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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와 양방향 소통을 추구하는 채널예스가 찾아갑니다!
‘독자와 만나다’는 채널예스를 평소에 즐겨 읽는 독자가 주인공인 코너입니다. 인터뷰를 원하는 분이나 주변에 소개하고 싶은 지인이 있다면
[email protected]으로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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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세 단어로 표현한다면?
책, 수영, 여행이 떠오르네요. 셋 다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이고요. MBTI에서 가장 독립적이라고 하는 INTJ 유형입니다. 다소 내향적이고 생각이 많고 제3자처럼 다른 사람들을 비판적으로 관찰하면서, 외로움도 별로 안타고 혼자서도 재미나게 잘 살아가고 있는, 어쩌면 사람들과 말들이 바글바글한 학교에서 지내고 있는 게 용하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사람입니다. 사람이 모인 곳에 말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피로해져요. 언젠가 제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글자는 나에게 화를 내지 않으니까’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올해는 어렵다, 차갑다, 시크하다, 카리스마 있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은 듯해요.
근황을 말씀해 주세요.
전쟁 난 듯 바쁜 학년말이 방금 지나고 며칠 전에 겨울 봄방학이 왔어요. 요즘 최고의 관심사는 ‘2014년 1월 7일 종업식이 오긴 오는가?’였지요. 이런 와중에 이 인터뷰가 재미있는 경험이 될 듯해서 기대하며 기다리는 중이었고요. 지금은 하루하루를 어떻게 하면 알차고 재미나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며 초조해하고 있어요. 드디어 시작했다는 영드 <셜록 시즌3>과, 바빠서 미뤄두었던 <꽃보다누나>, <응답하라1994>도 정주행해야 하고요.
저는 수영이나 사진 찍기를 글로 배울 정도로 활자를 신뢰하는 사람이니 관심사를 이야기하려면 무슨 책을 좋아하는지 이야기하면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직업이 교사라 교육에 대한 책, 종교가 기독교라 기독교세계관에 대한 책, 석사 논문을 미학에 관해 썼을 만큼 미학을 좋아해서 예술에 관한 책을 많이 읽고요. 여행을 좋아해서 앞으로 갈 나라나 지역에 관한 가이드북이나 수필집을 닥치는 대로 찾아보는 편입니다. 조만간 대만 여행을 갈 예정이라 대만 여행 책을 잔뜩 구해 놓았네요.
오랫동안 예스24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블로그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고등학교 때 ‘독서록’을 정리하는 활동이 있었는데 그때 책을 읽고 내용과 느낀 점을 글로 정리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인터넷과 컴퓨터 문화 속에서 항상 손으로 노트에 긴 글을 정리하는 것도 좀 귀찮고, 게다가 악필이거든요. 노트가 쌓여 가는데 읽었던 책 리뷰를 다시 찾기도 불편해서 미니홈피와 블로그에 업로드하기 시작했어요. 미니홈피는 2004년부터, 예스블로그는 2007년부터 운영했네요. 인터넷서점 블로그여야 했던 이유는 책 리뷰를 주로 올리기 때문이었고요. 각종 문화 이벤트를 개최하거나 택배 기사님께 ‘책과 문화를 사랑하는 고객님의 물건이니 소중하게 전달해 달라’고 말할 수 있는 예스24의 기업 가치관이 마음에 들어서 예스블로그를 선택했어요. 주변 사람들이 ‘내 주위 사람들 중에서는 네가 미니홈피와 블로그를 제일 열심히 한다’고들 이야기해요. 얼마 전에는 미니홈피 첫 화면에도 아주 잠깐 소개 되었는데, 정말 같은 일을 10년 이상 꾸준히 열심히 하면 뭔가가 남긴 남는구나 생각했어요.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고, 워낙에 기록해두는 일을 좋아해요. 현대에는 기억해야할 것이 너무 많아 아무 것도 기억할 수 없는 시대인 듯해요. 기록해두면 덜 불안하니까요, 기록해두고 다시 손쉽게 꺼내볼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어요.
예스24 블로그에 불만은 없나요?
스타블로거와 파워문화블로그 제도가 생긴 후로 경쟁 붙이는 분위기에 상처를 좀 받았어요. 예스24 만큼은 세태를 따라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사람들이 블로그를 열심히 운영하게 하려면 어쩔 수 없는 건가요? 블로그 제도를 여유롭고 평등하고 착하게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다른 블로그 서비스의 경쟁 문화를 따라가는 건 예스블로그가 이도 저도 아닌 블로그가 되도록 만드는 일인 듯해요.
