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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우림 “대한민국에 김윤아 같은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런 팀은 우리나라 음악 신에서는 당분간 나오기 힘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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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자우림은 ‘김윤아의 밴드’로 통칭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인터뷰를 마친 뒤 가장 크게 들었던 생각은 ‘다른 세 명의 멤버가 없었다면 김윤아가 이 정도로 부각되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묵묵히 지켜오며, 각자의 욕심은 거둔 채 배려와 조화를 중심에 놓고 이뤄낸 17년이라는 값진 성취. 그 끝에서 만난 자우림은 과거 혹은 현재보다 미래가 훨씬 빛날 것 같은 그런 모습으로 우리를 맞고 있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를 듣고 놀란 이들이 여럿 되었을 것이라 예상한다. 어느덧 9번째 앨범, 밴드의 어깨엔 어느덧 「일탈」 의 강렬함이나 「매직카펫라이드」 의 발랄함 대신 오랜 경력에 따른 관록이 살포시 얹혀 있었다. 그렇기에 감행할 수 있었던 이번 변신은 반전의 촉매제가 되어 성공적인 결과를 불러왔고, 이것이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지지대로 분하며 밴드의 생명력을 연장시켰다. 또한 가뭄이 든 가요계에 내린 단비와도 같은 컴백이기도 했다.

어느 한 콩트 프로그램에서도 소재가 되었듯, 대개 자우림은 ‘김윤아의 밴드’로 통칭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인터뷰를 마친 뒤 가장 크게 들었던 생각은 ‘다른 세 명의 멤버가 없었다면 김윤아가 이 정도로 부각되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묵묵히 지켜오며, 각자의 욕심은 거둔 채 배려와 조화를 중심에 놓고 이뤄낸 17년이라는 값진 성취. 그 끝에서 만난 자우림은 과거 혹은 현재보다 미래가 훨씬 빛날 것 같은 그런 모습으로 우리를 맞고 있었다.




조용필도 그랬듯 요즘 아홉수라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어디서 들었는데 정말 고생하면서 만든 앨범이란 얘기가 있더라.

김윤아 : 힘들었단 얘기는 제가 제일 많이 했는데 진짜 죽을 뻔했어요.

팀워크 측면에 있어 굉장히 이전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정서적으로 보자면 이전의 고유한 느낌과 이번의 새로운 느낌이 잘 교배가 된 것 같고. 대강의 느낌으로는 이번이 한층 톡톡 튀는 듯한 밝은 이미지가 그려진다. 첫 곡과 마지막 곡이 수미상관을 이루는 느낌도 드는데. 의도한 바인가.

김윤아 : 그런 생각은 안 해봤어요. 저한테 이 앨범은 개인적인 얘기가 정말 많이 들어간 앨범이에요. 다른 느낌이 나는 건 자우림이 여태까지 작업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작업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그 과정을 납득시키려고 멤버들을 계속 설득하기도 했고요.

그 다른 느낌이란 건 뭔가.

김윤아 : 저는 밝다 어둡다라는 기준으로 다르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어요. 개입이에요 개입. 여태까지는 각 파트를 믿고 맡기는 식이었죠. 선규 오빠가 솔로 파트를 연주하고 있으면 지금까지는 그 부분은 본인이 판단해서 끌고 가야한다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안 했어요. 모든 걸 다 관여했죠. 원래는 대강 흐름을 정한 다음 각자를 믿고 가는 스타일이었어요.
이선규 : 확실히 전에는 즉흥적인 요소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정말 많이 치밀한 쪽으로 갔어요.
김윤아 : 사실 이전부터 뭐가 모자란 줄은 알고 있었는데 그 자체도 자우림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하고 재밌게 끌고 가려 했었죠. 이제는 다른 걸 할 시기라고 느낀 게 8집 끝날 때였어요. 작정했죠.

예를 들어 전체적인 디렉팅을 맡으며 이선규의 기타를 이번에는 자우림의 기타로 만들려 했다는 이야긴가.

