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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전방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시인 김경주가 매월 공연 예술인을 만나 여러분께 소개해드립니다.
매달 12일 연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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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 싱어>, <인당수 사랑가> 등 담백하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작품을 선보여온 연출가 최성신이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를 선보인다. 오는 4월 27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되는 <공동경비구역 JSA>는 박상연 작가의 소설 『DMZ』를 원작으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휴먼 드라마다. 소설의 드라마틱한 스토리와 영화의 휴머니즘 정서를 한데 모은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는 2013년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사업 ‘우수작품제작지원’ 선정작으로 주목을 끈 작품으로 남과 북의 뜨거운 형제애, 여전히 반복되는 분단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있다.
역사 안에서 이것은 ‘팩트’김경주 : 평범한 질문부터 시작할게요.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가 창작산실 지원사업에서 출발한 작품이잖아요. 이미 영화로도 많이 알려져 있고, 쇼케이스에서 상당히 좋은 반응도 얻었고요. 그런 프로세스랄까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과정이 궁금합니다.
최성신 :
일단 작품이 출발을 한 건 2000년도에요. 2000년도부터 작가와 작업을 시작했는데 이희준 작가가 먼저 텍스트를 완성한 상태였어요. 저에게 연출을 해줄 수 있냐고 제안했고 극본을 봤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발전을 시켜보자고 이야기가 돼서 같이 작업이 이루어졌고요. 그 와중에 작곡가를 만나 4곡 정도의 샘플링을 했어요. 지금 넘버곡으로는 1번부터 5번까지, 넘버가 먼저 만들어졌죠.김경주 : 뮤지컬로 담기에는 조금 무거운 작품일 수도 있었는데요.
최성신 :
“내용이 너무 무겁지 않나” “뮤지컬로 대중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 호불호가 나뉘기도 했어요. 하지만 저희들은 “우리가 너무 좋아서 하는 작업이니까 너무 크지 않게 차라리 작게 가자”고 생각해서 창작산실 지원사업에 도전했어요.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는 턱걸이로 최종 네 작품 안에 뽑히게 됐죠(웃음). 창작 팩토리 쇼케이스를 통해서 공연 오픈을 하고 났더니 관객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아마 관객들이 ‘이 시대에 한 번 고민해볼 만한 문제’라고 동의한 것 같아요. 그렇게 일주일의 쇼케이스를 끝내고 나서, 반응이 나쁘지 않으니 원래 우리가 하고 싶었던 그림으로 가자고 이야기가 됐어요.김경주 : 원작 이야기를 해야 될 것 같은데요. 박상연 작가의 소설
『DMZ』 에서 출발했고, 또 동일한 작품이 박찬욱 감독에 의해 영화화도 됐고요.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기시감이라고 할까요? 이런 소재의 이야기들, 즉 최근 남북한 상황이나 분단이라는 프레임을 새롭게 바라보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요. 아무래도 이 작품을 무대화하는데 있어서 차별화시키고 싶은 지점이랄까? 주안점을 두고 싶었던 지점이 있었을 것 같아요.
최성신 :
일단 영화가 워낙 유명하잖아요. 물론 요즘 20대 친구들 중에는 보지 못한 친구들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대부분 기억하고 계시고, 영화의 주제에 대해서도 동의를 많이 하시죠. 그런데 소설하고는 주제가 조금 달라요. 소설은 조금 더 이데올로기에 포인트가 맞춰져 있고, 영화는 인간미에 조금 더 맞춰져 있는데요. 제가 본 것은 오히려 소설이 갖고 있는 강점이었어요. 무대 예술이라는 장르가 공감 혹은 소통의 문제에 중심을 두고 있기도 하고요. 사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이데올로기 교육을 너무 많이 받고 있는 거죠. 20년 전만 해도 대놓고 이런 이야기들이 오고갔다면, 지금은 숨어서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죠. 소설이 가지는 장점인 이데올로기 문제에 대한 부분이 자연스럽게 녹아지기만 한다면, 다른 측면에서 공감해볼만한 요소가 있다고 주목했어요.김경주 : 주제의식이라고 한다면요?
