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뮤직 정은현 대표 “대중과 예술가 사이를 이어주고 싶다”

툴뮤직 아티스트는 세계 최고 수준 긍정적인 세상을 많이 보는 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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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음악을 업으로써 삼는다고 하면 돌아오는 말이 있다. 돈 벌기 힘들지 않느냐는 우려 반, 안타까움 반 섞인 물음이 그렇다. 이에 툴뮤직 정은현 대표는 돈 잘 벌 수 있다고 답한다. 실제로 그는 30대 초반이라는 이른 나이에 음악으로 탄탄하게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그것도 아이돌 음악이 아닌 클래식, 어쿠스틱 음악으로.



툴뮤직 시작은 어땠나요.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했습니다. 클래식 공연은 다소 딱딱해요. 조금 더 재미있는 공연을 할 수 없을까 고민하던 중에 ‘Why Not’이라는 피아노 그룹을 만들었죠. 공연을 준비하고 홍보하는 과정이 재미 있더라고요. 그렇게 2009년 기획사를 대전에서 시작했어요. 대전이라는 지역적인 한계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은 서울로 옮겨 왔고요. 원하는 공연을 하고 음반을 제작하고 아티스트를 뽑으려면 서울에 있어야겠더군요.

대전에서 올라오면서 후배였던 환호군과 일을 함께 시작했어요. 정환호군이 대학원을 다니면서 공간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함께 하겠느냐고 제안했죠. 환호군은 학교 후배이자 같은 선생님 제자였는데 작곡에 재능이 있던 친구에요. 제가 함께 음반을 내자고 권유했던 첫 번째 아티스트였고 재주가 많아서 음악뿐만 아니라 여러 부분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친구였어요. 그 때 상도동의 작은 공간에서 함께 시작한 것이 툴뮤직의 탄생이었고, 이후에 가로수길 앞으로 사무실을 옮기면서 본격적인 매니지먼트를 시작하게 되었지요.

툴뮤직은 어떤 회사인가요.

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사업을 하면서 아티스트 메니지먼트를 하는 회사입니다. 공연 기획사가 공연이 많을 때는 상관 없는데, 공연이 적을 때 돈을 못 벌어요. 공연 메니지먼트 사업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사업 구조가 필요합니다. 공간 대관사업, 교육 사업 등으로 그런 구조를 만들었고요. 다른 회사를 모방한 게 아니라 우리가 하고 싶은 사업을 발전시킨 형태라, 음악계 종사하는 사람이나 일반인 모두에게 생소한 회사일 듯합니다. 툴뮤직에서 ‘Tool’이 도구, 연장인데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예술가를 대중과 이어주는 연결해주는 도구가 되고 싶습니다.

한국에서는 문화로 돈 벌기가 쉽지 않은데요. 실제로 기업에서는 사회 환원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고요. 툴뮤직을 일궈오면서 고비는 없었나요.

대전에서 다 털고 서울 올 때가 가장 힘들었죠. 처음에는 사무실도, 직원 급여 줄 돈도 없었고요. 한해 한해 돈을 벌어서 임대료를 내고, 급여를 마련하면서 커 왔습니다. 평생 할 수 있는 회사 만드는 게 소원인데, 소원을 이루려고 고생 많이 했어요. 고생 많이 한 게 나쁜 게 아니에요. 고생을 해야 배우니까요. 지나고 나서 보니 고생했다고 생각이 들지 그때에는 힘들다는 생각도 안 들었죠. 목표가 확실하면 힘든 게 안 보이더군요.

사업을 확장하면서 자금이라든지 제도적인 절차 때문에 벽에 부딪친 적은 없었나요?

투자를 받은 적도 없고, 대출한 적도 없어 돈 때문에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툴뮤직은 제가 돈을 벌어 투자를 하는 형식을 취했어요. 빚은 사람의 마음을 급하게 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돈을 벌고 그 돈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했어요.

선뜻 창업을 결정하기란 쉽지 않은데요. 게다가 음악으로 돈 벌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아요.

툴뮤직을 시작하기 전에 다른 회사에 취직도 했습니다. 회사 취직하고 나서 10년 후를 그렸어요. 아무리 높은 직함이 있더라도 행복할 것 같지는 않겠더군요. 내게는 행복이 제일 중요한데 말이죠. 원래부터 음악을 좋아했어요. 툴뮤직은 세계 최고의 뮤지션을 모시고 있는데요. 음악을 들을 때마다 감동하고 행복하죠. 음악을 하면 가난하다고 생각하는데, 많은 미래학자들이 문화예술산업이 앞으로를 지배할 것이라 말합니다. 실제로 잘 버는 사람은 말도 안 되게 잘 벌거든요. 음악으로 성공하든, 사업으로 성공하든, 좋은 세상을 꿈꿔야 도전을 할 수 있습니다.




음악에 끌린 계기가 궁금합니다.

아버지가 음악을 좋아했어요. 아버지가 신학자이자 목회자이셨는데 스위스에서 유학하던 시절에 제가 태어났어요. 한국으로 오자마자 피아노를 사주셨어요. 보통 남자 아이들은 피아노를 치다 중간에 끊는데, 안 끊었어요. 사춘기 때는 피아노를 치면 제가 유해지는 거예요. 이런 모습을 보고 어머니도 음악을 시켜야겠다고 결심하셨죠. 정말 감사하죠.

툴뮤직에 소속된 아티스트가 많고, 지금도 오디션을 보는데요. 함께할 아티스트는 어떤 기준으로 정하나요.

