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는 여러 가지 파트가 있고 파트마다 각자의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가창이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기구의 도움 없이 인간 본연의 소리를 그대로 표현해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보컬 그룹 어반 자카파는 솔직한 음악가다. 복잡한 수사나 어려운 메시지를 표방하지 않아도 목소리 하나만으로 스스로의 매력을 십분 발휘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에 도착한 어반 자카파의 신보도 그 위력이 이전 음반들 못지않다.
<03>의 전체를 흐르는 감상은 초겨울의 이미지이다. 「어떤 하루」 나 「거꾸로 걷는다」 처럼 서정적인 감정에 초점을 맞춘 곡이던 「코끝의 겨울」 처럼 직접적으로 겨울이란 소재와 심상을 제시하는 곡이던 쌀쌀한 한기와 잔뜩 껴입은 옷들에서 흐릿하게 배어나오는 것만 같은 따뜻함은 앨범 전체에 더불어 생동한다. 「Do」 의 도입부에서 키보드로 메인 테마를 제시하는 방식이나 전자 건반의 음색은 겨울을 그대로 연상시킨다.
음반의 강점은 조밀성이다. 「어떤 하루」 나 「코끝에 겨울」 로 음반의 전체 분위기를 암시해준 뒤 「다르다는 것」 으로 분위기 전환을 꾀한다. 멤버들 간의 호흡과 그루브를 느낄 수 있는 「Do」 와 「말해봐」 를 지나면 「우울」 이나 「괜찮아」 같은 발라드 넘버가 후반부를 감싼다. 다양한 넘버가 수록된 듯하지만 그 이음새와 흘러가는 순간순간이 지루하지 않다. 음반을 통틀어 잉여하는 트랙도 없다. 앨범을 전체적으로 보는 조망과 곡 하나하나에 담긴 역량이 서로 시너지를 발휘해 발산한다.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보면 항상 변화와 참신성에 대한 언급을 피할 수 없게 마련이다. 하지만 어반 자카파는 굳이 어렵게 돌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다르다는 것」 처럼 서늘한 모습과 웅장한 모습을 동시에 담아낼 때도 이들만의 낯익은 접근이 나타난다. 새로움을 부담 없게 받아들이도록 제시하는 능력과 노련하게 재단된 익숙함이 색색의 빛을 발한다. 올 겨울을 같이 보낼 음반이 찾아왔다.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나의 우울로 당신을 안아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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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둘 젊은 호스피스 간호사의 에세이. 환자들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며 겪고 느낀 경험을 전한다. 죽음을 앞둔 이들과 나눈 이야기는 지금 이순간 우리가 간직하고 살아야 할 마음은 무엇일지 되묻게 한다. 기꺼이 놓아주는 것의 의미, 사랑을 통해 생의 마지막을 돕는 진정한 치유의 기록을 담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