최성신 :
이데올로기로 우리가 분단되어 있다는 현실을 고발하는 게 아니라, 즉 남북한의 문제에서 벗어나 사람으로 공감되어지는 지점까지 가야 한다. 여기에 초점을 모은 거죠. 그리고 결국은 한 민족이라는 ‘피’가 아니겠는가 하는 결론에 다다랐죠. 이념 속에서 적이라고 교육 받았지만 만나면 너무 정감 있잖아요. 예를 들어 북한 사투리를 들으면 너무 정감이 가는 것처럼. 이 정감어린 것을 작품 안에 담아내고 싶었어요.김경주 : 한국사회에 만연화 되어 있던 레드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서, 가해자나 피해자라는 개념을 떠나서, 결국은 한 민족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였군요. 저도 느낀 바는 ‘동시대성 안에서 공존이라는 방식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느냐’가 중요한 맥락이라는 점이었어요. 또 주목할 만한 점은 무대적인 측면이에요.
최성신 :
김경주 시인도 시를 쓰기 때문에 잘 아시겠지만, 그런 것들을 대놓고 이야기하면 촌스러워지는 것 같아요(웃음). 공감도 잘 안 되고요. 그래서 이 이야기를 잘 풀어나갈 수 있는 키워드를 고민하다가, ‘결국 역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겪은 일이라고 하면, 아무리 거짓말 같아도 뜬금없는 감동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팩트 형식으로 가자고 생각했어요. 역사 안에서 이것은 팩트라는 거죠. 하지만 그것에 반응해야 하는 사람은 그냥 사람이라는 거예요. 우리가 살아온 역사이면서 동시에 나에게 잔존하게 되는 거죠. 주인공을 ‘지그베르사미’로 내세우니까, 제3자적 관찰자 시점에서 본인이 겪지 않았지만 자신의 아버지에게 잔존하고 있고, 그것을 겪고 있는 현실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죠. 거기에 더해서 ‘다음 세대에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되는가’라는 문제까지도 자연스럽게 구조적인 면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작가와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고요. 사실 양식적으로는 구조주의 연극이라고 하는 테마를 많이 고민했어요. 구조주의 연극의 틀 거리를 가능한 많이 가져오는 것까지 자연스럽게 공유가 됐죠.
드라마 속에 스며든 뮤지컬 넘버김경주 : 영화와 원작에서 ‘지그베르사미’ 역할이 조금 다르잖아요. 영화에서는 중립국에서 파견된 장교이고 사건을 객관화해서 보려는 흐름이었다면, 원작에서는 중립적 코드보다는 조금 입장이 겹친 역할이랄까? 그런 점에서 배우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은데요. 오종혁 씨를 비롯해서 많은 배우들이 참여했잖아요. 지그베르사미라는 캐릭터에 대한 매력이랄까,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최성신 :
제가 통일 운동을 한 사람은 아닙니다만, 남북한이 통일을 대비하는 것이 나름대로의 이슈일 수도 있잖아요. 그렇게 바라볼 때 아마 제일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세력이 지르베르사미 같은 세력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한국판 디아스포라들이 통일 운동에 엄청난 힘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거죠. 외국에서 자라난 2세, 3세들이 저희보다 훨씬 더 많이 통일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는 정보를 많이 얻게 됐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지그베르사미’ 캐릭터는 저한테 굉장히 매력 있는 인물이에요. 그런데 제일 고민이 됐던 게, 배우들이 이 캐릭터를 굉장히 어려워해요. 우리 모두가 대한민국을 떠나서 제3자적 입장에서 우리를 바라본 적이 한 번도 없잖아요. 내 아버지가 6.25를 겪고 ‘빨갱이’라고 하는 레드 콤플렉스의 가장 선봉에 섰다가 알 수 없는 공포로 나를 괴롭혔는데, 그게 뭔지 알게 되는 것까지 가야 되는 캐릭터니까요. A 상태에서 완벽하게 B 상태로 변하는 연기를 해야 되는 거죠.김경주 : 배우들의 부담감도 컸겠어요. 하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인물일 수도 있는데요.
최성신 :
그렇죠. 냉정하게 우리 현실을 바라보는 게 많이 힘들죠. 그렇지만 매력을 느끼는 캐릭터이기도 하고. 관객들이 경험하지 못한 다른 세계를 보게 해주는 캐릭터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관객들이 감정 이입을 하는 과정에서 다른 연기의 맛을 볼 수 있어요.김경주 : 저도 그 지점이 관객들이 흥미로워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그베르사미’가 사건, 인물들을 대상화 하는 캐릭터잖아요. 자기 안에 녹아있는 것이 있고 그걸 객관적으로 봐야 하니까요. 저도 리뷰를 통해서 관객의 반응을 봤는데, “새로운 시각이었다”는 평을 많이 하더라고요.
