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스텀 아티스트 이원경, 세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를 원하신다면
디자인도 더하기보다는 빼기의 문제 일상에서 예술을 접할 수 있는 디자인 대한민국이 되기를 추천 책은 『디자인 창업 & 경영에 대한 모든 것』
우리나라에도 좋은 점이 많다고 느껴요. 아직 복지가 해결이 안 되니, 즐기는 시간이 없다는 사회적인 문제는 있죠. 특히 일상에서 예술을 접하거나 놀이문화를 만날 기회가 없는 듯해요. 한국도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고는 해도, 알아서 찾아가야 하거든요. 유럽은 걷다 보면 구경하라고, 즐겨 보라고 잡아끄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곳에 가보면 크게 돈 쓰지 않고 소소하게 즐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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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소개를 부탁합니다.
커스텀 아티스트라고 혹시 들어보셨나요? 원래 있던 패션 아이템을 적절하게 조합하거나 디자인을 조금 바꿔서 단 한 사람만을 위해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 이원경 (//blog.naver.com/wonnielarva)
블로그로 작업을 의뢰받고 패션 아이템을 만들고 있잖아요. 블로그 이름이 '워니굼벵이'던데요.
제 이름이 원경인데 영어로 부르기에는 어렵습니다. 영어 이름을 따로 짓긴 싫어서, 워니로 지었어요. 그리고 굼벵이는 중학교 때 얻은 별명입니다. 느렸거든요. 처음에는 그게 싫었는데, 지금은 마음에 듭니다. 굼벵이는 나중에 자라서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모르니까요.
작업 전에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글을 먼저 쓴다고 들었습니다.
글을 써야 그림이 그려져요. 모호한 그림보다는 전달력 있는 그림을 좋아합니다. 그렇게 그리기 위해서는 그림을 그리기 전에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하죠. 가능하면 짧게, 한 문장이면 좋죠. 그래서 글을 많이 씁니다. 아직 부족하다 느껴서 쓴 글을 공개한 적은 없어요. 올해 전시회를 여는 게 목표인데요. 그림만으로 전시를 열고 싶지는 않아요. 제가 써둔 글이 이럴 때 활용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디.
대학 때 전공은 디자인 쪽이었나요.
네, 정확히 말하면 영상 디자인이죠. 미술로 대학을 가려고 준비했는데, 막상 대학에 가려고 보니 디자인에도 정말 다양한 전공이 있더라고요. 그중에 영상 디자인이 종합예술이라고 해서 선택했습니다. 막연할 때는 세부적인 것보다는 종합적인 게 미래를 그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그러고 보니 지금 제가 하는 작업 방식이 학교에서 공부했던 것과 비슷합니다. 영상도 만들기 전에는 우선 글이 나와야 하잖아요. 어려운 글보다는 단순한 단어, 쉬운 단어를 쓰려고 노력해요. 그런 글이 더 호소력 있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쉽거든요.
어릴 때부터 쓰거나 그리는 등, 뭔가를 만들려고 했던 욕구가 강했던 것 같은데요. 이유가 있나요?
어릴 때부터 분류가 되잖아요. 너는 문과, 너는 이과 이런 식으로요. 저는 예체능 쪽이었죠. 주위에서 그림에 소질이 있다고 하니까, 뭘 하든지 그렇게 흘러 가더라고요. 시험 성적을 봐도 그렇고요. 글에 관해 말하자면, 원래 일기 쓰는 걸 좋아했어요. 집에 초등학교 때부터 쓴 일기장이 있거든요. 어릴 때는 학교에서, 엄마가 쓰라고 해서 썼는데, 지나고 나서 지금 읽어보니 도움이 돼요. 예전에 쓴 일기를 가끔씩 읽으면서 오늘 날짜랑 과거의 오늘과 맞춰 보죠. 1년 전의 오늘, 10년 전의 오늘 이런 식으로요. 신기하게도 지금 하는 생각과 예전에 했던 생각이 비슷해요.
커스텀 아티스트로 살기를 결정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고등학교 3학년 방학 때 필리핀에 갔어요. 거리가 되게 예쁘더라고요. 지나가다 벽에 페인팅을 하는 사람을 봐서 물어봤더니, 그냥 좋아서 하는 거래요. 신선하게 다가왔죠. 금전적인 대가 없이 좋아서 그린다고 하니, 멋있게 느껴졌어요. 이후에 저도 홍대 등지의 합법적인 공간에서 무료로 페인팅도 했죠. 힘들더라고요. 페인트도 무겁고, 장소 선정도 까다롭고...... 그러다 보니 쉽게 즐기면서 그릴 수 있는 대상이 옷이나 신발, 파우치 등등으로 변해 갔어요. 게다가 이런 아이템은 소비가 되니, 일로 삼아도 되고요.
