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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신촌블루스 디스코그래피 돌아보기

이즘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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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리스트 엄인호를 중심으로 35년간 음악 공동체를 이어간 신촌블루스는 척박한 한국 블루스 뮤직에 대중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언더그라운드 공연 문화에 공헌했다. (2023.01.27)

아프리칸 아메리칸의 한과 비애를 담은 블루스. 하울링 울프와 존 리 후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로버튼 존슨과 이들의 문법을 계승해 록 레전드가 된 에릭 클랩튼과 레드 제플린 등으로 영미권 대중음악의 근간을 이뤘다. 기타리스트 엄인호를 중심으로 35년간 음악 공동체를 이어간 신촌블루스는 척박한 한국 블루스 뮤직에 대중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언더그라운드 공연 문화에 공헌했다. 가요에 블루스를 녹인 신촌블루스의 역사를 음반별로 되새겨본다.



<신촌Blues>(1988)

보사노바와 록을 혼합했던 밴드 풍선에서 의기투합한 바 있는 한국 블루스의 두 거목 엄인호와 이정선은 1980년대 중반 블루스의 방향성을 세웠다. 이정선과 포크 그룹 해바라기에서 함께 활동했던 소리의 마녀 한영애와 신촌 어귀에서 들국화의 조덕환과 엄인호가 발탁한 신예 정서용, 한국 소울의 대부 박인수가 보컬 라인을 형성했다.

대중적으로는 정서용과 엄인호가 입 맞춘 '아쉬움'이었다. 수수하게 퍼지는 오르간과 색소폰 솔로 등 블루스 요소와 흡인력 있는 선율 덕에 엄인호 지향의 '블루스 가요'가 성립했다. 한영애가 부른 타이틀 곡 '그대 없는 거리'와 신중현의 곡을 재해석한 박인수 보컬의 '봄비'도 사랑받았다. 이정선은 명반 <30대>(1985)의 '바닷가에 선들'을 재수록해 각별함을 드러냈다. 음악적으로 완숙한 멤버들이 완성한 데뷔 앨범 같지 않은 데뷔 앨범이었다.




<신촌 Blues II>(1989)

블루스 음악으로선 이례적인 히트를 기록한 2집 <신촌Blues II>는 음악 공동체의 정점이었다. 펑크(Funk)와 레게가 뒤섞인 '골목길'은 김현식의 가창으로 시대 회자의 지위를 얻었고 엄인호의 '바람인가'와 최고의 발라드 작곡가 이영훈의 '빗속에서'를 엮은 메들리가 연주 집단의 정체성을 요약했다. 이정선의 펑키한 넘버 '산 위에 올라'와 비비킹의 기타에서 이름을 따온 한영애 보컬의 '루씰'까지 모든 곡이 매혹적이다.

가객 김현식과 소리의 마녀 한영애가 시대의 소리를 입혔다. 가요의 질적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린 동아기획의 구성원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 전태관이 조력자로 나섰고 '나에게로의 초대'의 정경화가 코러스로 완성도를 높였다. 이정선과 엄인호가 합작한 마지막 앨범이 되었으나, 한국 블루스의 화양연화를 빚어낸 <신촌Blues II>는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선의 선정으로 역사적 가치를 인정 받았다.




<신촌Blues III>(1990)

밴드의 축이었던 이정선이 떠나고 엄인호가 주도적으로 기획한 음반이다. 전반적으로 절제된 사운드가 처연한 감성을 살렸고, 각양각색 보컬로 엄인호의 지휘 아래 음악 공동체의 기량이 공고해졌다. 2집에서 코러스로 참여했던 정경화가 브라스가 강조된 재즈풍의 '비 오는 어느 저녁'과 절절한 '마지막 블루스'로 음반의 도입부를 책임졌다.

앨범 전반의 대중적 색채는 엄인호가 추구하는 블루스 가요와 맞닿아 있다. 정규 1, 2집을 통해 얻은 내공으로 선율과 분위기의 균형감도 구축했다. 엄인호는 적재적소에 블루스 터치를 가미했고 김영배와의 기타 하모니도 조화롭다. 손석우 작곡, 김현식 노래의 '이별의 종착역'이 특히 사랑받았지만, 맨발의 디바 이은미의 가창에 이정식의 색소폰 연주가 어우러지는 '그댄 바람에 안개로 날리고'와 자취를 찾기 힘든 가수 김미옥이 부른 '비오는 날'도 여운을 남겼다.