블로그에 책뿐만 아니라 공연 리뷰도 자주 쓰잖아요. 어떤 책, 공연을 좋아하시나요?
작가나 저자 중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베르나르 베르베르, 진중권 교수님 책은 거의 소장하려고 노력할 정도로 좋아합니다. 사실 그분들 책 말고는 책을 고를 때 장르나 소재에 대한 제한을 두지는 않는 편이라 서평단 모집에 재미있겠다 싶은 책이 올라오면 신청하는 편입니다. 읽은 책들 중에 종종 독특한 책도 있고요. 작년에 읽은 책 중에서는 엄기호의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가 떠오릅니다.
주변 사람들이 제 리뷰 목록 보고 특이한 책만 골라 읽는다고 말한 적도 있어요. 베스트셀러는 일부러 찾아 읽지는 않는 편인 것 같아요. 읽은 책 목록을 보면 주변 사람들과 일치하는 게 별로 없어요. 그 외에도 일상이 숨 막히게 바쁘고 힘들 때에는 여백 많은 수필집이나 여행 책을 보며 마음을 달랬어요. 우리 학교는 아침 시간에 윤독을 하고 있어서 작년과 올해에는 매일 아침 학생들과 함께 같은 책을 읽으며 잠을 깨는 시간이 꿀맛 같았네요. 시간 때우기 용 책이 아니라면 어떤 책이든 재미있게 읽는 편인 것 같아요. 다들 한 권의 책을 쓰고 만드느라 고생하셨을 테니 재미있게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럼에도 리뷰에 비판을 잘하긴 해요.
사실 미니홈피와 블로그에 똑같은 리뷰를 동시에 올린지가 오래 되었는데, 이 공간에 제가 한 편을 오롯이 경험한 모든 책, 영화, 공연(클래식, 연극, 뮤지컬), 전시(미술, 사진), 여행 리뷰를 꼬박꼬박 모아오고 있어요. 평소에 찍은 사진도 항상 정리해서 올리고요. 다이어리도 거의 매일 쓰고 있어요. 미니홈피나 블로그가 이제는 절대 버릴 수 없는 소중한 재산이 되어가고 있어요. 한참 후에 다시 꺼내 봐도 참 좋고요. 책과 마찬가지로 영화, 공연, 전시도 되도록 마음을 열고 보는 편인 듯해요. 따로 어떤 공연을 좋아하냐고 물으시면 대답하기 쉽지 않네요. 모든 예술을 통해 배우고 느끼고 싶습니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찾다 보면 선생님일 때가 많습니다. 이번 독자 인터뷰만 해도 선생님만 세 번째거든요. 선생님들의 독서량이 많은 이유가 있을까요?
교사들끼리 농담으로 ‘우리가 교과서 공부 제일 열심히 한다’고들 해요. 중등 같은 경우 같은 내용을 가지고 몇 반을 가르치다 보면 교과서 어느 부분에 뭐가 있었는지까지 달달 외우게 되거든요. 교재나 시험 문제나 다들 글을 기반으로 하니까요. 기본적으로 책이나 배움을 좋아하지 않으면 오랜 시간 가르치기도 어렵습니다. 계속 배우지 않으면 밑천이 드러나겠지요. 그렇지만 모든 교사가 독서를 취미로 삼으며 다양한 책읽기를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또 어렵고요.
개인적으로 생각해보면 다양한 책을 많이 읽는 일은 분명 가르치는 데 도움이 되어요. 저는 인문학 교과를 다루기 때문에, 책을 통해 상식을 쌓고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하는 훈련을 하고 나면 수업 시간에 해줄 수 있는 이야기도 늘어나요. ‘이 책은 학생들에게 꼭 소개해주어야지.’ 싶은 책도 생기고요. 수업 시간에 소개해주면 의외로 학생들이 도서관 가서 그 책을 찾아본다고 사서선생님이 말하더라고요. 모든 경험은 없어지지 않고 언젠가는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독서도 어떤 방식으로든 나에게 쌓여 도움이 되고 있겠지 생각하면 틈 나는 대로 책을 읽게 됩니다.
요즘 중학생은 어때요?
버릇 없다고 하면 그럴 수도 있고, 착한 면도 있고요. 단순하게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죠. 뇌과학에서는 이 시기가 감정뇌(포유류의 뇌)가 튀어나올 때라고 말하잖아요. 이성뇌(인간의 뇌)는 아직 발달하는 단계고요. 그래서 감정기복이 심한 듯해요. 중2병이라고까지 하잖아요. 감정기복이 심하다 보면 갈등이나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학생들이 심한 장난을 치며 폭력을 사소하게 생각하는 듯해 1년 동안 생활교육을 많이 했는데 크게 효과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래도 우리학교 학생들은 착해서 타인에게 크게 대들거나 욱하는 일이 비교적 적었던 듯해요.
