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재즈 그룹 윈터플레이는 척박한 한국 재즈시장에서 고무적인 성공사례를 남겼다. 「Happy bubble」, 「Touche mon amour」 등의 성공적인 히트곡을 보유했고, 한국을 넘어 일본,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편안한 대중적 사운드를 추구하면서도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는 튼튼한 연주력이 바탕이 된 결과였다.
2인조 체제로의 변화에도 이들은 꾸준하다. 오히려 더욱 자유로워졌다. <Two Fabulous Fools>는 전작들과 비교하여 더욱 넓어진 음악적 스펙트럼과 대중적 기호를 확인할 수 있다. 보사노바, 차차, 라운지 등을 섞어 팝적으로 엮어내는 기존의 매력은 그대로 유지하며, 드럼 사운드의 확장을 통한 전체적 리듬감 추가와 다양한 세션맨들이 엮어내는 특유의 개성이 감상에 즐거움을 더한다.
익살스러운 분장으로 화제가 되었던 「Yoboseyo baby」는 대중들과 가까워지고자 하는 이들의 열망이 묻어나는, 신나는 팝 재즈 넘버다. 이를 대표로 하여 앨범은 이전의 윈터플레이와 비교했을 때 상당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데, 「So much for love」에서 두드러지는 강화된 리듬감과 보편적인 감성의 가사를 통해 소통을 이끌어내는 「Complicate you and me」 등은 기존의 ‘편안함’을 넘어선 도전의 기록이다. 그 중에서도 경쾌한 스윙 리듬과 추임새가 곁들여져 익숙함을 담보로 한 새로움을 창조하는 「노란 샤쓰의 사나이」는 단연 일품이다.
상당한 변화의 시도가 앨범 전체에서 느껴지지만 이가 어색하지 않은 것은 기존의 매력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설의 록 밴드 롤링 스톤즈의 곡에 풍성한 코러스를 더한 「As tears go by」와 「소리의 벽 (Wall of sound)」으로 유명한 필 스펙터의 걸그룹 더 로네츠의 곡에 리듬감을 첨가한 「Be my baby」는, 그들의 디스코그래피에서 빠지지 않았던 감칠맛 나는 리메이크 곡들을 이어간다. 「Pure heart」, 「Puppy love」가 형성하는 고즈넉하고 편안한 분위기, 「Shake it up and down」의 깔끔함 등은 기존의 윈터플레이를 생각하는 이들에게 여전히 좋은 선물이 된다.
트럼페터 이주한은 인터뷰를 통해 ‘재즈가 대중음악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는 의문을 이끌어내는 것을 본 앨범의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난해한 구성을 목표로 하는 ‘장인’에에 대한 열망보다 오히려 스스로 유쾌한 ‘바보’가 되는 길을 택했다. 그 결과 어느 때보다 세련되었고, 매력적이며, 무엇보다도 더 많은 이들이 듣고 즐길 수 있는 준수한 ‘팝’ 앨범이 나왔다. 대중들과 함께하는 ‘멋진 바보들’의 유쾌한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된다.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