김경주 : 무대적인 이야기를 조금 더 듣고 싶은데요. 아무래도 뮤지컬이다 보니까 음악과의 협업이 중요한 작업일 것 같습니다. 기존에도 <웨딩 싱어> <인당수 사랑가> 와 같은 작품을 연출했는데,
<공동경비구역 JSA>의 넘버에서는 어떻게 관객과 만나고 싶었는지 궁금합니다.
최성신 :
초창기에는 작곡가 분께 미안한 부분이 있었어요. 작가와 이야기했던 건 훨씬 더 연극적인 방식으로 해보자는 거였거든요. 대한민국의 뮤지컬이 굉장히 많이 발전했지만, 많은 부분이 로맨틱 코미디나 쇼 코미디로 일관되어 있고 라이센스 작품 위주로 진행이 되고 있잖아요. 창작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주로 로맨틱 코미디가 많이 창작되고 있고요. 그래서 주제 의식이 강한 공연을 하는 것에 있어서 저희도 두려운 점이 있었어요. 하지만 용기를 내어 조금 더 연극적 방식으로 접근하자고 생각했어요. 모든 넘버들을 노래로 존재하게 하지 말고 드라마에 녹아들게 하자고 결의했던 거죠. 그래서 <공동경비구역 JSA> 넘버들은 드라마 안에 녹아들어 있어요. 그러다 보니 일반 관객들이 작품을 보고 ‘기억에 남는 넘버가 없다’고 이야기해서(웃음) 작곡가 분이 조금 힘들어 하셨어요. 그런데 의도했고 그렇게 동의된 부분이라서 진행이 된 거거든요.김경주 : 그런 에피소드가 숨어져 있었네요.
최성신 :
관객들은 작품과의 밀착도가 굉장히 깊어졌다는 느낌을 가졌을 거예요. 저희가 늘 추구하는 대사의 노래화, 즉 노래 자체가 대사인 것에 대한 싸움을 많이 하다 보니까 대부분 캐릭터 송이에요. 물론 뮤지컬이다 보니까 쇼잉(showing)이 필요하잖아요. 그런 부분은 옛날 드라마에서 썼던 주제곡이나, 잘 알고 있는 넘버를 쇼 코미디 형식으로 썼고요. 나머지는 넘버들은 캐릭터의 내면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진행하거나, 장면의 스피드한 시공간을 섞는 개념으로 썼어요. 아마 공연을 보시면 장면 안에서 스며들어 있는 음악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김경주 : 그런 점에서 음악 감독과의 작업이 연출가 입장에서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변희석 음악감독님과의 작업은 어떠셨나요?
최성신 :
변희석 감독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음악감독이고, 워낙 드라마를 잘 읽어주고, 음악을 다루는 실력이 무척 뛰어나요. 그래서 사실 음악감독과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았어요. 쇼케이스 때 합류하셨는데, 그때는 이미 장면이 어느 정도 구상이 끝나 있는 상태였거든요. 장면 설명을 하고, 음악을 듣고, 피아노를 같이 연주해 보고, 배우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할 때, 제가 이야기를 하기도 전에 이상한 부분을 먼저 짚어내셨어요. 이렇게 바꿔보면 어떻겠냐고 제안도 하시고. 협업이 정말 좋았어요(웃음).김경주 : 앙상블이 잘 맞으셨군요. 연출가 입장에서는 작가, 음악감독과 스코어도 맞아야 하고 케미도 중요하잖아요. 뮤지컬 작업을 하실 때마다 음악감독 혹은 무대 음악을 작곡하시는 분들과의 케미스트리에 있어서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혹은 그 과정에서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최성신 :
사실 저는 음악이 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음악을 듣기 위해서 뮤지컬을 보러 오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한 분야가 아니라 전체 공연을 보기 위해 오시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협업이 중요해요. 서로 필요한 부분을 지원해주고 장면이 잘 드러나도록 해야지, 음악 때문에 배우를 보지 않고 노래를 듣게 되면 콘서트장에 와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잖아요. 저는 그런 극은 싫다는 거예요. 이번 작품을 함께하신 분들은 모두 그런 부분에 동의하는 분들이고, 우리 창작물도 할 수 있다고 결의에 차신 분들이에요(웃음). 너무 좋았어요.
작품의 양식에 대해 평가를 바란다김경주 : 뮤지컬이 상당히 보편화되어 있고, 어떤 측면에서는 ‘양에 비해서 질적인 측면에서 다양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지원 제도랄지 이런 부분이 양성화되어 있지만 아직 발걸음 단계라는 이견도 있습니다. 한국 뮤지컬의 전망이랄까 혹은 한계, 흐름에 대해서 한 마디를 한다면요.