전자 교과서 도입에 관해 말이 오가다 요즘은 뜸한 것 같습니다.
스마트교육이 지난 정권 때는 큰 사업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다소 흐지부지 됐다고 알고 있어요. 학생이 교사와 소통하면서 배워야 하는데, 교사도 그렇고 학생도 그렇고 기기만 보면 수업이 안 되리라는 문제제기가 많아요. 준비 없이 너무 급히 밀어붙이는 느낌이 들고, 따로 이익을 얻는 집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싶어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국 사교육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크기로 유명한데요. 교사가 느끼기에 사교육, 어떤가요.
교사가 봤을 때는 사교육은 정말 공부에 있어서 독이에요. 학원 다니는 학생들은 학교 와서 피곤해해요. 실제로 제가 맡은 반의 학생 한 명이 학교에서 하루종일 자고, 만날 스트레스 받고, 아프고 그러다 학원을 그만 다니니까 다 나았죠. 표정도 밝아졌고요. 학교에서 학생들을 보면서, 사교육은 자기주도 학습 습관을 형성하는 데 안 좋다고 생각하곤 해요. 대체로 사교육에서는 떠 먹여 주잖아요. 과제를 잔뜩 주고 벼락치기로 집중적으로 예상 문제를 많이 풀게 해 시험 대비를 시켜주고요. 길게 봤을 땐 오히려 스스로 읽는 책이 좋죠. 그럼에도 사교육 시장을 국가에서 통제를 못해요. 이미 성적에 대한 경쟁과 서열화가 뿌리 깊고, 젊은 사람들이 전공과 상관없이 학원 강사로 많이 일하고 있기도 하고요. 혹시 관심이 있다면 사교육걱정없는세상(www.noworry.kr/)에서 관련 자료를 찾아 보셔도 좋을 듯해요.
대한민국 독서 인구가 감소한다는 말이 이제는 뉴스도 안 되는 시대입니다. 교사를 제외한 주변 지인들은 책을 많이 읽는 편인가요.
반반인 것 같아요. 책을 좋아해서 같은 책을 읽으며 책 나눔을 하다가 더 깊이 친해진 사람도 있고요. 책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요. 주변 사람 중에 가장 신기한 사람이 제 남동생이에요. 고등학교 때까지는 정말 책을 멀리하는 사람이었는데 군대 다녀오더니 책을 많이 읽더라고요. 사실 아버지도 책을 좋아하셔서 오래 전에 서점을 경영하셨던 적이 있다고 말씀하셨고요. 책 좋아하는 피가 흐르고 있지 않나 생각해요. 하지만 책 때문에 인간관계를 제한하지는 않는 듯해요. 단지 결혼에 대한 로망은 좀 있는데, 서재를 결혼시키면 같은 책이 두 권씩 생길 수 있을 사람이 이상형이에요. 배우자만큼은 반려자이니 책 좋아하는 사람,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2014년이 시작되었는데요. 올해 특별한 계획이 있는지요.
‘인간의 결심은 무의미하다’는 말 또한 저의 지론 중 하나인데요. 2014학년도는 정말 어떻게 풀릴지 불투명해서 계획을 세워야 그나마 편안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대비 자체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 어쨌든 한 해의 지향점은 필요하니 어느 곳 어떤 상황에 처하든 ‘拿手(중국어인데 어떤 일에 대해 능숙한, 능수능란한 전문가라는 뜻)’한 인간이 되는 게 목표예요. ‘手’가 들어가서 좋아하는 말인데, 제게 부족한 점을 좀 키우고 싶어요. 제가 매사에 어설프고 손재주도 없는데요. 2014년에는 글씨를 예쁘게 쓰고 싶고요.
요즘 <꽃보다 할배> 덕분에 대만이 떴다는데, 저는 그전부터 이미 대만, 홍콩 등 중화권에 혼자 여행을 가보고 싶었거든요. 드디어 이번 겨울방학에 대만에 가려고 항공권과 숙소 예약을 마쳤습니다. 이제 세밀한 동선을 짜서 다녀오는 일만 남았어요. 다녀와서 블로그에 정리해야죠.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는 않지만 돈을 아끼지 않는 몇 분야가 있는데 여행, 책, 공연, 수영이 대표적이에요. 특히 여행은 자연, 사람, 문화를 다 만날 수 있어서 좋아해요. 그래서 일단 1월 계획은 대만 여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