김윤아 : 아니오. 그렇게 말로 나눌 수 있는 건 아닌거 같아요. 이 전에는 내가 생각한 솔로, 리프를 강요한 적이 없었어요. 알아서 하라고, 내 방향과 다르지만 않으면 OK. 그렇게 해서 8집까지 내다보니까 쉽게 말해 질렸어요. 그냥 편하게편하게 가는 그런 면 자체가. 그러던 차에 8집 직후 몸까지 굉장히 안 좋아져서 은퇴할 수도 있겠구나, 강제 은퇴당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죠. 그 땐 바이러스 때문에 굉장히 작은 소리에도 메가폰을 귀에 대고 소리치는 거 같았어요. 면역력이 굉장히 떨어진 탓에 여러 사인들이 왔었는데 다 무시하고 일을 하다보니까 그게 결정타였죠. 주치의 선생님도 회복할 수 있을지 장담을 못하던 상태였으니까. 어떻게 보면 지금에 굉장히 감사해요. 작업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으니까. 어쨌든 그 즈음부터 자우림의 작은 끝맺음. 다음 앨범을 자우림과 같이 하게 되면 이러이러하게 해야겠다. 차근차근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그럼 그 김윤아씨 생각에 다들 동의가 되었던 건가. 작업하면서 불편한 점은 없었나.

이선규 : 사실 이전에는 다들 즐겁게 좋게좋게 하다 보니 고민하고 치열하고 그런 건 없었던 거 같아요. 근데 이번에는 한번 그렇게 해보자서 했는데, 결과물이 좋으니까 만족하고 있죠.
김진만 : 윤아 얘기를 이어서 하자면, 윤아가 아프고 8집이 마지막일 수도 있겠구나 생각을 하고 나니 앞으로 앨범을 몇 장을 더 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고민은 더 하게 됐지만 예전보다 더 치열해진 건 맞는 거 같아요.

분명 의도가 강한 앨범이긴 하지만 그것이 기분 나쁜 의도, 억지로 등을 떠밀어 절정으로 겨우 올라가는 강요가 아닌, 한마디로 말해 기분 좋은 권유처럼 느껴졌다. 사실 이러한 변화에는 나가수가 영향도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출연하면서 얻은 것이라면 무엇인지.

김윤아 : 팀 내 전제로 삼았던 것은 다른 팀들이 하지 않았던, 그리고 자우림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자는 거였어요. 백현진 형하고 했던 듀엣이나, 「Abracadabra」 도 나가수용 편곡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하면서 어느 순간 ‘그래 너네 자우림은 원래 그런 걸 하니까’라는 일종의 어떤 감화를 받았어요. 우리가 하고 싶은 얘기를 우리 방식으로 해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리고 사실 그 전까지는 음악을 거창하게 펼치는 것이 쑥스럽고 바보 같은 짓이라 생각했어요. 다른 팀의 큰 음악을 들으면 멋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자우림이 그러면 별로 안 멋있어보여서. 그랬었는데 스케일 큰 음악이 우리한테 잘 맞는 옷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9집이 그런 방향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믹싱이 굉장히 잘된 거 같다. 개입이라는 표현을 할 정도로 의도성을 가지고 만들었는데 조화라는 측면에서 아주 좋다. 그런 측면에선 어땠나.

이선규 : 스튜디오에서 시간을 굉장히 많이 썼는데요. 17년째 해온 것들이 앨범 안에 다 묻어나와 있는 것 같아요. 몇 년 전부터 후배 밴드 동생 녹음, 프로듀싱, 믹싱도 하고 있는데 얼마나 노력을 해봤나. 조금 치사하지만 얼마나 돈을 많이 썼느냐의 문제도 있는 듯 하고.

마스터링까지 끝난 앨범을 접하고 무슨 생각을 했는가.

구태훈 : 자우림 같은 밴드가 국내에 100팀이 있었으면 좋겠다. 팀을 떠나서 굉장히 좋은 앨범인데 이런 아티스트가 많으면 행복하겠다라고.(웃음)
김진만 : 능청스러운 거죠(웃음)
구태훈 : 그 맛에 해야죠.
이선규 : 대표가 한 얘기랑 비슷해요. 좋은 앨범을 내는 팀도 물론 많은데, 잘되는 팀이 많았으면 좋겠다라는 것. 시장에서.
김진만 : 그동안의 자우림은 예를 들어 큰 그림의 곡이 필요했을 때 우리 인생은 그렇게 크지 않으니까 적당히. 이랬었는데 이번에는 마찬가지로 큰 그림의 곡이 필요할 때 아예 우주만 하게 만들어 버렸어요. 그런 쪽으로 성공한거 같아서 좋았습니다.
구태훈 : 한 가지 덧붙이자면, 뮤지션들이 음악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요. 그 사이에서 그래도 이 팀은 굉장히 본질에 충실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또 자랑이네요.(웃음)
김윤아 : 두 가지 느낌이었어요. 마스터링 끝나고 와 드디어 끝났다. 제정신이 돌아온 이후에는 드디어 끝났다. 이렇게.
김진만 : 마스터링 끝나면 보통 뮤직비디오나 여러 스케줄 때문에 굉장히 빡빡해지는데 이번만큼은 윤아가 너무 홀가분해했어요.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워 하는 거 같다.

