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975, 오랜 실험 끝의 결론

1975(The 1975) 'Being Funny In A Foreign Langu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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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율 표현에 집중한 보컬과 완급을 적절히 조절하는 편곡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앨범을 재생하는 내내 귀가 편안하다. (2022.12.21)


전작 <Notes On A Conditional Form>에 비해 한결 단순하다. 기름기가 빠진 만큼 선명한 메시지가 드러나는 <Being Funny in a Foreign Language>는 사랑이라는 고전적인 주제에 집중한다. 선율 표현에 집중한 보컬과 완급을 적절히 조절하는 편곡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앨범을 재생하는 내내 귀가 편안하다. 지루할 쯤 치고 빠지는 경쾌한 효과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비틀어내는 코드 진행 등 밴드 특유의 장난스러운 음악적 표현들도 여전하다.

어렵고 진지한 메시지를 강하게 던지던 과거를 생각하면 비교적 직관적인 표현들로 눈을 돌린 모습은 일견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후퇴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이 단순히 팝 현장의 정서에 굴복하는 것만으로 해석하기 힘든 것은 밴드의 개성적인 편곡과 음악적인 매무새 덕분이다. 게다가 외려 이 편안한 일관성이 풀 레인지로 들었을 때, 트랙 간의 메시지 연결을 자연스럽게 만들기에 음반을 전반적으로 단단하게 만든다.

노래에 따라 목소리의 색채에 다양한 변화를 주는 프론트 맨 매튜 힐리의 가창과 동화적인 효과를 주로 사용하는 기타리스트 아담 한의 연주 조합이 근사하다. 하나가 된 모습이 마치 하나의 효과 장치를 돌려 쓰는 모양새다. 기본적인 톤은 분명 밝지만 미분음을 이용해 얼마간의 우울한 느낌을 이따금 의도하며 이를 교차한다. 음정을 아주 섬세하게 다룰 수 있어야 가능한 기술이다. 마지막 트랙 'When we are together'에서 이러한 모습이 잘 드러난다.

통일성 있는 사운드가 중심에 흐르지만 중간중간 귀를 잡아채는 음악적 시도가 음반의 완급을 조절한다. 밴드의 이름을 딴 첫 트랙 'The 1975'가 신비한 사운드로 서막을 올리는가 하면 포크 스타일의 곡 'Wintering'에선 발랄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약간의 흑인 음악적인 색채가 느껴지는 'Human too'에선 깔끔한 그루브를 느낄 수 있다. 다양한 장르적 시도에도 멈출 때를 정확히 알아 난잡하지 않다.

잭 안토노프, BJ 버튼, 미셸 자우너 등 참여 뮤지션의 화려한 면면에도 밴드의 전체 커리어를 조망할 때 <Being Funny In A Foreign Language>는 확실히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다. 철학적이지만 현학적이지 않고, 사회 비판이 있으나 투쟁적이지 않다. 직전 음반의 화려한 시도에 비해서 자극적인 재미는 덜하지만 밴드가 지금까지 해온 시도들을 추출해 눌러 담았기에 진중하다. 말하자면 오랜 실험 끝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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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1975>33,700원(0%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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