<신촌Blues IV – Rainy Day Blues>(1992)

OST 성격의 <신촌Blues - 가을여행>(1991)과 신곡과 기존 히트곡을 함께 수록한 <신촌Blues Collection Lights>(1997) 등의 앨범이 있으나, 정규 4집 <Rainy Day Blues>가 실질적인 음악 공동체의 마지막 정규 앨범이다. 멤버 변경에도 엄인호의 무게감은 유효했고, 블루스 본연의 고독감과 처연함은 깊어졌다. 수록곡의 대부분이 5분을 넘는 풍부한 구성과 소울과 펑크를 다채롭게 아우르는 장르 색채가 4집의 강점이다.

날 것의 가창이 돋보이는 '잊어야 한다면'과 7분이 넘는 블루스 록 '당신이 떠난 뒤에도'는 보컬리스트 엄인호의 매력을 드러냈다. 2007년 작고한 고 김형철은 거친 음색으로 펑키(Funky) 넘버 '기적소리'와 딥 퍼플 풍 해먼드 오르간 연주의 '밤마다'로 김현식의 빈자리를 채웠다. '이별의 종착역'이나 '골목길' 같은 히트곡은 없지만 흑인 음악에 대한 이해도를 드러냈다.




<신촌블루스 라이브 Vol. 1>(1989) & < 신촌블루스 라이브 Vol. 2 >(1991)

두 장의 라이브 음반도 혁혁한 공로다. 1960년대부터 라이브 음반 제작이 활발했던 영미권과 달리 국내 밴드들은 기술적 장벽에 가로막혀 작업을 단념하곤 했다. 국내 라이브 문화를 대표했던 신촌블루스는 열악한 환경을 딛고 <신촌블루스 라이브 Vol. 1>과 <신촌블루스 라이브 Vol. 2>를 내놓았다. 관객과의 호흡에서 전해지는 생동감은 라이브 음반만의 매력. 신촌블루스는 후배들에게 용기를 심어주었다.

1989년 롯데 잠실 홀에서 녹음한 첫번째 라이브 음반 <신촌블루스 라이브 Vol.1>에선 한영애과 김현식 두 언더그라운드 슈퍼스타가 위력을 발휘했다. 자신의 대표곡 '누구없소'와 이정선의 '건널 수 없는 강'로 이어진 한영애의 무대는 스캣으로 즉흥성을 포착했고, 포효의 '떠나가 버렸네'는 김현식 탁성의 진면목이다. 관객의 호응을 고스란히 담아 순수한 형태의 라이브 음반을 지향했다.

서울가든호텔에서 녹음한 1991년 작 <신촌Blues 라이브 Vol. 2>는 보다 발전한 음향 기술로 라이브의 강점을 반영했다. 신촌블루스 4기 보컬 김형철과 '묻어버린 아픔'으로 알려진 김동환이 번갈아 가며 노래했다. 김동환의 야생적 가창은 '서로 다른 이유 때문에'와 '환상'으로 좌중을 휘어잡았고 엄인호는 '갈등'과 '마틸다' 등 대다수의 곡에 목소리를 실었다. 첫 번째 라이브 음반과 마찬가지로 엄인호의 친형 엄인환이 색소폰을 맡았다.


신촌블루스는 현재 진행형이다. 2021년에 한국 대중음악의 전설을 기록하는 <Return Of The Legends>에 참여했고 2022년에 엘피 붐에 발맞춰 정규 1집을 리이슈했다. 주로 일본에서 활동하는 박보밴드와의 협업도 예정되어 있다. 2022년 11월 이즘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엄인호는 신촌블루스의 역사 계승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 블루스의 명맥을 위해 힘닿는데 까지 노력하겠다는 것. 리더 엄인호를 주춧돌로 강성희, 제니스, 김상우로 이뤄진 보컬 라인에 이상진(베이스), 김준우(드럼), 안정현(키보드)로 구성된 음악 공동체는 엔데믹 속 공연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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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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