최성신 :
가장 안타까운 점이, 서로 자정작용이 필요하겠지만 한국 영화 초기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아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쉬리> 같은 작품들이 나올 때 천만 관객을 넘어가면서 엄청난 양적 성장을 이뤘잖아요. 그 후에 질적 성장을 하기 위한 고통의 시기가 있었고요. 뮤지컬도 프로듀서 시스템으로 강화되기 시작하면서 좋은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이것이 가능하다고 생각되니까 엄청난 양의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요. 저희 스스로 자정을 잘 못하고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김경주 : 동의하는 바예요.
최성신 :
정부에서 지원하는 정책의 핵심 포인트가 최근 들어 창작 위주로 바뀌었잖아요. 그렇다면 좋은 소재, 다양한 소재가 필요한 거죠. 관객들에게도 이것저것 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야 관객층이 넓어지는데, 그렇지 않아요. 라이센스 작품 위주로 진행이 되니까 창작품은 중형 작품들이 적은 거죠. 시스템이 소형 아니면 대형이니까 중형 작품들이 애매해서 구조적으로 살아남기가 너무 어려운 거예요. 창작품도 중형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여기에서 퀄리티 있는 소재들도 다뤄지다 보면 관객층이 넓어질 것 같아요. 관객을 개발해야 하는데 아직 부족한 거죠. 일차적으로 ‘너무 흥행 위주로 개발하지 않는가’에 대해서 많이 반성해야 된다고도 생각해요. 거꾸로 보면 시장이 너무 어렵잖아요. 우리 경제가 회복되는 속도에 대비해서 공연이 가는 속도도 너무 빠르게 대응하니까, 뮤지컬 시장이 조급해 보이는 면도 있고요. 흥행에 실패하면 다시 일어나기 힘들죠. 정부의 지원 정책도 좋지만 저희들이 창의적으로 쓸 수 있는 펀드 제도가 조금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적어도 동북아시아 정도는 공유될 수 있는 소재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국내에서만 너무 경쟁하지 말고, 적어도 중국과 일본까지는 진출할 수 있는 걸 기본 개념으로 갈 수 있도록 펀딩이나 지원 제도가, 해외 마케팅이라는 부분까지 병행되어야 해요.김경주 : 뮤지컬 관객들에게 기대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최성신 :
있어요. 마니아 층의 관객들도 좋지만, 마니아 대상으로만 작품을 만들 수는 없잖아요. 일반 관객들을 대상으로도 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작품의 양식에 대해 조금 더 세밀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내가 좋아하는 방식, 내가 좋아하는 배우, 내가 좋아하는 공연으로만 보지 마시고 조금 더 넓게, 다른 관객들이 보는 관점도 같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김경주 : 뮤지컬 시장구조에서 필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품을 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라면 무엇일까요?
최성신 :
작품을 선택할 때 세 가지 정도 기준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내가 이 주제에 동의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이 주제가 내가 살고 있는 동시대에 가치가 있나’. 세 번째는 ‘내가 주제에 동의하고 가치가 있다면, 어떤 양식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에요.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오면 선택하죠. 연극으로 할 때도 있고, 무용극으로 할 때도 있고, 뮤지컬로 할 때도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100% 얻을 때가 제일 좋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죠. 사실 이번 공연은 개인적으로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이 약했어요. 지금의 시대에 가치가 있는가를 생각해 볼 때 저는 50 대 50이라고 봤어요.김경주 : 최성신 연출가의 전작들과 이번 작품의 차별성 혹은 지속적으로 지향해가는 지점을 궁금해 하는 관객들도 있더라고요.
최성신 :
학교를 졸업하면서 10년 동안 작업할 테마를 하나 정하자고 생각했어요. 무조건 제안이 들어오는 대로 다 할 수는 없고, 선택의 기준이 필요하니까요. 연극원을 졸업하면서 ‘전통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핵심 테마로 잡았어요. 연극원 자체가 ‘가장 한국적인 공연을 만들 것’을 너무 많이 주입시켰기 때문에(웃음). 자연스럽게 고전을 재해석하거나, 예전에 시대성을 확보했던 것을 지금 시대에 재해석해내는 작업에 관심이 있었고요. 그래서 <인당수 사랑가>라든지 <지붕 위의 바이올린> <웨딩 싱어> 같은 작품들은 ‘전통적인 컬러에서 현대화 시킨다’는 테마로 작업했어요. 그것이 10년 정도 지속되면서 다음으로 생각했던 기준이 ‘동시대성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였어요. 이 시대에 내놓을 만한 것을 우리 모두 다 공감하면서 미래 비전을 볼 수 있는 작품들에 눈이 많이 가는데요. 그건 좀 어렵더라고요.김경주 : 동시대성 측면에서는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가 굉장히 상징성이 있는 작품이 되겠네요.