김윤아 : 9집이라서 특별히 만족스러운 것 같지는 않아요. 성향상 성취욕이 있는 사람은 아니라서요. ‘해냈어!’ 이런 느낌은 전혀 없고, 어쨌든 끝났으니까 기분 좋다. 다 쏟아부었으니까가 아니라 잘 끝나서 좋다라는 느낌이 가장 어울리는 듯합니다.

사실 트랙 리스트가 정해지기 전에 앨범을 접했었는데, 확실히 순서가 중요한 것 같다. 그 땐 안나가 제일 마지막이었는데 이렇게 에디팅 하고 나니 또 얘기가 다르다. 왜 안나를 첫 트랙으로 정했는지.

김윤아 : 그냥 앨범을 딱 여는 사운드였어요. 뒤쪽으로 가면 배치할 곳이 없더라고요. 사실 「Dear mother」 를 처음에 배치하자는 얘기도 많았어요.
(편곡 자체의 느낌이 블루지하다고 하자) 이선규 : 워낙 어렸을 때부터 블루스를 쳐서, 그런게 흘러들어간 것 같아요.




타이틀 곡 「스물다섯 스물하나」 는 여태까지의 분위기와 확실히 다르다. 옛날에 내걸었던 곡들과 비교하면 우선 스트링자체도 강하게 들어가고 건반도 그렇고. 이번 곡을 들으며 확실히 느낀 건 예전부터 자우림은 약간의 뽕끼가 있다는 거다. 덕분에 노래의 생명력이 길다. 궁금해서 그러는데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김윤아 : 나이일수도 있는데… 그게요, 즉흥적이죠.(웃음) 노래를 만들다 멜로디와 가사를 같이 떠올렸어요. 딱 맞더라고요.

다른 멤버들은 이 노래 듣고 어땠나.

이선규 : 누구나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굉장히 멋있잖아요. 윤아의 의도를 알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이 노래처럼 앨범이 전반적으로 지나간 것을 돌이켜보고 반성하는 기조이지만 그 와중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긍정성이 있다. 음악적으로도 굉장히 많은 실험을 하고 그 와중에 많은 고통도 있었을 텐데, 어쨌든 그러한 새로운 점이 기존의 자우림이 표방했던 것들과 굉장히 잘 섞였다.

김진만 : 다들 연륜, 인생이 쌓였으니까. 슬프고 힘들다는 얘기보다는 힘든 걸 스스로 반추해보는 쪽으로 사람들이 변하는 게 아닐까요.
김윤아 : 밝다고 말씀하셨지만 사실 저는 감정에 대한 건 한곡도 울지 않고 쓴 게 없어요. 저한테는 굉장히 슬픈 앨범이죠. 개인적인 이야기가 어느 때보다도 많이 반영돼 있기 때문에. (가장 많이 반영된 곡이 뭐냐고 묻자) 다네요…다…

본인의 이야기라고 친다면 ‘이카루스’는 과욕을 상징하는 신화적 인물인데. 본인이 이카루스라는 생각을 하나.

김윤아 : 사실 그건 해석하기 나름이잖아요. 과욕이라기보다는, 더 이상 가면 안 돼 이건 너희의 영역이 아니야라고 듣는 순간 생기는, 그 밖으로 나가고자 하는 욕망이 누구에게나 있잖아요. 교육받은 내용이나 관습보다는 자기의 탐구욕을 이루려는 마음이랄까.

이번엔 연주자들에게 묻고 싶은데, 사운드라는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은 뭔가.

김진만 : 저는 「님아」 요.

그러고 보니 「님아」 하고 「무지개」 의 보컬이 특징적이더라.

김윤아 : 곡마다 다 다르게 해봤어요. 「님아」 는 기타와 베이스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것도 있고. 멜로디나 소재가 에스닉해서 그렇게 맞춰 불러봤습니다.

그럼 가장 만족스럽게 나온 보컬은.

김윤아 : 특별히 고를만한 건 없어요. (전체적으로 좋다는 얘기냐고 묻자) 그런 건 아니고, 부족한 거 같아서요.(웃음) 믹스가 잘 돼서 돋보이는구나.

이번 앨범을 사람들이 어떻게 들어줬으면 하는가.

