많이 준비해주셔서 장어덮밥부터 과일까지 해주신 게 기억에 남아요. 우승을 기원하는 의미였죠. 가장 먼저 생각나네요. 심지(FX) : 저희가 장난처럼 넬한테 ‘너희 술 사주려고 우승하려는 거야’ 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우승하고 나니까 넬한테 바로 문자가 와있더라고요. 기다리고 있다고. 혜승(드럼) :
친구들이 알아서 뒤풀이 자리를 마련했어요. 저는 돈만 내라고요.
심지와 혜승이 자란 아차산, 피아의 결승 경연이 있던 날 아차산의 한 술집에서는 피아를 응원하던 두 무리의 청년들이 서로를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 무리는 각각 심지의 친구들과 혜승의 친구들이었단다. 피아 주변, 그렇게 응원의 힘이 컸다. 그동안 쭉 지지해주던 피아의 가족 역시 이번 경연을 마칠 때까지 지탱하는 큰 힘이 됐다.
“저희는 어려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음악을 해왔기 때문에 부모님도 자랑스러워하세요. 특히 혜승이 어머님이 저희 방송 출연하는 걸 좋아하셔서 방송을 몇 백번은 보셨더라고요. 4강전 할 때는 혜승이 어머님이 저희한테 맛있는 음식을 차려주셨어요. 우승하면 아예 잔치를 열어주겠다고 하셨는데요. 너무 감사해서 저희가 어머님께 차려드리려고요.”
6개월간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밴드들의 경연이 모두 끝나던 날, 출연진과 제작진이 모두 모인 뒤풀이 현장에서도 피아 대부분의 멤버들은 긴장을 풀지 않았다. 쉴 틈 없이 바로 다음 공연을 준비해야 해서 망가질 수 없었단다. 심지가 제보하기 전까진 기자도 그런 줄 알았다.
심지 : 저는 칵스의 현송이가 너무 취해서 뒤치다꺼리하다 뒤풀이가 끝났어요. 그런데 기범이는 바지가 찢어져 있더라고요. 기범 : 왜 그런 줄 모르겠어요. 기억도 안 나요. 다음 날 사진을 보면서 이랬구나 했죠.
공연이 있어 뒤풀이 자리에 늦게 참석한 그들의 코치 신대철과는 그들만의 축하연을 따로 열기로 했다.
“대철이 형은 결승전부터 수고했다며 자랑스럽다고 말하셨어요. 형님이 탑밴드 1을 할 때 코치를 맡았던 밴드가 4강에서 떨어진 적이 있어 징크스가 있었는데 이번엔 저희가 우승까지 하게 돼서 무척 기뻐하셨죠.”
지난번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2등 정도는 노려보겠다던 피아, 너무 열심히 한 거 아닌가?
“2등까지 갈지도 몰랐는데 결승까지 간 거예요. 그러고 나니까 2등 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1등 해야죠. 그런 마음으로 죽기 살기로 열심히 했어요.”
우승 당시 상금 1억 원은 어떻게 할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하던데, 일주일 사이 용도가 정해졌을까?
“상금이 12월 말에 나온대요. 그냥 다음 앨범과 뮤직비디오 제작하는데 써야 할 것 같아요. 그래도 소박한 바람이 있다면 멤버들이랑 필리핀 같은데 가고 싶어요. 가서 쉬다 오고 싶어요. 아마 미친 듯이 놀겠죠.”
심지의 생각이다. 공연에, 경연에 달려온 시간을 생각해보면 미친 듯 노는 시간도 이들에겐 마땅한 보상이 아닐까. 참, 그 우승 상금 노린다던 이승환이나 김장훈 선배 등에게는 조촐한 감사의 뜻이라도 전할까 싶어 물었다.
“저희가 열심히 한 거니까 형들이 쏘셔야죠. 저희는 그 돈으로 앞으로 더 열심히 음악을 해야 하니까요. 형들은 이미 돈이 많으시니까 사주실 거예요.”
일동 웃었으나 진심이 느껴졌다.
