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록 스타일의 음악. 전자 기타와 신디사이저, 브라스 편곡으로 확대시킨 구성에 펑키(funky)한 사운드, 탄탄한 비트를 추가해 앨범을 완성시켰다. 전반적으로는 괜찮은 모습이다. 조금은 밋밋한 느낌이 있던 전작보다 그 사운드가 더욱 명료해졌다. 이번 앨범의 강점은 여기 있다. 전작과 동일하게 듣기 쉬운 대중성 중심의 멜로디를 자보 아일랜드의 중심축으로 유지시켜놓으면서 구체화된 사운드로 살을 붙였다. 두 번째 작품이라는 단계에서 늘 요구되던 팀의 정체성 형성과 업그레이드라는 관문을 잘 통과한 셈이다. 음반은 이렇게 기분 좋게 시작한다.
기분이 좋은 것은 음반 뿐 만이 아니다. 곡들 역시 마찬가지다. 분위기는 더 없이 밝고 가사도 그만큼 희망적이다. 경쾌한 리듬과 신디사이저로 포문을 열어 관악 편곡으로 사운드를 마감하는 첫 트랙 「123」 와 레트로의 냄새도 조금 남기는 펑키한 「Let it slide」, 비트에서의 속도감과 편곡에서의 풍부함을 함께 가져가는 「Clap!」 과 같은 곡들이 트랙 리스트 초반에서부터 작품에 화창한 기운을 칠해놓는다. 로킹하게 접근한 「Unsolved maze」 와 신디사이저 운용 범위를 곡 전반으로 넓힌 「집을 나서면 나을까?」 도 첫 앨범과는 다른, 사운드에서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부분. 음악 팬들의 구미를 충분히 당길 요소들이다. 피아노를 처음 잡았을 무렵을 회상하는 「Song for my piano」 와 퀸, 유투, 아하에 헌정하는 「Mr. out of control」 처럼 음악에 애정을 건네는 곡들도 재미있기는 마찬가지. 자보 아일랜드 특유의 긍정적인 색채와 너른 사운드 구성이 곳곳에서 돋보인다.
조금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은, 전체에 흐르는 색채가 모두 일정하다는 점이다. 송라이팅도 그렇거니와 사운드의 층위를 쌓아 올리는 매커니즘에 있어서도 그렇다. 긍정 일변도의 작곡 패턴에 브라스 혹은 신디사이저로 빈 공간을 메운 펑크(funk) 사운드. 이 정도면 공식이라 할 만큼 방법론이 정형화된 상태다. 조금은 아쉽다. 아이덴티티의 정립은 잘 이끌어냈지만 이 지점에서 거둔 성취만큼이나 다양성이 매몰되었다. 그 탓에 음반 전체로 확대되어야할 흡인력의 유효 기간이 트랙 몇몇이 이루는 좁은 구간 단위로 상당수 감소됐다. 한계점이라 한다면 이 부분일테다.
듣기 좋게 진행되는 사운드에 한 번, 후반부에 다다를수록 귀에 물리는 진행에 또 한 번, 음반의 가치는 쉽게 다가올 공산이 크다.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밴드의 매력은 어찌되었든 자보 아일랜드라는 밴드가 정의하겠지만 대중이라는 영역에서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음악’ 그 이상의 가치까지 확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금의 사운드를 확보하기까지 밴드가 치러 온 고민의 시간과 프로듀싱에의 투자, 이를 포함하는 전반의 움직임을 생각해보면 조금은 아쉽게도 다가올 작품이다. 허나 이 지점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이번 음반이라는 결과를 내게 한 상승 추세에서의 행보에 있다. 눈앞에 보이는 작품의 완성도와 퀄리티라는 측면에서도, 순수히 음악이라는 측면에서도 이들은 성취를 쥐었다. 나름의 의미까지도 챙긴 앨범이다.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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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앨범의 타이틀 [Clap Pop]은 ‘자보아일랜드’의 음악은 도대체 무슨 ‘장르’인가에 관한 원초적인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어쿠스틱..
서른둘 젊은 호스피스 간호사의 에세이. 환자들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며 겪고 느낀 경험을 전한다. 죽음을 앞둔 이들과 나눈 이야기는 지금 이순간 우리가 간직하고 살아야 할 마음은 무엇일지 되묻게 한다. 기꺼이 놓아주는 것의 의미, 사랑을 통해 생의 마지막을 돕는 진정한 치유의 기록을 담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