김윤아 : 의도는 아는데 조금 엉뚱하게 가자면, 좋은 장비로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사운드적인 부분이 문제가 아니라 이번 앨범은 확실히 소울이 들어간 느낌이 들어서.
김진만 : 보완을 하자면, 컴퓨터 스피커로 들어도 좋은 음반들이 많아요. 근데 9집은 그렇지 않거든요.




벌써 17년째 활동 중이다. 활동하는 모습으로 인하여 예전부터 세상에 대해 다들 불만이 있을 것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을 것 같다.

김윤아 : 부조리에 대해 불만이 많죠.
구태훈 : 누가 법을 만들었나.
이선규 : 저는 불만이 없어요.
김진만 : 거짓말을 해 왜 인터뷰 앞에서.(웃음)
이선규 : 아뇨 전… 피곤하다는거…?
김진만 : 사실 전 ‘하면 된다’는 말이 싫었어요.
김윤아 : 그것도 부조리의 일부지.
김진만 : 될 걸 하라는 얘기가 더 맞아요.

될 것을 하는 데에서 성취감을 얻는다?

김진만 : 저흰 지금까지 될 것만 했어요.
김윤아 : 응?(웃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김진만 : 어떤 분들은 연기도 하고 노래도 하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네 명 다 ‘이걸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싶은 건 안했어요. 그렇게 17년을 해왔죠.

그렇다면 17년 동안 자우림을 하면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을 꼽는다면.

이선규 : 윤아가 아파서 쓰러져 있을 때, 그러니까 8집 만들자마자요. 사실 그전까지는 자우림의 존폐에 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못하게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처음 했어요.
구태훈 : 저는 4집 앨범.
김진만 : 저도 4집 얘기하려고 했는데. 지금이랑 같은 엔지니어(요시무라 켄이치)가 믹싱했는데. 그 친구 만나면서 이전까지 어떻게 해야하나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믿음도 생기고 사운드의 정체성도 찾았죠. 좋은 동료를 만났어요.
구태훈 : 맞다.
김윤아 : 전 역시 블루데빌이죠. 그날이 데뷔 날 같아요. 황인뢰 감독님 팀이 유앤미블루 보러 왔는데 엉뚱하게 우리가 연주하는 걸 보셨어요. 그걸 보고 맘에 들었는지 「헤이헤이헤이」 를 너희가 써보라고 제안하셨었어요.

가장 자랑스러운 노래를 꼽아 본다면.

김윤아 : 되게 어렵네요. 6집 「Beautiful girl」. 사실 6집이 제가 생각하는 자우림 앨범 중 가장 아름다운 앨범이에요. 「나사」 라고 제목 없이 나온 비정규 EP곡. 꼽으려니까 굉장히 많아진다. 갑자기.(대중들과 호흡했던 곡은 어떠냐고 묻자) 그건 다 자랑스러워요. 굉장히 감사하죠. 초기에 히트한 곡들은 나중에 싫어지는 경우가 많다던데 아직은 재밌어요.

자신을 뮤지션으로 만든 밴드나 아티스트, 앨범이 있다면.

이선규 : 결정적인 건 크라잉넛 공연을 보고.
김윤아 : 에?
구태훈 : 의왼데 그건.

같은 밴드인데 이 사실은 몰랐나.