최성신 :
사람을 믿는다는 것이 이데올로기와 만나는 지점에 있는 셈입니다. 제가 갖고 있는 과제이기도 하고요. 우리 현실을 바탕으로 한 번쯤은 고민해 볼만한 테마들에 관심이 많이 가고, 인간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고 있는 중입니다. 최근 보고 있는 작품들이, 일본 작품인데, ‘한 인간이 욕망의 끝 지점에서 얼마나 발버둥치고 있는가’라는 테마가 있는 작품들을 만나고 있어요. 사람에 대한 관심이 더 많이 생겨요.김경주 :
<공동경비구역 JSA>의 주제가 적도 친구도 될 수 없는 네 남자만의 우정이잖아요. 최성신 연출가님께서는 이데올로기를 떠나서 우정, 연대감, 이런 것들을 어떻게 건드리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최성신 :
질문하시는 부분은 사실 오랜 세월에서 묻어나는 거잖아요. 극 안에서 진정성에 대한 부분이 생기는 거죠. 장면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재밌게 만들고, 계산적으로 관객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는데요. 진짜로 눈빛이 교환되고, 진짜로 애틋해하고, 서로를 배려하고, 그리워하는 건 연기 안에서 진정성이 없으면 방법이 없잖아요. 그 부분에 있어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고민하다가, 단순한 부분에서 풀렸습니다. 새벽까지 같이 술 먹는 것(웃음). 그러면서 작품을 서로 좋아하고, 그 캐릭터를 좋아하고, 그러면서 캐릭터를 벗어나서 형 동생이 되니까 무대 안에 그게 녹아나더라고요. 그 시간이 다른 방식으로 녹아나는 거죠.김경주 : 의도하신 건가요? 아니면 작품을 하실 때마다 그런 시간을 갖나요?
최성신 :
사실 의도가 없지는 않았어요. 그렇지만 이렇게 깊어질 거라는 생각은 못 했죠. 왜냐하면 진짜로 마음을 열고 얘기해 주지 않으면 단순한 술자리가 되는데, 그러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그 자리를 만들어 주고 저는 빠졌거든요. 그랬더니 네 사람이 정말 형 동생이 되어버린 거죠. 사실 저는 너무 감사해요(웃음). 배우들이 이 작품을 좋아하기 때문에 가능한 거거든요. 그리고 역사에 대해서 거창하게 얘기하는 게 아니라 ‘형, 이게 2014년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이야기)잖아’라고 말하면서 그대로 되었으니까요.김경주 : 앞으로의 계획이나 최근의 근황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최성신 :
지금 소망하는 건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로 독일을 가는 거예요. 이 상황을 제일 잘 이해해줄 수 있는 나라잖아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도 독일에서 굉장히 좋은 평을 받은 걸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일본에서 아트페스티벌들이 열리고 있는데, K-POP 스타일의 K뮤지컬이 아니라 아트 작품 <공동경비구역 JSA>로 가고 싶은 욕망이 있어서 시도하고 있어요. 그래서 내년 정도에는 해외 공연을 하고 싶고요. 올해는 국내 공연을 충실하게 할 생각이에요. 당분간은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를 키우는 것이 핵심이고요. 지금 작가와는 다음 작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일본 작품인데요. 한 인간의 엄청난 드라마가 있어서 그걸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획: 엄지혜 기자
정리: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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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뎐 줌 인(zoom in)-<공동경비구역 JSA>
박상연 작가의 소설 『DMZ』(1997)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휴먼 드라마로 지난해 12월, 평균 객석점유율 95%라는 쾌거를 이루며 흥행 돌풍을 예고했다. <내 마음의 풍금>, <마마 돈 크라이> 등의 작품을 써낸 창작 뮤지컬의 스테디셀러 작가 이희준, 젊은 감각으로 주목 받고 있는 신예 작곡가 맹성연, <웨딩 싱어>, <인당수 사랑가> 등 담백하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작품을 선보여온 연출가 최성신, 풍성하고 감미로운 음악을 책임지는 변희석 감독 등 최고의 크리에이티브 팀이 다시 모여 작품의 완성도를 책임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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