피아와 관련한 기사를 대충만 훑어도 제목부터 다 탑밴드 우승한 피아라는 수식어가 벌써 단골이 되어버렸다. 탑밴드 우승이라는 딱지, 독일까 득일까?
“저희는 수식어가 계속 추가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부산밴드’, ‘부산 락페스티벌 대상 밴드’라는 수식어가 있었고요. 그 다음에는 ‘크래쉬의 안흥찬이 프로듀싱한 밴드’, 그 다음에는 ‘서태지가 사랑한 밴드’, 그 뒤에는 ‘린킨파크 아시아 투어에 함께 한 밴드’라는 수식어가 있었어요. 올해 탑밴드 우승이라는 수식어가 새로 생겼는데 기분 좋아요. 어떤 수식어도 저흰 다 좋아요.”
‘Alpha! Bravo! Beta! Day By Day!’의 약자로 ABBD라는 이름이 붙은 피아 연출작 대공연이 11월 2일과 3일 이틀간 서울 홍대 V-Hall에서 열린다. 피아의 대사랑, 대평화, 대화합, 대파멸과 각자의 소망을 담은 주문을 관객에게 대방출할 계획.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이 끝나면 바로 연습에 들어가야죠. 사실 이런 컨셉의 공연이 많잖아요. 저희도 그동안 기획자가 마련한 다양한 컨셉 공연에 참여해왔는데요. 저희만의 패밀리 공연을 하고 싶었어요. 패밀리 공연이 이미 활성화되고 있긴 한데 ‘우리도 한번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무대와 음악으로 꾸며보자’고 기획했죠. 기범이 형이 지난여름에 제안을 했어요. 포스터나 참여밴드나 피아가 좋아하는 분들이 참여했어요. 다 저희가 주축이 돼서 준비를 했고요. 그래서 마음가짐도 사뭇 업 돼있어요.”
피아의 패밀리는 과연 누구일까, 리스트를 보니 일렉트로닉 밴드 IDIOTAPE이 함께 한다. IDIOTAPE은 연습실을 같이 쓰던 밴드라 하지 않았던가?
“그런 친분을 떠나서 워낙 저희 멤버가 다 좋아하는 밴드고요. 특히 심지가 음악에 취하고 싶을 때 찾는 공연이 IDIOTAPE이거든요. 이번에 IDIOTAPE 특유의 일렉트로닉하게 금요일 밤을 만들어보려고요.”
탑밴드 경연에 동참했던 칵스 역시 그들의 패밀리. 그런데 낯선 이름이 하나 있다. 평균연령 21세 신예밴드라는 24Hours는 누구?
“신인 뮤지션 지원 프로젝트인 ‘튠업(Tune Up)’에서 1등한 팀이 함께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싶은 선배와 연주하는 공연이 있었는데요. 그 때 24Hours가 저희를 뽑아줘서 같이 공연을 했는데 너무 잘 하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눈여겨보고 있었죠. 언젠가 저희도 ‘우리가 사랑하는 후배 24hours’라고 뽑아서 같이 무대에 서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함께 무대에 서게 됐어요.”
아무래도 탑밴드 우승 후라 관객 반응도 더 클 것 같다.
“탑밴드가 끝나고 제대로 된 공연은 처음이라는 생각으로 한 명의 팬이 와도 즐겁게 해드릴 생각입니다. 모든 공연에 최선을 다하지만 불려서 가는 것과 저희가 기획해서 하는 건 뭔가 다르더라고요. 보시는 분들도 다를 거예요. 뭐가 다른지는 오시면 알 거예요.”
탑밴드 우승 후 피아의 행보에 언론과 팬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 피아는 앞으로도 영화음악이나 콜라보레이션 등 다양한 시도를 하겠지만 피아만의 색깔은 고집할 생각이다. 어쩌면 심지의 희망사항대로 동방신기의 ‘Catch Me’를 피아 버전으로 들을 날도 오지 않을까. 그래서 기대가 된다. 피아의 다음 수식어는 뭐가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