구태훈 : 처음 듣는데요 그건.
이선규 : 95년에 홍대 주차장에서 공연하는 걸 진만이랑 길가다 보고 저 정도면 나도 음악을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전원 대폭소). 어렸을 때 기타를 빨리 치거나 그런 건 잘 못해서 음악할 생각을 못했는데 그 공연을 보고 아 나도 해도 되겠다하는 생각이 들었죠. 앨범은 비틀즈의 <Abbey Road>.
구태훈 : 저는 목사님 때문에. 교회 일을 하려고 하나씩 배우다 음악을 시작하게 됐어요. 개인적으로는 대중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가스펠이 더 좋았고 지금도 그렇죠. 대중음악 듣고 눈물 흘려본 적은 없으니까.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사가 아무리 좋아도 눈물은 안나요. 오히려 그 당시에 찬송가를 목사님이랑 같이 연주하며 굉장히 전율을 느꼈죠. 드러머는 역시 레드 제플린의 존 본햄(John Bonham). 완벽하게 밴드 드러머인게 좋아요.
김윤아 : 저는 시네이드 오코너(Sinead O'Connor)요. 처음에 들은 곡은 「Nothing Compares 2 U」. 그 곡은 프린스를 리메이크한거지만 정말 달라요. 특히나 가장 영향을 많이 받았던 부분은 ‘내 생각을 이렇게 넣을 수 있구나’라는 거. 그 전에도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많았지만 고1때 시네이드 오코너 앨범을 처음 듣고는 지금까지 제가 생각하는 좋은 보컬리스트의 최우위를 다투고 있어요. 어렸을 때 집안환경이 엄해서 대중음악을 통제 당했었는데 중2때 두시의 데이트를 방문 몰래 잠그고 듣고, 독서실에서 AFKN 몰래 듣고 그랬죠. 어쨌든 중학교 때부터 곡을 쓰는 걸 취미로 삼았는데 그 전까지 되게 서정적인 이야기가 위주였다면 시네이드 오코너를 접한 이후로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생각했어요. 어렸을 때 영향을 준 앨범은 퀸의 <The Night at the Opera><A Day at the Races> 이 두 앨범. (여성 뮤지션으로서의 로망은 누구냐고 묻자) 저는 누구처럼 되고 싶다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시네이드를 굉장히 좋아하고 지금도 좋아하지만 그처럼 살고 싶진 않았으니까요.
김진만 : 저는 들국화 1집. 전까지는 음악을 듣는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중1 수련회 때 밴드를 만들고는 음악이란 게 만들 수도 있는 거구나라는 걸 알고는 기타를 샀어요. 해보고 싶다는 생각. (베이스 최성원이 보였나) 그때는 몰랐죠. 그때는 인권이 형님이 더 잘 보였어요.

어쨌든 밴드의 중심은 김윤아인데, 세 멤버가 김윤아에 대한 경배를 해본다면.

구태훈 : 언제든지 할 수 있어요.(웃음)
김윤아 : 화장실 갈까.
이선규 : 훌륭한 싱어송라이터죠. 제 취향이 많이 섞여있어서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전 국내에서 넘버원으로 꼽고 있어요. 운이 좋게 같은 밴드를 하고 있고요. 특히 이번 앨범에서 「슬픔이여 이제 안녕」 을 좋아하는데, 옛날엔 날도 있었고 불만도 있었고 그랬는데 그런 것들이 많이 녹은 느낌이라 좋아요. 많이 편해 보이고, 곡들이 이제. 사실 자우림은 객관적으로 보기가 좀 힘들어요. 대신 윤아 솔로는 공연 때 볼 수 있잖아요. 하… 그 야상곡, 야상곡을 우연히 들었는데. 사실은 히든싱어라는 프로그램에서 윤아 모창 하는 친구들이랑 비교하면서 들어봤는데 달라도 너무 다르더라고요.
구태훈 : 저는 20년 동안 봐왔잖아요. 되게 오랜 친구잖아요. 저는 아시아에서 가장 위대한 싱어송라이터…
김윤아 : 하지마.
김진만 : 독하다.
구태훈 : 윤아를 대신할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근데 또 인간적인 면으로도 굉장히 좋고. 사람과의 관계를 떠나서 스스로도 좋은 인간이 되기 위해 굉장히 치열하게 살아요. (출산 후 달라지지 않았냐고 묻자) 아니에요. 핵심은 같아요. 음악적으로도 만족스럽고요. 언제나 기대 이상이죠.
김진만 : 전 제가 들어본 대한민국에서 발표된 노래 중에 야상곡이 제일 좋아요. 인간적으로 보자면 저는 대한민국에 김윤아 같은 사람이 굉장히 많았으면 좋겠어요. 50% 정도? 지금 대한민국이라면 50%가 들어가야 나라 밸런스가 맞을 것 같아요. 그만큼 솔직하고, 예의바르고.

반대로 17년 해오면서 윤아 씨의 전체적인 이상, 지향 같은걸 완벽하게 지켜주고 도와주는 세 멤버다.

김윤아 : 이런 팀은 세계 음악신에서는 잘 모르겠고 우리나라 음악 신에서는 당분간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요. 남자 셋이 도사님들이에요. 현명하고 인격도 훌륭하고. 인생에서 남자들은 뭐가 중요한지 모른다는 편견이 있는데 이 셋은 뭐가 중요하고 뭘 지켜야 되는지 알아요. 제가 만약 이런 성향의 인격자가 아닌 다른 동료들과 일을 했다면 저도 못 참고 그들도 저를 못 참았을 거에요. 그런 면에서 최고의 멤버들이 아닌가 싶어요.

인터뷰 : 임진모, 황선업, 이수호
사진 : 이한수
정리 : 황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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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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