보통 취직을 생각할 나이에 독립을 빨리 결정했습니다. 불안하지는 않나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불안하긴 했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닥치면 다 하게 되잖아요. 그리고 독립을 위해 사전에 준비를 많이 했어요. 회사도 다녔고요. 지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제가 약한 부분도 보완하고 있어요. 판매, 돈 계산에 약한데 아르바이트 하면서 많이 경험하고 있죠.
자신만의 디자인 원칙이 있나요.
과장하지 않기.
작업하면서 항상 스스로에게 되물어요. 내가 지금 과장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물음이죠. 디자인도 더하기보다는 빼기의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우개를 연필처럼 쓸 수 있어야겠죠. 그렇지만 아직까지 저만의 스타일이 이렇다, 저렇다, 를 얘기할 단계는 아닌 듯해요.
어떤 책을 읽나요.
실용적인 책을 주로 읽어요. 바보도 이 책 읽으면 할 수 있다, 이런 컨셉의 책이죠. 최근에는 창업 준비하면서 『디자인 창업 & 경영에 대한 모든 것』을 읽었어요. 디자인 전공자로 비교적 취약한 부족한 부분인 비지니스의 기술과 이에 필요한 법률 및 경영에 대한 노하우를 알게 되었어요. 창업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네요. 그리고 『론리플래닛』이요. 지도와 정보 위주의 가이드 북으로 그림도 많이 없고, 특별히 추천하는 여행지라던가 감성적인 안내 문구가 없어 조금 딱딱하다고 느껴질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정확한 정보를 따라 그 장소에 도착했을 때 경험할 수 있는, 느낄 수 있는 것에 대한 선택의 폭이 더욱 크고 자유로워 좋습니다. 대신 여행 에세이는 잘 안 읽어요. 내가 갈 건데, 그 사람 의견을 보면 장소라든지 시간 선택할 때 괜히 따라하게 될까 봐요.
여행 많이 다녔잖아요. 한국 사회를 객관적으로 보는 시선도 키워지지 않나요?
지금까지 15군데 정도 다닌 듯한데요. 예전에는 외국이 좋다고 생각했죠. 특히 미술하는 사람에게는요. 그런데 지금은 우리나라에도 좋은 점이 많다고 느껴요. 아직 복지가 해결이 안 되니, 즐기는 시간이 없다는 사회적인 문제는 있죠. 특히 일상에서 예술을 접하거나 놀이문화를 만날 기회가 없는 듯해요. 한국도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고는 해도, 알아서 찾아가야 하거든요. 유럽은 걷다 보면 구경하라고, 즐겨 보라고 잡아끄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곳에 가보면 크게 돈 쓰지 않고 소소하게 즐길 수 있어요. 그런 게 부럽죠.
여행지 중 가장 인상 깊은 곳은 어디였어요?
호주에 워킹홀리데이 가서 살았던 타지메니아라는 섬이요. 호주에서 은퇴한 사람들이 사는 실버 타운인데요. 도시의 번접함에서 벗어나니 처음에는 지루했는데, 자연이 좋더라고요. 그곳에서 무지개가 그렇게 클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채널예스는 어떤 매체인가요?
여러 가지 좋은 내용은 많은데요. 사람들이 여기 저기서 쉽게 볼 수 있으면 좋을 듯해요. 요즘 한국의 다른 매체도 그렇지만 채널예스만의 도메인을 기억해서 들어가기란 쉽지 않잖아요.
나중에 뭘 하고 싶어요?
전시회를 크게 열거나, 유명해지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겠지만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요. 꼭 사회적 기업이 아니더라도 제가 창작한 게 사회에 공헌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직은 이런 걸 하는 회사가 많지 않죠. 있다고 해도 디자인 쪽이 많이 취약하고요. 도시 미화 산업, 이런 것도 하고 싶고요. 구호로 하자면, 디자인 대한민국 정도요? (웃음)
끝으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평소 자신만의 뭔가를 만들고 싶다거나 가게를 만든다면. 혹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만을 위해서 이미지로 뭔가를 제작하고 싶다면 저를 찾아 주세요.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티끌 모아 태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