지금 전세계에서 클래식 쪽으로는 우리나라가 제일 잘해요. 그래서 좋은 연주력을 갖춘 연주자들이 참 많아요. 무엇보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인격적인 자질도 매우 중요합니다.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면서 서로 신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서로 신뢰가 없는데 어떻게 매니지먼트를 진행할 수 있겠어요? 돈이 우선이 아니에요. 실력을 겸비한 인격이 중요합니다.

툴뮤직에 소속된 아티스트로는 누가 있나요.

이연화 교수는 한국인 최초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CD로 출반했습니다. 임호열 피아니스트는 프랑스 에피날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할 정도로 실력 있는 아티스트고요. 스타킹에도 여러 번 출연한 최혜연 피아니스트는 제 제자이면서 앞으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아티스트입니다. 송동건 색소포니스트도 그렇고 톨뮤직 소속 아티스트는 모두 최고입니다. 저는 툴뮤직 직원과 아티스트에 자부심이 커요.

사업으로 음악을 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한국 음악 시장은 어떤가요. 음반으로는 이미 활력을 잃지 않았나요.

음반으로 돈을 벌려고 생각하면 못 내죠. 음반을 최소한의 포트폴리오로 접근해야 합니다. 음반이 없는데 어떻게 대중이 뮤지션을 알 수 있나요, 프로필로? 불가능하죠. 작가에게 책이 있는 것처럼 음악가에게는 음반이 있어야 합니다. 음반을 내면 이후에 벌어지는 세계가 있어요. 음반이 있어야 공연이 있고, 기업에서 주최하는 행사도 존재해요. 그렇다고 무리해서 내면 문제죠.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음반을 내고 본전을 뽑았습니다. 근시안적으로 보면, 문화예술계에서는 성공할 수 없어요. YG도 처음에는 다 까 먹고 시작했거든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자신만의 컬러를 만들어 가면 성공합니다. 이상하게도 돈에 목적 있는 사람이 돈을 더 못 버는 것 같아요.

여러 곳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데요. 특강에서 주로 어떤 점을 강조하나요.

『학교란 무엇인가』를 보면 교육은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을 만드는 것’이라고 나옵니다. 학생을 가르칠 때 피아노를 잘 연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요. 그리고 하루 아침에 한 번으로 이루어지는 건 없다고도 덧붙여요. 시간을 꿋꿋이 받아들이는 게 필요합니다. 하루 한 걸음이라도 뒤돌아 보면 멀리 와 있어요. 윤하 노래 중에 ‘아홉 번 내 마음 다쳐도 한 번 웃는 게 좋아’라는 가사처럼 인내와 끈기가 중요하고요. 하고 싶은 게 확실하면 힘들어도 즐거워요. 무엇을 하고 싶은지부터 물어보고 답을 얻었다면 다음은 실행이죠.

영화 <도어투도어>를 좋아하는데, 실화입니다. 미국 생활용품 회사인 왓킨스 역사상 최고로 영업을 잘한 사람인 빌 포터의 이야기에요. 이 사람이 뇌성마비인데요. 어머니의 절대적인 지지와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마침내 성공합니다. 빌 포터가 은퇴할 때 했던 말이 '끝까지 인내하라'였어요. 이 영화를 보고 많이 울었고 감동했습니다. 세상이 힘들다, 힘들다 해도 훌륭한 사람이 많아요. 이런 좋은 경우를 많이 봐야 합니다.

자신에게 감명을 준 책, 영화, 음악을 소개해 주세요.

책은 앞서 말한 『학교란 무엇인가』를 추천합니다. 삶의 많은 문제가 이 책을 보면서 풀렸어요. 회사에서도 교육이 중요해요. 밀고 당기고, 메시지를 전하고, 능동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끔 하는 리더십도 결국은 교육이거든요. 사람들이 감동이나 무언가 얻는 게 없다면 요즘은 1개월도 못 버티고 나가거든요. 그 사람을 잡아두기 위해서는 매력이 있든가, 사랑하든가,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교육에 관심이 많아요. 이 책을 보면 사랑과 지지가 중요한데요. 개인적인 이야기를 공개하자면, 제가 재수했어요. 대학 가던 시절에는 가, 나, 다, 라군까지 있었는데 다 떨어졌죠. 재수하면 돈이 많이 들어요. 게다가 피아노였으니까요. 그런데 그 때 아버지가 저를 보시더니 어머니께 재수하느라 고생하니 좋은 옷을 사 주라고 하시더군요. 아버지도 속으로는 얼마나 답답하셨겠어요. 아버지 본인은 바젤대학에서 신학박사까지 한 분이신데 아들이 성적이 안 돼 재수를 하니까요. 그래도 저를 지지해 주셨죠. 어릴 때 성적이 꼴찌였는데도 그것에 대한 지적이나 꾸중보다는 친구를 잘 사귄다고 칭찬해주셨고요.

대학에 와서는 지금 은사인 이연화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어머니처럼 모시는 훌륭한 분인데요. 한국 최초로 베토벤 전집을 12년에 걸쳐 녹음하셨죠. 그 앨범을 현재 기쁜 마음으로 툴뮤직에서 유통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앨범은 베토벤 전집 중에서도 31번 1악장과 템페스트고요. 영화는 <사운드 오브 뮤직>이 기억에 남습니다. 영화도 좋은 음악이 나오거나 음악이 소재가 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렇게 보니 저도 참 일관된 취향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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